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의유머 가입한지 10년이 넘어가는것같은데
대부분 눈팅만 하는편이라 정말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글쓰기 편하게 반말로 써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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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군대를 전역하고 나서 지금까지도
군대 동기나 선후임들을 만나면 항상 술자리에서 나오는얘기다.
아직까지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때는 약 2년전 2012년도 1월 강원도 철원에서 군복무 당시 이야기다
철원이야 워낙 눈이 많이 오고 한겨울엔 영하 30도까지 떨어지기로 유명해서
주간근무도 힘들지만 새벽에 하는 경계근무는 정말 발목과 손목을 자르고싶을정도다.
게다가 내가 있던 대대는 특성상 인원에 여유가 많질 않아
살인적인 경계근무 스케쥴을 자랑하던 대대였다.
보통 다른 부대같은 경우는 야간근무는 일주일에 몇번정도만 들어가는데
부족한 인원으로 새벽야간근무가 매일매일 있었으며 두번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근무는 기본적으로 한시간 반씩 교대를 하게 되어있으며
그날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이 나는게 근무시간이 3시부터 4시~30분으로 배정되었다.
야간근무시 첫타임이나 마지막타임이면 잠을 푹 잘수 있지만 이렇게 중간에 껴버리면
다시 잠들고 일어나기 애매하여 다음날이 고달퍼진다. 현역들은 다 알겠지..
새벽 2시15분
불침번 근무자가 근무교대를 알리기 위해
당시 부사수였던 나와 사수였던 x병장을 깨운다.
새벽 2시30분
방상내피(깔깔이)만 두개씩 입고 그위에 방상내피
방한외피에 방한화까지. 초소 안 온도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에
온몸을 무장한다.
준비를 다 하고 나서 슬슬 내 사수를 깨운다.
'어짜피 이래도 20분만 있으면 얼어죽는데... 진짜 나가기싫다....'
새벽 2시40분
난 아까부터 준비 다하고 x병장을 기다리고있다.
아.. 이제 슬슬 x병장이 어기적 어기적 눈비비며 걸어온다.
새벽 2시45분
교대장과 탄약고 후번근무자 2명 (나,x병장) 위병소 후번근무자 2명,
총 5명은 당직사령에게 근무용 탄창을 건네받고
들고있는 총 안전검사를 실시한뒤 다같이 근무지로 출발한다.
새벽 2시 50분
우리 부대 탄약고는 가파른 언덕 위에 있다.
교대장과 나, x병장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언덕을 올라간다.
"정지 정지 움직이면 쏜다. 화랑"
"담배..."
"누구냐"
"후번근무자..."
"용무는"
"근무교대..."
이렇게 근무교대를 마치고 초소 안으로 들어간다.
참고로 우리 탄약고 초소는 아래와같이 생겼다. (실제 무관)
(전번근무자) "x병장님 존나 춥습니다.. 고생하십쇼"
(x병장) "아 몰라 존나졸립다... 고생했다"
이렇게 전번근무자와 우리는 교대를 하고 교대장은 다시 전번근무자를 데리고
언덕을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새벽 3시
아니나 다를까.
교대장과 전번근무자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x병장은 보란듯이 개인장구요대(탄띠)와 방탄모(철모)를 벗어두고 자리에 눕는다.
온몸에 핫팩을 붙이고 있을텐데 너무 부럽다.
새벽 3시30분
x병장의 쌕쌕거리는 소리와 바람소리만 들린다.
그렇게 두껍게 입었는데도 전투화와 장갑 그리고 온몸이 얼것같다.
x병장만 아니면 계속 뛰어서라도 몸에 열을 높힐텐데 x병장이 깨서
지랄할까봐 어쩔수 없이 부동자세로 있는다.
어찌나 추운건지 밖을 주시하기 위한 창문은 얼음으로 뒤덮여있어
서있을때 내 눈위치의 얼음만 깨서 밖을 보고있다.
'아 존나춥다... x병장 x새끼... 아... 난 언제쯤 저래보나...'
역시나 온도계를 확인하니 영하 25도
그리고 찬공기 닿으면 정신이 번쩍든다고들 하지만
너무 생각이상으로 추우면.. 오히려 정신이 희미해지는건지 잠이오는건지 모르겠다만
잠이온다...
새벽 3시 45분
쓰러질것같다.
너무 힘들다.
너무 춥다.
저 공포탄이라도 내 발에다 쏘고싶다.
손발이 얼어죽을것같아. 차라리 발이 없는게 편하지 않을까 싶을정도다.
"탁탁탁탁탁...."
???? 뛰는소린데?... 뭐지...? 좀 멀리서 들리는 소리지만
분명히 누군가가 뛰는소리다
참고로
아까 말했듯이 탄약고가 언덕 위쪽에 위치하여
나는 언덕 아래쪽을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보이지만) 바라보고있는 입장이다.
언덕 길이만 약 100m정도 되며 100m 언덕 아래로는 수송로가 좌측에서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형태다.
위 사진이 거의 흡사하다. 언덕길은 아예 깜깜해서 거의 보이지 않지만
언덕길 아래쪽은 가로등 하나가 수송로를 비치고있어 수송로가 약간 보인다.
그래서 언덕을 올라오기 전에는 사람이 무조건 저 가로등밑에서 한번 보이기 마련이다.
그런데..이상하다..
아직 교대시간은 20분이나 남았다... 그냥 동물소린가보다...
새벽 3시 50분
"탁탁탁...탁탁탁탁탁"
또들린다... 어떤 동물이길래 저지랄을 하는거야?
하지만 역시 저 멀리 언덕 아래쪽 가로등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문을열고 후레시를 비쳐보았지만 올라오는 언덕엔 아무도 없다.
새벽 3시 55분
"탁탁탁탁탁탁......탁탁탁...."
x병장은 자고있어서 물어볼수도 없다
근데 사실 좀 무섭다. 여긴 귀신도 많이 본다던데....
새벽 4시
"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탁! (멈춤)"
수송로 좌측부터 우측으로 (사진상 좌측->가로등쪽) 뭔가가 뛰어간다.
어둠속에서 가로등불빛쪽으로 뛰어가니 형체가 점점 보인다. 사람인것같다.
그렇게 뛰어오더니 가로등 밑에 딱 멈춘다.
순간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되서 땀도 나고 침을 삼켰다...
그리고 어깨애 매고있던 소총을 다시 다잡는다...
가로등 밑에 멈춘 그 사람형체는 움직이지도 않고 1분넘게 가만히 서있다.
도데체 누구지?? 이시간에? 군복같아 보이진 않는데??
1분이넘도록 가만히 가로등 아래에서만 서있는 그 사람을 더 자세히 보기위해
김이 서려 잘 보이지 않던 창문을 열려고하는데....
.
.
.
.
.
"끼이이익!"
창문이 녹이 슬어서 인지 마찰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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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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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순간.. 그 형체는 갑자기 고개를 내쪽으로 돌려 날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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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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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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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은 안가지만
나에게 길게 째진 입으로 씨이익 웃는다.
온몸에 핏기가 가시고 소름이 돋았다
그런데.
갑자기 다리힘이 풀렸다.
무언가 잘못된것을 깨닫고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면서
너무 무서워 눈물이 나왔다
x병장을 깨워야될것같다.
언덕아래 가로등은 아까 말했듯이
100m나 떨어져있다.
내가 깨달은건 그게 무엇이였던 간에
웃는모습이... 절대.... 보일수가 없는 거리라는것을.....
"x병장님!!!!! x병장님!!!!!!!! ㅜ 아래 뭐가 있습니다....!!! 근데... 사람이 아닌것같습니다ㅜ...!!!!"
"아.. 뭔 개소리야..."
"저 죽겠습니다. 진짜 봤습니다. 진짜 아래 한번 보시기바랍니다"
역시나 그 형체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x병장은 무슨일인지 자초지종을 듣더니 정신나간놈 취급을 한다.
나역시 너무 무서웠고 반 정신이 나갔지만
똑똑히 보았다. 그 찢어진 입으로 웃는 미소를.
하지만 내가 너무 졸립고 힘들어서 그랬다는 x병장 말에 일단 넘어가고
그 후에도 잘못 봤거니 하고 넘어가려했다..
그런데 그일이 있고 몇달 후 진지공사를 나갔는데
진지공사중 비가와 잠깐 방공호 안에 들어가서 쉬면서 무서운얘기를 나누던 도중에
후임 한놈이 자기가 실제로 겪은 일을 얘기해주겠다며 무서운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탄약고 얘기란다.
근무중 어디서 뛰는소리가 들려 밖을 보니 가로등 밑에 누가 서있었고
확인하려 문을 여니 그 때 자신을 올려다보며 씨익 웃었다고.
하지만 이내 웃는모습이 보일 거리라는걸 알고선 엄청 무서웠다는 얘기다.
이얘기를 듣고 나는 그거 누가 얘기해줬냐고 반 미친놈처럼 물었다.
하지만 자기가 직접 겪은 일이라며 당시 사수였던 x상병도 자기도 같이 봤다고한다.
도데체 그건 뭐였을까...
하지만 그 이후로 어두운 밤길 가로등불빛을 볼 때마다
아직도 그 웃는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가로등 불빛 아래 검은 얼굴, 하지만 눈과 코는 보이지 않지만
찢어진 입으로 씨익 웃으며 날 쳐다보던 그 형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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