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군게가 갑자기 양성평등게로 바뀐 상황이 참 안타깝긴 하지만 베스트 올라오는 글들 보면 지금 시대에 필요한 글들,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내용들인 것 같아 시의적절한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성평등을 지향하며, 우리 사회에 성 불평등이 아직 만연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는 여성주의자들과 생각이 다릅니다.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와 고위 직급에 여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아마도 출산/육아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있어 정상적인 나라 구조라면 당연히 출산 휴가, 육아 휴직 등이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죠. 형식상 휴직이 보장되어 있다 하더라도 회사 입장에선 일손이 부족해진다는 점 때문에 여성 채용을 꺼리게 됩니다. 이 문제가 결국 고용/임금수준/장기근로와 그로 인한 직급 상승 등 전분야에 걸친 성 불평등을 야기하는 것이죠.
이 문제를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대로 그냥 무작정 쿼터제처럼 여성 고용 비율을 할당시켜버리고 임금도 무조건 동일하게 법제화시키고 여성 임원 비율을 무조건 남자와 동등하게 맞추게끔 강제하면 해결될까요? 아니오. 그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절대 아닙니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은 성평등에 있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성별이 남성이라고 돈 더 받는게 불평등한 일이듯 성별이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무작정 더 많은 고용기회, 더 많은 임금, 더 많은 진급 기회를 강제하는 것 역시 불평등이죠.
제대로 된 평등을 실현하려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대원칙 아래 여성에게 동일 노동을 할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여성의 출산/육아 휴직을 없애거나 줄이자는 말은 절대로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죠. 남성에게도 동일한 휴직을 제공해야 합니다.
출산과 육아는 남녀 모두의 문제입니다. 두 성별에게 모두 동일하게 부담되어야 할 문제죠. 그러므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해야 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출산/육아를 남녀 공평하게 분담 지우는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기업 입장에서도 더이상 여성 고용을 부담스러워하거나 불신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 똑같이 일정기간 휴직을 제공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여성에게만 저러한 휴직과 업무 공백을 이유로 고용/임금지급/진급에 있어 낮은 대우를 할 이유가 없어지죠. 남녀 모두 공평한 입장이니까요.
그러므로 고용과 노동환경에서의 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여성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여성 고용/임원 진급 쿼터제 따위나 무차별적인 동일임금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남녀 모두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원칙 아래 남성에게도 출산/육아 휴직을 여성과 완전히 동일하게 제공하도록 법제화 시키는 것을 압박해야 합니다. 이게 제대로 된 성평등이죠.
더불어 남자건 여자건 모두 고되고 힘든 일 하면 높은 임금 받는 게 당연합니다. 여성이 남성과의 고용/임금 격차가 어느정도인가를 올바르게 판별하려면 이러한 것도 고려한 새로운 통계를 내야만 합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힘들고 고된 일은 남성 위주로만 고용과 노동이 이뤄지고 있죠. 임금/고용 성평등을 주장하려면 이 부분에 있어 여성들이 자신들도 이런 일을 남성과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점차 증명해 나가거나, 아니면 육체능력의 차이는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평등의 기준에서 제외하던가 해야죠. 예를 들어 경찰/군인의 경우가 그러합니다. 그런 특수 직종에서의 고용/임금 수준 평등을 말하려면 남성과 동일한 신체검사를 통과하고 동일한 노동을 하는게 맞죠. 여성만의 낮춰진 신검 기준과 육체적으로 덜 힘든 노동을 하겠다고 한다면 고용과 임금 수준 격차도 인정해야 마땅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