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저희 외가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부자였다더라구요.
일곱살짜리 여자아이가 머슴들 월급에 보너스를 얹어주면서
"이거는 니만 주는거니께 암한테도 말허지마라. 니가 일잘하는게 기특해서 그란다." 
라는 멘트를 달에 일곱번을 했다하니까요.
이게 머슴만 일곱인걸 알고 식모는 몇명이었는지 못들었네요.

 과일 날 철이 되면 집에는 과일이 커다란 광주리째로
몇광주리나 날라져오고
부엌 장독에는 식혜가 마르는 날이 없었답니다.
집 마당에다 동네 애들을 모아서 운동회를 하고선 그걸 핑계로 공책이며 연필이며 주섬주섬 모아주고
집잃고 떠돌다 이동네에 흘러들어와 처마밑에 비피하는 거지 가족 집을 사주고 머슴으로 고용해주고 그랬더랍니다.

동네에 워낙에 베풀고 사니 외할아버지는
아주 인망이 두터웠다는데,
실지 집에서는 할머니 두드려패고
첩이 날마다 바뀔정도로 여자가 많았고
물론 술, 노름도 빠뜨리지 않았답니다.
나중에 집안이 망한게 노름때문이었다네요.
여튼 집안에서는 사람이 싹 바뀌니
그 소문난 부잣집 애들이 배가고파 남의집 생쌀을 훔쳐먹을정도로 못살게 굴었답니다. 

그 난리에 결국 외할머니는 실성하셨고 돌아가셨답니다.
가세는 순식간에 기울고 이윽고 외할아버지도 돌아가시구요.
재산이 사라지니 쌓아온 명성따위 모래알처럼 사라지고
일전에 그 거지가족만 남아서 남은 형제자매를 돌봤지만
 결국 얼마 못가 뿔뿔이 흩어져 남의집 식모노릇들 하고살다가 어른이 되어 먹고살만해지자
이제 다같이 가깝게 살면서 그간 못지낸 부모님 제사도 챙기자고 했답니다. 
 
다시 모이고나서의 외할머니 첫 제사가 왔고
넘들 하는만큼만 구색맞춰 제사를 지내는데 별안간 졸음이 몰려와서 제사 도중에 모두 까무룩 잠이 들었대요. 
얼마나 지났는지 갑자기 퍼버벅!!! 하는 소리가 나서 놀래서 깼더니 할머니 사진 양옆으로 두었던 초가 꺼져있고 할머니 사진을 정확히 노린것처럼
촛농이 액자에 덕지덕지 붙어있었답니다.
그 소리는 촛농이 날아가 액자에 달라붙는 소리였던것같아요. 
상식적으로 옆에둔 초의 촛농이 가운데
놓인 사진에 퍽 소리가 날정도로 튄다는게 말이 안되니 다들 이제야 엄마 찾아 제사지낸다고 노한거라고들 추측했다고합니다.

그건 그렇다쳐도 왜 다들 그렇게 갑자기 기절하듯 잠들었던걸까요? 
별로 스펙타클하지도 않고 극적이지도 않은 이야기지만 살면서 그게 계속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