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여름 피서철이었어요
매미소리와 함께
역시 여름하면 계곡이 빠질 수 없죠
그래서 그 날은 친구 4명이서
그릴과 번개탄, 고기 등등 바리바리 싸들고 트렁크에 실어 경남권의 유명한 계곡으로 훌쩍 떠났습니다
남자 넷이서 다들 속으로
우연한 핑크빛 만남을 꿈꾸고 있었더랬죠~
그런 설레임으로
오전 11시쯤 도착을 했는데!
얼렐레... 와 벌써 피서객이 엄청나게 모여있네요...
가족 연인 친구할 것 없이
저는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이곳에 온 줄 알았어요
빼곡히 텐트와 돗자리가 펼쳐져있고 수영복을 입은 애들, 반팔 반바지의 어른들로 빽빽하드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나.. 생각 중에
저희 일행은 차를 끌고 무작정 상류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표지판도 없는 산길을 따라 쭈욱 올라가는데, 자칭 베스트드라이버라고 자부하는 놈이 뭔갈 보여준다면서
소리를 꽥 지르더니,
어쨌든 사륜구동 모드로 바꾸고
비포장도로를 씽씽달리더라구요...
이 길로 가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불안했는데..
왠걸?
정말 유토피아 같은 곳이었어요
이건,
이건... 정말 사람의 손길이 하나도 닿지않은
순수한 자연 그대로 였지요..
조그마한 폭포와 계곡을 둘러싼 울창한 숲... 그 중앙엔
원을 그리듯 낮고 깊은 계곡물이
조화롭게 흐르고 있었어요..
'그래 여기다! 이제 여긴 우리만아는 유토피아다! '
하면서 짐을 내리고 바로 계곡물 옆에 텐트를 쳤죠
한가지 아쉬운점이라면...
사람이 없는것은 좋은데..
여자도 없다는게.........
뭐...
그래도 이렇게 친구 네명이서 마치 이 멋진자연을 전세낸 것 같은 기분을 언제 만끽해보겠어요
저희는 자리를 펴자마자
옷을 훌러덩 벗고
얼음장 같이 차가운 계곡물에 들어가 정신없이 놀았어요
마트에서 산 싱싱한 수박을 계곡물에 넣어놨다가
중간중간에 박살내서 뜯어먹고 놀다보니
배도 고프고 지쳐서 본격적으로
물가에서 나와 텐트 옆에서 고기를 굽고있었죠
그리고 역시 빠질 수 없는
소주와 함께....
그렇게 자연과 벗하여 친구와 한잔 두잔 마시다보니 금방 해가 떨어지더라구요
그때 였어요,
친구 한명이 무릎을 탁-치고
일어서더니
'으아 도저히 더워서 못참겠다!'
하고는
계곡물속으로 뛰쳐들어갔어요
그래요..
여느 사람같으면 술먹고 물에 들어간다는데 말렸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말리지 않았습니다.
일단 셋이서 여자문제로 진지한대화를 나누고 있었던건 둘째치고
그 친구는, 초등학생때 부터 13년 가까이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친구였습니다..
뭐 국가대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대회 같은 곳에서는 메달도 따고했을정도니까요..
그래.. 놀다온나.. 하고는
나머지 저희 3명은 아주 음흉하고 깊은 그런얘기를 주고 받고있었죠
그런데 이십분쯤 흘렀을까요?
이상하더라구요..
세명이서 신나게 떠들고 있다가
잠깐 정적 타이밍이 있었는데
너무 고요한거에요.
아까전까지만 해도 첨벙첨벙거렸던 계곡이 마치 제 친구를 삼켜버린것 처럼 잠잠해진걸 저는 깨달았어요
'준호야!! 준호야~!!'
소리없는 메아리만 어두컴컴한
산 속 안에서 울려 퍼지더군요..
그때서야 심각성을 알고
저는 물가로 들어가서 준호를 찾기시작했어요.
'준호야!! 준호!! 장난치지말고 나와!!'
어?
' 살ㄹ ㅈ ㅝ '
' ㅅ ㅏㄹ 려 ㅈ ㅝ '
정말 덤덤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누군가 저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어요
제 시선은 무언가 홀린 것 처럼
계곡의 가장 구석쪽으로 쏠렸습니다
어두워서 잘은 안보이지만
저는 본능적으로 사람 형체가
계곡 물위로 둥둥 떠있는걸 알아챘어요.
텐트쪽으로
' 얘들아! 준호 빠진거같아! 빨리와봐!! '
라고 외친 후
저는 준호있는 쪽으로
첨벙 첨벙 되면서 들어갔어요
근데 뒤늦게 뛰어온,
평소에도 의리 넘치고 운동잘하는애가 저를 앞지르고 먼저 달려가더라구요..
나머지 한명도 제 뒤로 따라오고있었구요
먼저 간 그 친구가 물이 허리쯤
찼을때쯤 부터는 헤엄을쳐 가더군요... 뒤따라가던 저희랑 벌써 30m 정도 차이가 날때였어요
그리고 그 앞서간 친구가 준호 근처에 가더니
다시 저희 쪽으로
미친듯이,
아주 미친듯이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야 당장 물 밖으로 튀어!!!!!'
저희는 영문도 모른채로
무서운 마음에
허리가 물에 반쯤 잠긴 채로 다시
텐트가 있는 쪽으로
힘껏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슬리퍼도 벗겨지고 난리도 아니였죠..
헥헥 거리면서 저희 두명은 물가로 나와서 쓰러져있었습니다.
조금 후에 먼저 저를 제치고 헤엄쳐 갔던 친구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저희쪽으로 왔어요.
오자마자 저희는 물어봤죠
준호 지금 빠진거아니냐고 빨리 구해야하는거아니냐고....
그러더니 걔가 헉헉 되면서 하는 말이...
준호 그 새끼... 두 눈 시퍼렇게 뜬 상태로
몸은 없고 얼굴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어..
그리고,
그렇게 미친듯이 계곡에서 빠져나온 이유는
준호가.......
우리쪽을 바라보면서
소리없이,
입가가 찢어질만큼 웃고있었데요........
출처 웃긴대학 공포게시판 이야기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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