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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story_68803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7
    조회수 : 1386
    IP : 183.97.***.159
    댓글 : 17개
    등록시간 : 2014/09/15 21:05:08
    http://todayhumor.com/?lovestory_68803 모바일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스물세 번째 이야기



    1.gif

    공광규, 소주병



    술병은 잔에다
    자기를 계속 따라 주면서
    속을 비워 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
    길거리나
    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리고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2.gif

    장미숙, 도시인 



    한여름 밤 
    쑥 연기 모기 쫓고 
    별 무리 헤어 보던 
    깜깜한 밤이 그립다 

    경계 없는 낮과 밤을 오가며 
    원인 모를 두통 
    몇 알의 진통제를 넘기고 
    환상의 세계에서 
    앞으로만 달리는 도시인 

    화이트칼라 속 
    가슴은 검게 타는데 
    생명 잃은 수돗물 
    끈끈한 하루를 헹구고 
    무기력에 익숙하다






    3.gif

    정소슬, 새벽 산책길에서 



    아스라한 초원 끝 
    지평선을 뚫고 솟구치는 
    태양을 보노라면 

    나도 저처럼 
    꿈 많은 얼굴로 
    태어났겠지 싶다






    4.gif

    나태주, 완성



    집에 밥이 있어도 나는
    아내 없으면 밥 안 먹는 사람

    내가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내는
    서울 딸네 집에도 못 가는 사람

    우리는 이렇게 함께 살면서
    반편이 인간으로 완성되고 말았다






    5.gif

    김시종, 새벽길 소년 



    딴 아이들은 
    따뜻한 잠자리에 있을 시간, 

    소년은 샛별을 보며, 
    신문을 돌린다. 

    별빛 아래 
    청소부 아저씨의 
    개나리 옷이 보인다. 

    소년의 뺨 위에 
    찬바람이 파고든다. 

    엄마 아빠 다 여의고, 
    신문 배달 소년이 되어 
    할머니를 모시는 장한 소년 가장 
    소년의 볼을 깎는 찬바람은, 
    한파(寒波)가 아니라, 세파(世波)였다







    통통볼의 꼬릿말입니다
    ouprofile.php?mn=315970&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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