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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672822
    작성자 : 사닥호
    추천 : 22
    조회수 : 1995
    IP : 210.180.***.19
    댓글 : 12개
    등록시간 : 2016/02/28 20:37:10
    http://todayhumor.com/?sisa_672822 모바일
    국회 속기사, 빠른 손보다 듣는 귀가 중요하다
    경력 15년차 속기사로 현장 최고참에 속하는 최혜련 주무관(오른쪽)과 2년차 손아영 주무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말'이 오가는 여의도동 1번지 국회. 한시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말을 고스란히 기록하는 속기사에게 가장 궁금한 질문은 역시 '얼마나 빨리 받아칠 수 있는가'였다. 하지만 빠르게 쓴다는 뜻의 '속기'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이 같은 단순한 궁금증에 15년차 속기사로 현장에서 뛰는 최고참급 속기사 최혜련 주무관은 "속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매일 바뀌는 정책 현안에 대해 각계 전문가 집단인 국회의원들은 맥락을 생략하고 발언하는 경우가 다반사기 때문이다. 속기사는 빨리 받아치는 직업이라고 흔히 알려져 있지만 실은 정확하게 알아듣고 찾아보기 쉽게 기록으로 남기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말이 특별히 빠르거나 사투리를 쓰는 의원들의 말을 속기하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한 상임위원회를 맡아 소속 의원의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처음에 잘 알아듣지 못했던 의원의 말도 결국은 들린다"고 프로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최 주무관은 "누가 더 정확히 듣느냐, 듣는 귀가 더 좋으냐가 관건"이라면서 "귀는 시험을 안 보는데 들어오고 나선 손보다 귀가 더 중요하다고 깨닫게 된다"며 웃었다.

    최 주무관은 "소위원회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말이 오가고 의원들은 모두 전문가이기 때문에 주어를 생략하고 말한다"면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용어들이 그때 파악되지 않으면 속기 이후에도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담당 상임위 관련 현안을 항상 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속기사들은 5분, 10분, 15분 등 짧은 간격으로 교대하며 속기하는 그 순간보다는 정확한 '받아쓰기'를 위해 미리 공부하고 기록 후 정리하는 과정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바쁘게 일한다. 단 5분 속기를 하고 나와 전문 용어를 확인하는 데 2박 3일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예산정책처에서 발간되는 보고서와 연구결과 등 간행물을 꼼꼼히 살피는 것도 완벽한 속기를 위한 준비작업에 속한다.

    국회 의사국 의정기록1과 이순영 과장은 "얼핏 보기에 국회 속기사는 기술적인 능력이 더 필요해 보이는 직업으로 보이지만 기술적인 능력보다는 지적 능력이 더욱 요구되는 직업"이라면서 "발언을 하는 사람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면 글로 풀어낼 수 없기 때문에 발언자와 동일한 지식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예산 심의를 기한 내에 마치면서 연말을 가족과 보냈지만 그렇다고 국회선진화법이 마냥 고마운 것은 아니다. 일명 '날치기 방지법'인 선진화법 때문에 전처럼 최루탄을 맞을 수도 있는 극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화와 타협 정신을 기본으로 하는 선진화법의 취지 탓에 절대적으로 회의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최 주무관은 "사실 전에는 회기와 비회기 구분이 명확해서 비회기 땐 분주한 느낌이 적었는데 요즘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들어서도 비회기 도중 열린 국무총리와 장관 인사청문회, 공무원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등으로 회기 때와 다름없는 바쁜 날을 보냈다.

    국회 속기사들은 일반 공무원과 똑같이 수당에 대한 규정을 적용받기 때문에 아무리 추가 업무 시간이 길어져도 하루 최대 4시간까지만 추가 업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그마저도 야근이 집중되는 9~12월 기간에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추가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야근보다 더한 고충은 시간이 정해진 회의가 아니다 보니 퇴근 시간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회의 비중을 보고 야근 인원을 정하는데 익일 회의록 발간을 요하는 중요 회의는 절반 이상의 속기사들이 남아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다.

    20여년 '빠르게 받아치는' 업무에 종사하면서 얻게 되는 직업병도 있다. 일반 사무직 종사자들도 흔히 겪지만 어깨나 손가락, 손목 관절에 대한 부담이 훨씬 큰 편이다. 또 속기한 원고를 자세히 보고 교정하는 과정에서 시력저하와 안구건조증 등은 덤으로 따라온다. 2년차 신입 손아영 주무관은 회의가 길어지니 '미용'을 포기하고 렌즈 대신 안경을 선택하게 되더라며 육체적 피로를 호소했다.

    최 주무관은 "지금 하고 있는 회의가 몇백년 후에도 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는 사명감이 있다"면서 "특히 활자로 정제된 자료는 의원뿐 아니라 학생, 교수 등의 연구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며 자부심을 나타냈다.

    국회 속기사들은 회의가 끝난 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연락이 오는 의원들의 전화가 오히려 반갑다고 했다.

    요즘은 의원들이 회의 도중 "지금 이건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발언하는 것"이라고 '무언의 관찰자'인 속기사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줄 때면 책임감과 동시에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출처 http://www.fnnews.com/news/201504081744143240

    2015년 4월 기사입니다.
    사닥호의 꼬릿말입니다
    VcX0HF6.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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