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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85402
    작성자 : 지하인간
    추천 : 46
    조회수 : 7267
    IP : 121.128.***.159
    댓글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5/28 16:33:44
    원글작성시간 : 2013/05/27 22:41:35
    http://todayhumor.com/?humorbest_685402 모바일
    아나운서. 을. 여자



    어떤 이유로든 자기 팀 선수, 나가서는 자기 팀 전체가 욕을 먹는 일은 기분 나쁜 일임에는 분명하다.

    선수가 다친 것이 자기가 다친 듯 아프고, 선수가 술 먹고 개판을 쳤든(우리 롯데의 정수근 아재랄지),

    꽃다운 나이의 전도 유망한 아나운서를 죽음으로 몰고갔든, 그래도 내 집안 새끼라고 감싸고 싶은 마음이 1g은 들지. 

    그게 팀을 응원하는 팬의 마음이니까. 다만, 술 먹고 개판치고 다니고, 사람의 존엄을 욕 보인 건 

    질타 받아 마땅한 일이고, 전체 야구팬들의 힐난에 입 닥치고 있어야 함이 옳으며, 팬이라면 먼저 나서서 

    "니 함 맞아 볼래? 야구나 단디 안 하고 뭔 헛 짓거리고?" 라고 나무랄 줄도 알아야 한다. 

    그것 또한 팬이 가져야 할 마땅한 팬심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결국은 팀, 또 종래엔 그 선수의 장래를 위한 일이 될 테니까.


    우리는 어떤 잘못을 접했을 때 분노하고, 공론화 하기를 즐기지만,

    막상 누군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지적하면 태도를 바꿔, "다들 그래." ,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거나, 나아가선 "그러는 넌 얼마나 깨끗하다고 그래?" 라며

    정당한 지적 자체를 무마해 버리려 애를 쓰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본다.

    작게는 지하철에서 노약자 석에 당당히 앉는 무개념 청년부터, 크게는 회사 내의 횡령까지.

    어쩌면 당장 누군가 죽어 나가거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는 사태가 아닌 이상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균형점이 명백함에도, 마음대로 곡선을 이동시켜 놓고는

    그 새로운 균형점이 마치 사회적 합의의 범위 안에서는 유효하다는 양, 착각을 하고, 주장을 한다.


    나는 물에 옴팡 젖은 아나운서를 보면서 이 사회의 성 담론에 대해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그라운드에는 남성 아나운서가(리포터가) 사라졌다. 마이크를 잡은 젊고 아름다운 그녀들은

    아름다운 의상을 입고, 더 이상 사냥을 할 필요가 없는 탈 신석기 시대에 가장 사냥꾼에 가까운 남성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 더러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그래서 늘 루머가 따른다. 그녀의 의지에 따랐든, 아니든.

    한때 여성주의의 최선봉에 있었던 이화여대를 중심으로 어깨에 뽕이 들어 간 짙은 색의 마이와, 뒤로 쪽지게 질끈 묶은, 

    거기에 하장기 없는 얼굴을 종합한 스타일이 번식한 적이 있다.

    과도기의 여성주의자들은 스스로 여성성을 최대한 거세함이 남성 중심의 폭력적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한 방편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한때 꽃피는가 싶었던 여성주의는 경제가 어려워지며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 사멸에 가깝게 잊혀졌는데,

    이는 사회 전반으로 봤을 때 분명 하나의 손실이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이라는 담론에 

    가장 맹렬하게 저항한 사상이 여성주의였기 때문이다. 


    갑과 을의 눈물겨운 폭력이 인구에 회자되는 가운데에도 우리는 우리 사이에 만연한 폭력에 무감하다.

    임 선수가 아나운서에게 저지른 행위는 폭력이다. 자명한 폭력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동종의 전과? 도 있다.

    과연 아나운서 그녀가, 그녀가 아닌 그였음에도 임선수가 함부로 그랬을 수 있었나에 대한 의문은 너무 머니까 차치하고.

    (포스코 상무가 외국 항공사의 외국인 승무원에게도 그럴 수 있었을까? 

    대변인이 그 인턴이 금발의 백인 여자라도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문제와 궤가 비슷 하지만)

    문제는 이 폭력을 대하는 일부 팬들과 야구인들의 폭력에 대한 관념 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이 어떤 피해를 입었건, 그 피해로 인해 그들을 제외한 다수의 사람들이 불쾌감을 갖게 되었건 아니건,

    이 "일부" 들은 그 폭력의 피해에 대해 무감하다. 빤히 다친 사람이 있는데도, 외국의 사례를 보니 그건 다친 게 아니야

    원래 그런 문화의 하나야, 라고 변명을 늘어놓지를 않나.

    다치게 했음에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 선수가 몰랐다고 하며 사과를 하는데 왜 과민반응을 보이냐며 변명을 한다.


    "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와, "다들 그래." 라는 말은 다분히 폭력을 행사하는 입장을 정당화 하는 말이며,

    애당초 사건에 대한 잘못이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배재한 매우 폭력적인 말이다.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고, 스스로 잘못을 말 할 때 사회는 그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이지만,

    의사결정이 아닌 규범, 폭력의 문제에서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감싸려 들거나, 지적하는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 하는 입장을 취한다면, 설상가상 '거기에 망상이 곁들여졌을 때' 우리들은 그들을 일베1충이라 부른다. 


    이번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은 아나운서이고, 그 다음은 유광잠바 입을 날 오기를 학수고대하며

    어린 선수의, 그리고 나이만 먹었던 여전히 어린 선수의 철 없는 생각을, 옹호 할 생각 없는 엘지 트윈스 팬들이다.

    봉변을 당했음에도 미소를 지어 보이며 인터뷰를 잇는 아나운서를 보니 참 마음이 아프다.

    웃는 수 밖에 더 있나? 또 봐야 하는 선수들, 펑크 내서는 안 되는 전국 방송, 여러 관계들. 웃어야지. 

    나 하나만 더럽고 또 더러워도 꾹 참으면 되는 걸, 웃고 방송 해야지.

    어디서 많이 본 패턴 아닌가? 생각을 좀 해봐 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다.




    써 놓고 보니 좀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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