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사업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쓰신 거 같아서 글 올립니다.
저희 아버지는 의류 프로모션 업체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스프리스 FRJ 이랜드 잠뱅이 등의 국내 브랜드로부터 오더를 받으면 해당디자인의 샘플제작부터 시작해
생산 품질관리, 의류 브랜드로 납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총괄하는 업체를 프로모션 업체라고 합니다.
2002년쯔음까지는 아버지 사업이 꽤 괜찮았기때문에 저는 그때 영국으로 미대 유학을 갈 수 있을 정도의 집안 형편이 되었습니다.
2005년도쯤 해서 군 입대 관계로 귀국을 했는데, 군에 가 있는 2년 사이 아버지 사업이 크게 어려워 져서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부득이하게 한국에서 다시 입시를 하게 되었는데, 사업이 어렵게 된 이유가 개성공단 사업과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 정권에 대한
아버지의 평가는 굉장히 박합니다.
개성공단 사업에는 문제가 많았는데, 이를테면 개성공단 내 공장들의 숙련도가 각 공장마다 차이가 있는데,
어느 공장과 계약을 할 건지를 우리측에서 정하는게 아니라 북한쪽 사람이 정하는 복불복이라는 점.
우리 측에서 북한에 입국해서 공장을 시찰하거나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
또 공장에서 수용가능한 오더의 양을 capacity 업계 말로 그냥 줄여서 캐파라고 하는데
자신들의 캐파보다 오버해서 오더를 일단 왕창 받아놓고 납기 시기와는 상관 없이
수임이나 조건이 좋은 오더부터 돌려서 수임이 비교적 낮으면 먼저 계약을 했더라도 납기를 어기는 등,
관리 감독상의 문제가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생산업에서는 생산 라인의 관리 감독이 상품의 품질과 직결되는 정말 중요한 문제인데,
북한측 관계자를 연변에서야 겨우 만나고 북한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데다,
QC(품질검사)까지 북한에서 끝내서 넘겨받았기 때문에, 품질에 하자가 있어도 울며 겨자먹기로 받을 수 밖에 없으셨다고 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납기인데, 대체적으로 의류 생산은 선 납품 후 수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납기를 지키지 않으면 수억대의 상품을 납품을 할 수가 없어져 마치 스베누 신발 생산했던 공장들처럼 빚더미에 앉게 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개성공단 글에 쓰신대로 겉으로 보기에 조건이 괜찮아 보여서 들어갔던 많은 업체들이
망하거나 거의 망하기 직전이 되어서 빠져나온 경우가 제가 아는 바로도 꽤 있었습니다.
공단측의 이런 문제들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뤄놓은 성과를 폄하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의도와 아이디어 자체는 정말 가치있는 시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때의 사업 자체가 성공적이었느냐라고 묻는다면, 사업 진행의 세부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섬세한 조율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북한의 공장에서 생산을 하면서 생산 라인 관리 감독을 할 수 없다는 제약, 생산되어 나오는 품질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고,
어느 공장과 계약을 하게 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불확실성등 사업 진행에 대한 제약이 많이 따르는데, 거기에 대한 어떠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채로 사업이 진행되어, 거기에서 입은 막대한 손실을 그대로 중소기업 업체가 떠안고 무너질 수 밖에 없었던
구조는 사실 아쉬움으로 많이 남습니다.
현재는 아버지는 베트남에 들어가셔서 거의 살면서 공장 라인을 관리하고 사업을 계속 하고 계신데,
베트남은 북한과 같은 공산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게 출입을 하며 품질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개성공단이 열린다고 하면 들어가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오면 한사코 그럴 일은 없다고 아직도 단호히 얘기하곤 하십니다.
사실 국제정치적인 차원에서 개성공단 사업은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경제 성과에서의 판단은 저에게는 좀 의문이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