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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중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다.
대학도 같은 대학에 진학했고 회사도 같은 곳에 입사했다.
한 여자를 두고 싸운 적도 있다.
결국 회사에서 주최한 타이핑 콘테스트에서 더 좋은 성적을 따내는 사람이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했고, 결국 그녀는 친구의 아내가 되었다.
그녀의 이름을 쿄코(京子)라고 하겠다.
어느 날 친구와 술을 마시러 가던 중 친구가 어느 도시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투명 인간이 되는 옷] 이라는 것이 젊은 이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모양이다.
자켓, 모자, 신발, 장갑 뭐가 되었든 그 것을 착용하면 그 사람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말소되어버린다는 내용이었다.
그저 모습이 사라지는 흔히 알려진 [투명인간] 과는 조금 다른 성격인 것이다.
존재가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도시전설.
우리는 바보같은 그 도시전설을 안주삼아 벌컥벌컥 술을 마시고 상당히 취했다.
가로등이 뜸한 길을 친구와 함께 갈지자로 터덜터덜 걷고있는데 길 한가운데에 장갑이 떨어져있는 것이 보였다.
장갑은 왼쪽 용 한짝 뿐이었고, 약지 부분이 뜯어지고 없었다.
친구는 안에 뭐 들어있는게 아니냐며 웃음을 터뜨리며 장갑을 주워들었다.
물론 그 장갑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평범한 장갑이었다.
"뭐야, 재미없게."
친구는 삐죽대며 왼 손에 그 장갑을 꼈다.
"그러지마. 개 똥이라도 묻었을지 누가 알아."
"오오, 딱맞는구만 그래."
나는 친구를 만류했지만 친구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기쁜듯 장갑을 끼고 있는 친구의 손을 보고 나는 그만 놀라고 말았다.
왼쪽 손 약지가 없어졌다.
"어, 너 손가락이!!!!"
"손가락이 왜?"
기겁하는 나를 보고 친구는 이상하다는 듯이 말했다.
취기가 단숨에 달아난 나는 횡설수설 친구의 왼쪽 약지 손가락이 사라졌다고 설명을 했다.
"무슨 소리야. 내 왼손 약지 원래부터 없잖아."
"너 그럼 결혼반지는 어쨌어?"
"내가 언제 결혼을 했다고 그래."
아무리 장난이라도 쿄코를 없는사람 취급하다니.
나는 조금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아까까지 기분좋게 대화를 나누던 친구의 표정 역시 조금 찌뿌려져갔다.
"너 쿄코를 그런식으로 말해서 되겠냐."
"쿄코는 네 아내잖아."
친구는 내뱉듯이 그 말만을 남기고 밤길속을 걸었다.
나는 친구의 머리가 이상해진게 아닌가 걱정하며 집으로 귀가했다.
집에 도착하자 쿄코가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전에 친구한테도 우리 집 열쇠를 줬었기 때문에 쿄코가 안에서 기다리던 것이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남편 상태가 이상하다고 나에게 상담하러 올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쿄코쨩, 있잖아."
"당신 저녁밥 냉장고 안에 있어."
"????"
쿄코는 그렇게 말하고 침실로 걸어갔다.
나는 당황하여 쿄코를 불러세웠다.
"자, 잠깐만 기다려봐. 뭐하는거야?"
"뭐하는거냐니?"
이상하다는 표정의 쿄코에게 나는 이상했던 친구의 상태를 설명했다.
"쿄코 그 일때문에 온거 아니야?"
"당신 친구때문에? 왜? 그것때문에 온거냐니 무슨말이야?"
쿄코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앨범을 꺼내어 우리가 부부라는 것을 설명이라도 하듯 많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안에는 나와 쿄코가 찍혀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진을 본 기억도 찍은 기억도 없었다.
쿄코는 불안해했지만, 나로서도 친구의 아내와 잘수 없는 노릇이어서 그날은 쇼파에서 잤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쿄코는 없었다.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누가봐도 집안 가구들이 독신 생활용 가구가 아니다.
출근하니 친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어제 쿄코쨩한테 이야기 들었어. 너 어제 한말 농담이 아니었던 거야?"
장갑을 벗은 지금도 친구의 왼손 손가락은 네개 밖에 없다.
친구는 간접적으로 나에게 정신병원이나 심리 상담을 권유했다.
나는 거부했다.
회사나 동창들 어느 누구에게 물어보아도 나와 쿄코가 결혼했다고 말한다.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당하고 싶지 않아서 모든 것을 기억해낸 척 하고 지금은 쿄코와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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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제블로그용(http://vivian912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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