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저는 노무현이 무섭습니다. 흔히들 노무현과 부딪혔다가 뽀록 나고 망신살 뻗쳐 재기 불가능해진 이인제, 김민석, 정몽준 등을 보며 노무현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특히 요즘 노무현이 하는 일을 보고 있으면 저는 노무현이 무섭습니다. 그는 철저히 자신을 버리고 있습니다. 자신을 다 내주고 아예 정치판을 갈아엎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하지 않았던, 아니 못했던 방법으로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처음 그가 무섭다는 생각이 든 것은 1차 파병 때였습니다. 진보세력의 표현을 빌자면 "부시의 똥꼬를 핥은" 그 결정을 내리며 그는 눈도 하나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이 좋아서 그랬겠습니까? 자꾸 일부 진보주의자들이 노무현이 원래 그런 인간이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그건 그 사람을 잘못 본 겁니다. 노무현도 한 성질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욕 자기가 다 뒤집어 쓸 것을 알면서도 그는 꿈쩍도 않고 파병을 했습니다. 그것도 다변이라는 그가 변명 하나 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많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무서운 사람입니다.
노무현과 같이 확고한 지지자가 없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아무도 없었습니다. 국부로 추앙 받았던 이승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인권은 무슨 얼어죽을 인권!”이라고 일갈했던 박정희도, 그 못된 독재자 전두환도 확고한 지지자들이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가 주창했다는 “80/20의 원칙”에서 말하는, 전체 부의 80%를 소유한 상위 20%의 사람들이 그들입니다. 그런 기득권 수호를 위한 추종세력도, YS나 DJ와 같이 지역에 기반한 확고한 지지자도 노무현에겐 없습니다. 기껏해야 서프라이즈의 노무현 지지자들이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노무현은 정치판을 엎으려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이 무서운 이유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대통령이 이렇게 낮아진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데모와 최루탄이 난무하고 시내에 나갈 땐 마스크를 상비하고 다녔던 시절에도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대놓고 욕하지 못했습니다. 방송에서는 여전히 땡전뉴스였고 신문에선 겨우 1단 기사를 보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생활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민의 80%에게 매일 아침 반정부 찌라시가 우송되고 있고, 진보세력은 진보세력대로 기득권세력은 기득권세력대로 매일매일 대통령을 압박합니다. 그런데 이 분 말하는 것 보십시오. 1년쯤 지나면 괜찮아 질 거랍니다. 끄떡도 않고 맷집좋은 것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 대학시절에 불렀던 그 노래 가사처럼 “조금만 더 쳐다오 시퍼렇게 날이 설 때까지…” 하는 무서운 내공입니다.
지지자를 실망시키고 분열시키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훈수를 여기저기서 합니다. 맞습니다. 그냥 당선초기부터 큰 욕심부리지 않고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면서 갔다면 그게 가장 안전했을 겁니다. 그런데 노무현은 안전한 길을 버렸습니다. 아예 판을 갈자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 자기 살을 떼어내고 있습니다. 노무현 지지한 사람은 다 그 잘난 ‘평화개혁세력’이고 이회창을 지지한 사람은 전부 ‘수구기득권의 똥개’이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죠. 이제 그는 그 지지자들의 분리작업을 시작한 겁니다. 벌써 그 페이스에 말리기 시작한 일부 인간들은 그동안 자신들의 세 치 혀로 추앙해 마지않던 그 노무현에게 그게 다 대통령이 되기 위한 ‘생쇼’였다고 말합니다. 덕분에 그 사람들 수준은, 그들이 그렇게 증오하는 사람들, 햇볕정책도 DJ가 노벨상 타기 위한 쇼였다고 매도하는 사람들 수준으로 떨어진 겁니다. 한 방에 분리수거! 역시 노무현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그가 일하는 방식입니다. 어느 정권도 의회 다수를 점하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노태우도 결국엔 3당합당을 했고, 자민련까지 합쳐도 안되니까 김대중 전대통령도 사람들 빼와서 간신히 다수당을 만들었습니다. 의원 머릿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자민련이라도 붙들어 놓으려고 의원도 꿔주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 노무현은 검사들 시켜서 비리 수집하고 자기당으로 빼와도 시원찮은 판에 검사들과 대화한다고 하면서 사법부를 독립시켜버렸습니다. 그러더니 입법부에게도 너희들이 알아서 하랍니다. 입법부도 독립하라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는 행정부의 수반으로서만 일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니 1인 보스체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불안할 밖에요. 대통령에게 열심히 만나달라고 사정을 하는데도 안만나 줍니다. 부지런히 만나서 자리도 좀 챙겨주며 국회의원들 꼬드겨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말입니다. 알아서 하라는 겁니다. 무서운 사람입니다.
게다가 노무현의 탈당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사상 초유의 대통령 1인 시위’라고 봐야 합니다. 감사원장 국회 부결을 계기로 지금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시위하는 겁니다. “저 당리당략에 물든 국회의원, 자기 밥통 껴안고 꼼짝 안하는 국회의원, 지역감정 건드려 당선되려는 지역토호 국회의원들 다음 선거에서 바꿔주지 않으면 정말 이 나라 어떻게 될지 국민들이 알아서 하십쇼!”라고 말입니다. 세상에 어느 나라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시위를 하고 협박을 합니까? 노무현은 무서운 사람입니다.
무섭다는 것도 차원이 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의 무서움은 조폭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것은 옳다고 믿는 그 길을 향해, 비록 지금은 알아주는 이들이 없어도 그 길이 옳다고 믿고 혼자 시작하는 것입니다. 모든 선각자들이 그러했듯이 말입니다. 노무현은 지금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무섭도록 고독하게 말입니다.
재신임조차도 두려워 하지않고 국민들에게 묻는 그...
그래서.... 저는 노무현을 지지합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