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늘상 이기는 선거. 여당의 선거만 해오신 영감님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소. 여당의 선거는 그런식이니까. 소위 "콘크리트"라 불리는, 그냥 무조건 1번찍는 지지자들을 바탕에 깔고 "얼마나 더 플러스 해 올 것인가?"만 생각하면 되는 여당의 선거는 숫자놀음이 맞소.
하지만 야당의 선거는 다르오. 야당의 선거는 "어떻게 마이너스를 줄일 것인가?"가 선행되어야 하오. 야당은 핵심 지지층조차 맘에 안들면 투표 포기하거나 사표던지는 사람들이오. 콘크리트가 아니란 말이오. 특히나 이 지지층은 뉴미디어에 능한 세대들이오. 조중동종편이 세상의 진리라고 생각하는 콘크리트와 다르게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움직이고 그것을 "공유하는" 세대요. 당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가 세작짓을 하고 누가 분탕을 치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단말이오. 새누리 콘크리트마냥 당에서 하는 일이라면 "그래. 다 잘 하고 있는 거겠지." 라고 해줄거라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이오.
둘째. 영감님이 정말, 영감님을 영입하기 위해 삼고초려한 문재인을 민주당의 대선주자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되오. 총선이 끝나고 "이제 대선이 남았으니 문재인을 중심으로 뭉치시오."라고 영감님이 한마디만 하면 상황이 다 정리될 줄 아시오? 이것 역시 새누리와 다르오. 새누리는 대선후보가 정해지면 일단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대선후보를 밀어주지요. 계파싸움은 선거끝날 때까지 잠시 미뤄두고 말이오. 하지만 민주당은, 특히 지금 영감님 주변의 박영선이나 김한길같은 인물들은 그렇지않소. 그들은 자기계파의 대선후보가 아니면 자당의 대선후보라도 눌러버리고 만년 2등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란 말이오. 여당의 선거만 겪어본 영감님은 이해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영감님이 문재인을 정말 대권주자로 생각한다면, 무조건 쳐내야 할 인물들이란 말이오.
셋째. 중도를 끌어오는 방법을 착각하고 있소. 대한민국의 소위 "중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친노니 비노니 그런거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아니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먹고 사는 문제"요. 그래서 새누리당이 선거때만 되면 그토록 집요하게 "경제"를 부르짖는거요. 박대통령이 불과 10일만에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말을 뒤집은 것도 바로 총선때문이오. 문재인이 왜 영감님을 영입하기 위해 그토록 공을 들였겠소? 영감님이 민주당 입당한다 할 때 왜 새누리당이 그토록 과민반응한지 모르시겠소? 바로 "경제"라는 아젠다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 영감님이기 때문이오. 그 아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그토록 영감님 영입에 공을 들인 것이고, 아젠다를 빼앗겼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그토록 충격을 먹었던거요.
중도층을 끌어오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오. 여당이 지금껏 저지른 경제적 실책들이 무엇인지, 그것이 중도층 자신들의 삶을 얼마나 팍팍하게 만들었는지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이오. 문제는 그 말을 누가 하느냐에 달린건데,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감님을 모셔온거요. '경제민주화의 상징 김종인이 여당의 경제실책을 논한다.' 이 얼마나 심플하면서도 묵직한 핵직구요? 바로 그것이 야당지지자들이 기대하는 영감님의 역할이고, 영감님을 영입한 이유이자, 중도층을 끌어올가장 확실한 무기인데,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박영선이 주도하고 여당 기관지들이 부추기는 계파싸움에 휘말려 분별력을 잃은 영감님을 보고 있자니, 당원들과 지지자들은 속에서 천불이 나오.
자신의 역할과 무기를 제대로 알고 써주길 바라오 영감님. 총선 끝나면 떠날 사람인 당신이 민주당내 계파싸움에 엮이면 말년에 좋은 꼴 못보오. 정말 스스로를 문재인 킹메이커라 생각한다면, 우선 당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박영선부터 쳐내길 바라오. 모든 문제의 첫단추는 그것부터니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