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소통하자고 쓰신 글 봤습니다. 며칠전 만평도 보고 그 글도 읽은 제 소감을 말씀드리지요.
저는 올해 51세이고, 한겨레 창간주주에 창간 독자입니다. 88년 창간 당시에 대학4학년이었는데 등록금 벌려고 건축 노가다 알바 뛰어서 번 돈 20만원을 제대로 된 신문 하나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한겨레 창간 주주로 투자했습니다.
88년 당시 대학 등록금이 60만원이었는데 20만원이라는 저로서는 큰 돈을 한겨레에 투자한 것은 정말 그런 얼토당토 않은 양비론적인 만평이나 보려고 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한겨레 창간 초기에 박재동 화백께서 한겨레 그림판을 그려주실때는 창간 주주, 독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늘 위로하고 달래주며 당시 민정당, 민자당으로 이어지는 집권 기득권 세력들을 난타하는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만평을 보게 해주셔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제 기억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만평은 특히 92년 대선 끝나고 3당 야합의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고, 김대중 후보가 낙선되었을 때 바로 그 다음 날, 박재동 화백께서 그린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하나씩 뚫려있고 사람의 낙망한 표정의 그림..'
그 그림을 보면서 제 마음과 같아서 정말 밤새도록 분해서 잠도 못자던 제게 얼마나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박재동 화백은 확실하게 주주와 독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해줄 줄 아는 만평 작가이셨죠.
1992년 12월 대선 당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가 3당야합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에게 패배하고 난 다음날 박재동 화백의 한겨레 만평
그런데 요즘 한겨레 만평에서는 박재동 화백의 그 수준까지는 못도달해도 이번 더불어민주당 로고 희화화 만평처럼 주주들, 독자들 스트레스 주고 맥빠지게 하는 짓도 종종하더군요. 본인 혼자 똑똑하다는 생각하지 마시고 독자들 마음 헤아리고 주주들 마음도 헤아리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겨레에 만평을 그리시는 작가면 작가답게 한겨레 주주와 독자를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하고 달래주고 힘을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는 그런 만평을 그려주세요. 한겨레를 지지하는 대중의 정서와는 전혀 맞지 않는 뭣같은 양비론 따위의 만평 말고요.
저는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정의당같이 아직 교섭단체가 구성되지 않은 정당이 교섭단체가 되고 녹색당같은 군소 정당도 원내에 진출되길 바라는 입장에서 이번 협상이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떻게 더 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기에 더불어민주당을 까더라도 이런 식으로 깔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더 힘을 못쓰도록 새누리당의 주장에 경도되어 찬물 뿌린 국민의당의 얌체짓에 일침을 놔주고 선거구 획정을 제 맘대로 가져간 새누리당은 쥐잡듯이 잡아주는 그런 만평을 보고 싶다는 겁니다.
정말 작가님은 한겨레 주주와 독자들의 마음을 그렇게 모르세요? 모르시면 더욱 더 주주와 독자들과 대화 많이 나누세요.
끝으로 제가 한겨레 신문 창간 주주라는 것 인증하는 인증샷 올립니다. 한겨레신문 주주라는 것을 늘 자랑스러워하며 언젠가 본사에 방문했을 때 로비에 있는 동판 사진 찍은 겁니다. (황동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