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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8876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3
    조회수 : 1161
    IP : 183.97.***.159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4/09/18 21:15:22
    http://todayhumor.com/?lovestory_68876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1.gif

    김현승, 불완전 



    더욱 분명히 듣기 위하여 
    우리는 눈을 감아야 하고

    더욱 또렷이 보기 위하여 
    우리는 우리의 숨을 죽인다

    밤을 위하여 
    낮은 저 바다에서 설탕과 같이 밀물에 녹고

    아침을 맞기 위하여 
    밤은 그 아름다운 보석들을 
    아낌없이 바다 속에 던진다

    죽은 사자의 가슴에다 
    사막의 벌떼는 단 꿀을 치고

    가장 약한 해골은 
    승리의 허리춤에서 패자의 이름을 빛낸다

    모든 빛과 어둠은 
    모든 사랑과 미움은 
    그리고 친척과 또 원수까지도
    조각과 조각들을 서로 부딪치며 
    커다란 하나의 음악이 되어
    우리의 불완전을 오히려 아름답게 
    노래하여 준다






    2.gif

    이해인, 단추를 달듯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고 있는 
    나의 손등 위에 
    배시시 웃고 있는 고운 햇살 

    오늘이라는 새 옷 위에 
    나는 어떤 모양의 단추를 달까 

    산다는 일은 
    끊임없이 새 옷을 갈아입어도 
    떨어진 단추를 제자리에 달듯 
    평범한 일들의 연속이지 

    탄탄한 실을 바늘에 꿰어 
    하나의 단추를 달듯 
    제자리를 찾으며 살아야겠네 

    보는 이 없어도 
    함부로 살아 버릴 수 없는 
    나의 삶을 확인하며 
    단추를 다는 이 시간 

    그리 낯설던 행복이 
    가까이 웃고 있네 






    3.gif

    윤수천, 기둥과 언덕 



    만원 전철 안에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서 있을 수 없다 
    내 옆사람 또 옆사람들이 
    기둥이 되어 줄 때 
    나도 하나의 기둥으로 설 수 있다 

    어찌 전철 안에서뿐이랴 
    사람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내 이웃 또 이웃들이 
    보이지 않는 언덕이 되어 줄 때 
    나도 하나의 언덕으로 설 수 있다






    4.gif

    오정방, 나는 바보 


      
    욕하면 
    그 욕을 먹을지언정 
    따라서 욕하지 못한다 

    때리면 
    그 매를 맞을지언정 
    맞서서 때리지 못한다 

    버리면 
    버림을 받을지언정 
    스스로 버리지 못한다 






    5.gif

    강인호, 선물



    내 너무 가난하여
    그대에게 줄 것이 없네

    헤진 마음 한 자락
    곱게 다려 보내드리거니

    아름다운 사람 만나
    눈물 흘릴 일 있거든

    접었던 마음 꺼내어
    그대 손수건이 되었으면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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