일주일 전에 골머리 썩던 남친이 없어져 시름이 없어졌으므로 음슴체.
올해 슴여섯 처자임.
작년 8월부터 오랜기간 친구로 지내던 동갑내기와 1년 가까이 연애를 했음.
나는 22살부터, 25살 봄 까지 사귀었던 남친이 누나 셋에 홀어머니 가정에서 자란 막내 아들이었고
그 녀석을 만나면서 그 녀석의 가정 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본인이 성격과 본인이 게으름이 문제였지)
일주일전에 헤어진 구남친의 집안 환경 역시 25살에 헤어진 구구남친과 별반 다를 게 없음을 알았어도 게의치 않았음.
구남친의 집안 환경은 대략 이럼.
어머니.
아버지.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병원에 장기 입원중)
큰누나. (결혼 했음. 그러나 집에 일절 한 푼 보태기 없음)
둘째누나. (결혼 했고 착함. 집에 많이 신경씀)
막내누나. (결혼은 안했으나 남친 있음. 구남친과 어머니와 함께 거주중)
구남친. (나랑 동갑. 취미는 직장 옮기기. 올 초 부터 헤어지기 직전까지 이렇다 할 벌이 없음)
주변에서는 아프신 아버지에, 누나 셋에, 아들 하나에.. 너 저 집에 시집가면 안봐도 뻔하다 안봐도 비디오다
웰 컴 시월드 입성이다 등등 말이 많았지만 큰누나를 제외한 다른 두 누나들 성격도 좋았고
어머니도 성격이 사근사근 하신 편이었기에 (하지만 겉 모습이었을 뿐인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
난 달라! 라고 병신같이 외쳤음.
처음에 만났을 땐 구남친 직장인 나 직장인 이었고 둘이 한달에 합치면 거의 500은 넘는 수입이었기에 별 탈 없었음.
(남친이 건설 업계 쪽이라 페이가 쎘음. 거기다 삼성 계열 회사였음)
그런데 원래 다니던 직장의 계약 기간이 끝난 후, 다른 곳으로 옮겼는데 페이가 원래 받던 곳의 절반 정도?
여기서 한가지 난관이 생겼음.
남친은 늘 매달 일정적으로 일정금액을 어머니에게 드리고 있었는데
어머니 생활비+병원비 하면 한달에 거의 100만원 가까이 되는 금액이었음.
기존에 300 조금 넘게 벌 때야 전혀 문제가 될 게 없었지만 한달에 150~180 선으로 떨어지자 조금씩 문제가 생겼음.
거기다 집이 어머니 명의의 집이었는데 좀 오래된 집이라 툭하면 누수 공사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손 볼 곳이 많았음.
보일러 설치한다고 얼마. 옥상 보수공사 한다고 얼마. 화장실 누수 공사 한다고 얼마. 하면,
한달에 남친 손에 남는 돈이 채 50이 안되는 때가 많았는데
문제는 그 50을 가지고 나랑 데이트도 해야하고 보험료도 내야하고 교통비도 해야하고 엄마랑 누나 맛있는것도 사줘야함.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처음에는 남친이 70프로 정도 부담하던 데이트 비용이 60프로가 되고 50프로가 되고 나중에는 채 30프로도 되지 않게 됨.
이것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음.
서로 사랑하는 연인사이에 누가 돈을 얼마나 더 쓰면 뭐 어떰?
여기서 두번째 난관에 봉착함.
구남친이 원래 다니던 현장 소장이 맘에 안든다며 회사를 그만 둠.
근데 문제는 눈이 높아서 구남친이 원하는 곳에서는 구남친을 원하지 않고, 구남친을 원하는 곳은 구남친 성에 차지 않음.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들어갔던 회사 1주일도 안되서 페이도 안받고 때려친 일도 있었음.
원래 회사를 그만둔게 1월~2월 쯤이었는데, 6월 초부터 안되겠다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정식으로 직장을 잡은게 이번주 월요일(6/17일)이니까
짧게 잡아 4개월 가량을 100프로 모든 데이트 비용을 내가 부담했음.
처음 한 두달은 괜찮았는데 점점 신용카드 값도 늘어가고, 심지어는 점심 사먹을 돈이 없어 굶기 일쑤이다 보니 나도 사람인지라 답답하고 속상했음.
더불어 남친이 조금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평소 애교는 많고 막내라서 징징거리기는 좋아하지만
내가 기댈 수 있는 그릇이 못 되는 사람이라 나중에는 외롭고 불안해지기까지 했음. 비약하자면 그냥 돈대주고 몸대주는 여자가 되어가는 기분?
암튼 뭐 이건 서론이고
가장 큰 문제는 구 남친이 정말 지나친 효자라는 거였음.
그리고 구 남친의 어머니에게 구 남친은 '내 아들' 이라는 거였음.
얘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친구들이 경악한 몇가지 에피소드만 풀자면,
1. 여름 여행으로 제주도를 가자고 했더니, 자기 손으로 어머니 여행 한번 못보내 드렸는데 어떻게 나랑 제주도를 가냐고 함.
(나랑 남친 나이 이제 스물 여섯임. 남친은 군대도 다녀왔음. 이 나이에 웬만한 연봉이 아닌 담에야 부모님 제주도나 해외여행을
그냥 통크게 보내드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됨? 거기다 집안 모든 생활비를 본인이 부담하고 있어 모아 놓은 돈도 0원인데.)
2. 작년 크리스마스때 나는 남친 생일+크리스마스 기념해서 10만원 어치의 상 하의와 커플 운동화를 선물로 줬음.
솔직히 나는 자금적으로 구남친에 비해 좀 널널한 편이어서 생일+크리스마스니까 크게 해준거였고 난 남친한테 그렇게 큰 선물은 바라지 않았음.
크리스마스 좀 전에 원래 사는 지역으로 잠시 올라왔는데 (구남친은 건설 일로 인해서, 잠시 단기간 지방에 가있었음.)
어머니랑 백화점 돌면서 어머니 수영복 사드리고, 수영 등록 시켜 드리면서 정작 내 선물은 생각도 안함 ㅋㅋㅋㅋ
심지어 전화 와서는 '나 돈을 너무 썼나봐.. 어머니 패딩 사드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네' 따위의 소릴 짓걸임 ㅋㅋㅋ
물론 크리스마스 선물은 고사하고 편지 한통 못받음.
3. 한번은 같이 닭집에서 맥주 한잔에 닭느님을 먹고 있는데 그날 따라 둘다 별로 안먹혀서 신성한 파닭느님을 90프로나 남김-_ㅠ
그래서 집에 가져가서 먹으라고 포장해서 나왔는데, 나오기 전에 좀 투닥거린 일이 있었음. (구남친 말로는 나에게 너무 서운했다고 함.)
그래도 그렇지 여자친구가 계산하는데 가게 밖으로 쑥 나가서 담배를 피고 있길래 맘이 좀 안좋았으나 나때문에 서운하다고 했으니
풀어주려고 옆에서 아양 떰. 안통함. 결국 나도 좀 화나서 살짝 억양을 높혀 왜그러냐고 하자 내가 준 파닭을 육교에 집어 던지고 집에 가버림.
그때 당시에 백수라 나 만날 때 교통비가 부담된단 식으로 말해서 교통카드 쓰라고 내 신용카드 하나를 줬었는데 그것도 나한테 내팽개치고 가버림.
이때 헤어져야 했음. 개새끼-_-
4. 구남친은 자기네 집에 놀러와서 자기네 집에서 자고 가는걸 좋아함. 나도 뭐 싫지는 않았기 때문에 종종 놀러가서 자고 오기도 했고
구남친 어머님도 내가 안가면 좀 서운해 하시는 기색이 있어 일부러 더 갔음. 난 갈 때마다 절대 빈손으로 안갔음.
어머니가 치즈케잌 좋아하신다길래 치즈케잌 사다 받치고, 누나가 감자튀김에 맥주 마시고 싶다 그래서 사다 받치고. 내가 병신이었음.
암튼 하루는 그렇게 놀고 다음날 출근하는데 그날 구남친 지금 회사 면접일이었음. 양말에 다른 섬유 색이 이염되서 살짝 보라색으로 물들었는데
남친이 그걸 보며 투덜거리길래, 신발 신으면 안보이니까 신고 얼른 나가자고 했음. (난 지각에 임박한 시간이었음. 지 엄마가 차려준 밥을
꼭 먹고 가야한다고 늦었다고 재촉하는 내 말에 지 엄마 앞에서 이것만 다 먹고 가자고 짜증을 내길래 더 말할 수가 없게끔 만듬)
그걸 들은 어머니가 ㅋㅋㅋ 너 우리 아들이랑 결혼해서 이런거 신기면 안된다고 1차 어택. 뭐 원래 시어머니 입장은 그런거니까 그냥 웃으면서
네 어머님^^ 함. 그리고 이제 다녀오겠다고 하고 나오는데 내 뒤통수에 '근데 xx는 아침잠이 많은거 같은데 우리아들 아침은 챙겨주려나 몰라'
2차 어택. 아니 왜??????? 맞벌이 하는데 왜??????? 구남친이랑 출근 시간이 2시간이나 차이 나는데 내가 왜 꼭 아침을 차려야함?????
내가 전업주부도 아니고 나도 일하고 야근도 많고 나도 똑같이 사회생활 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이미 그 집안의 호구 며느리였음. 구남친한테 서운하다고 어필하니 언제나 그랬듯, '넌 너무 예민해. 울엄만 그냥 장난인데'
씨발새끼. 니네 엄마니까 장난이지!!!
5. 구남친 집에서 자고 출근하려고 화장실에서 씻고 있는데 어머니 왈. 'xx는 시집오면 아들부터 낳아야 한다~'
6. 얼마전 구남친 예비군 동원훈련 가는데, 짐쌀거 있다고 잠깐 자기 집 들르쟤서 집 들렀다 나오는데 어머니 왈. '우리아들 어제부터 설사가 심한데, 지사제좀 사서 들려 보내라~'
7. '자기야, 엄마가 막내누나 결혼하는 자금 나더러 좀 도와달래...'
생활비며, 아버지 병원비며, 공사비며 등등 조금도 보태지 않는 막내누나 결혼자금을 니가 왜??????? 모아둔 돈도 없으면서???
어머니는 어머니 명의 집도 있으면서????
하긴 구남친은 그 집은 꼭 어머니꺼라며 자긴 절대 탐내지 않겠다고 늘 나에게 입버릇처럼 말했음.
8. 헤어지게 된 절대적 계기.
좀 19금적인 얘긴데 구남친은 성관계를 엄청 좋아함. 암튼 그래서 한번은 구남친 알바 끝나고 같이 있는데 들어가자 마자 건드림.
그냥 뭐 일상이라 그러려니 했음. 구남친이 저녁을 안먹었기에 닭강정이랑 맥주를 사가지고 들어갔는데 조금 먹고 마시면서 얘기하더니,
'나 편하게 책 좀 읽다 잘게. 난 우리 사이에 침묵이 편안해 졌으면 좋겠어.' 함. 남자들은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 있지만 여자 입장에선 기분 더러움.
모텔비도 내가 냈고 들어오자마자 붙잡아서 성욕 채우더니 자기가 하고 싶은거 하다가 자겠다고 하는데 어느 여자가 안서운함?
하지만 다음날 구남친 출근해야 해서 길게 말하지 않고, 그 다음주에 같이 있자고 하기에 그 말 끝에 그냥 좀 서운함을 내비췄음.
각자 하고 싶은거 하다 잘거면, 데이트 비용도 조금 아낄겸 각자 집에서 자는게 낫지 않겠냐고. 저번에 좀 서운했다고.
아직 연애 한지 1년도 안됐고 결혼한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침묵이 편해질 수 있냐고 블라블라 했음.
단번에 '지친다'고 함. 하... 한숨이 나왔음. 나는 본인의 여러 가정 환경과, 상황에 대해 단 한번도 불평불만 한 적 없었고
속으로 삭히고 있었는데. 그 정도로 지친다고 함. 나는 진짜 먹고 싶은거 하고 싶은거 입고 싶은거 다 참아가면서 구남친이랑 더 즐겁게 놀 수 있다는
그 생각만으로 버티면서 만나고 있었는데. 하긴 초반부터 늘 저딴식이었음. 내가 외롭고 슬프고 힘든건 다 헛소리고
자기만 피해자인양...
휴...
이런식으로 쓰다간 진짜 한도 끝도 없겠음 ㅋㅋㅋ
암튼 한 3개월을 남친한테 월급 80프로 가까이 쪽빨리고 ㅋㅋㅋㅋ
걍 버려짐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음. 효자는 만나면 안된다고. 그리고 효도는 셀프라고.
여자 등골 빼쳐먹으면서 효도하는 새끼는 일찌감치 차버려야 한다고.
나도 앞으로는 남자 조건을 좀 따져 가면서 만나는 여우같은 년이 되어야 겠다고.
들어줘서 감사!
일하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