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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9575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6
    조회수 : 1110
    IP : 221.155.***.186
    댓글 : 7개
    등록시간 : 2014/10/19 18:30:42
    http://todayhumor.com/?lovestory_69575 모바일
    [BGM] 사랑의 시 - 쉰 한번째 이야기



    6.gif

    이정하, 나의 사랑은 강렬했으나

     


     

    강한 것이, 열정적인 것이 좋은 걸로 알았다

    특히 사랑에는

    광화문 네거리에 걸려 있는 전광판처럼 화려하고 거창해야

    나는 내 사랑이 너에게 당도할 줄 알았다

    나의 그렇나 강렬함에

    너는 내 손을 잡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너는 너무도 쉽게 피해갔던 것이다

    하기사 한 순간 짧게 퍼붓는 소낙비야

    잠시만 몸을 피하면 그 뿐 아닌가

    대신 나는 네가 뿌려놓은 가랑비에 몸이 흠뻑 젖었다

    너의 은은한 눈빛에

    너의 조용한 고개 끄덕임에

    너의 단아한 미소에

    내 몸과 영혼까지 다 젖고 말았다


    너는 나를 피해갔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너에게 머물렀다








    7.gif

    김재진, 새벽에 용서를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 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8.gif

    신석정, 꽃등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있다








    9.gif

    안도현, 사랑, 당신을 위한 기도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죄짓는 일이 되지 않도록

     

    나로 인해 그이가

    눈물 짓지 않도록

    상처 받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못견딜 그리움에

    스스로 가슴 쥐어 뜯지 않도록

     

    사랑으로 하여 내가 죽는 날에도

    그 이름 진정 사랑했었노라

    그 말만은 하지 말도록

    묵묵한 가슴 속에 영원이도록

     

    그리하여

    내 무덤가에는

    소금처럼 하얀 그리움만 남도록








    10.gif

    김남조, 편지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었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준 이가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귀절을 쓰면 한 귀절을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번도 부치지 않는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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