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교툐대 RIMS 연구소의 모치즈키 교수가 본인의 홈페이지에 조용히 논문 네 편을 올립니다. 도합 500장이 넘는 논문들은 그가 10년 넘게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그 중에는 27년 동안 풀리지 않던 정수론의 난제 abc-추측의 증명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증명이 참이라면 정수론 연구가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는 21세기 가장 혁명적인 연구가 될 겁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나 푸앵카레 추측의 증명에 비견될 정도)
하지만 겸손킹 모치즈키는 아무에게도 이 놀라운 눈문에 관해서 이야기를 안 합니다. 그저 논문을 올려놓고 세상이 알아봐주기를 기다립니다. 결국 RIMS 연구소의 동료인 타마가와 교수가 모치즈키의 논문을 발견하고 본인과 친한 정수론 학자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영국의 Ivan Fesenko 교수가 가장 먼저 연락을 받아서 바로 논문을 읽어봤습니다. 그리고 답장이 왔습니다.
"야, 뭔 소린지 모르겠어."
논문을 이해하는데 실패한 Fesenko는 본인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논문을 읽은 정수론 학자들은 역시 같은 반응입니다.
"이게 도대체 뭔 소린데?"
증명을 위해 모치즈키는 완전히 새로운 수학 분야를 개척했습니다. 그의 이론은 IUT(Inter-universal Teichmüller theory)라 불리는데, 순수수학에서도 가장 순수하다는 정수론의 관점에서도 과하게 추상적인 이론이었습니다.
"이걸 읽고 있으면 마치 미래나 외계에서 온 논문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 Jordan Ellenberg (위스컨신대)
모치즈키 본인에 의하면 이 이론을 이해하는데 수학과 대학원생은 10년이 걸릴 것이고, 정통한 산술기하학자(산술은 정수론의 다른 이름)도 500시간 정도 걸릴 거라고.
문제는 모치즈키가 해외로 안 나갑니다. 그는 5살 때 미국으로 가서 쭉 미국에서 교육(필립스 엑시터 졸업, 프린스턴 학,박사) 받았는데, 25살에 교툐로 돌아온 뒤로 모든 해외 초청을 거부했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절합니다. 저자 본인과 도무지 소통이 안 되니까 다른 수학자들은 IUT를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2014년에 모치즈키의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옵니다.
"그거 이해하려면 니들 뇌에서 수년 째 당연히 받아들였던 사고 패턴들을 완전히 없애야 돼."
벨기에 수학자 Lieven Le Bruyn는 그의 블로그에 이렇게 씁니다.
"나만 그런거야? 모치즈키가 수학계 전체에 빅엿을 날리는 거 같은데?"
2015년 겨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아시아 밖에서 IUT에 관한 학회가 열립니다. 수많은 정수론 학자들이 IUT를 이해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합니다. 오직 모치즈키를 만나기 위해 교토까지 찾아가는 수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년 초 쯤 모치즈키의 논문이 게재될 것 같다는 소식입니다. 아무도 이해를 못해서 리뷰가 불가능했던 논문이 드디어 리뷰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 같습니다. 모치즈키 교수와 리뷰하느라 고생하신 분들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