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는 아니구, 제 고등학교 친구 이야기에요. 벌써 십년전이야기네요. 그 친구를 J양이라고 할게요.
전 여수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J는 원래 목포의 작은 섬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진학문제로 할머니가 계시는 여수로 이사를 오게됐어요. 아버지,어머니는 계속 목포에서 뱃일하시고 동생이랑 둘이 왔는데, 할머니 집에 같이 산게 아니라 동생과 둘이 집을 얻어 살았기 때문에 친구집은 항상 아지트였죠.
J와 함께 J집에 가는길에 J의 할머니에게 연락이 왔죠. 할머니집에 들러서 심부름하나만 해달라고.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었기 때문에 어디 멀리 가야하는 심부름은 J에게 가끔 시키셨어요. J가 같이 가서 심부름하고 자기네 집에 가자더군요. 그때까지만해도 J의 할머니를 뵌적이 없었기에 인사도 드릴겸 그러자고 했어요.
J를 따라 할머니집으로 가는데 J가 점집으로 들어가는게 아니겠어요? 맞아요. J의 할머니는 무당이였어요. 할머니께서 왠 보따리를 건네면서 어디아파트 몇단지 몇호에 이거 가져다 주고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할머니가 시켜서 왔다고 하면 알거라면서요.
그렇게 보따리를 들고 그 집으로 갔죠. 한 아저씨께서 저희를 맞아주셨어요. 더운데 고생했다고 수박이라도 내줄테니 먹고 가라더라구요. J양이 "아니에요. 아저씨랑 아주머니 편찮으신거 같은데 쉬세요. 저흰 그냥 가볼게요."
그래요. 첨에 아저씨가 문을 열었을때 아저씨가 얼굴이 굉장히 창백했어요. 전 아주머니는 못봤는데 J는 봤나봐요. 어쩐지 아저씨가 대접을 하더라니... 아줌마가 많이 아프신가봐요.
심부름을 마치고 할머니집으로 다시 갔어요.
"할매, 저희 다녀왔어요. " "그려. 더운데 고생했다. 아저씨는 잘계시던? 물건은 잘 전해줬고?" "응. 근데 아저씨랑 아줌마랑 더위먹었는가봐. 얼굴이 엄청 창백했어. 아저씨가 수박먹고 가라는거 그냥 보따리만 주고 나왔어"
분명히 제가 봤을땐 아저씨 혼자였거든요. 아저씨 바로 옆에 있었으면 제가 못봤을리는 없잖아요?
"니 눈에도 보이는갑다. 앞으로는 보여도 못본척 해라. 알았냐?"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집 아주머니는 몇달전에 이미 돌아가셨더라구요. 그러고 나선 전 먼저 나왔어요. 할머님께서 J랑 따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시길래 먼저 일어났죠. J는 자기 눈에 귀신이 보인다고 엄청 신나있었더요(원래 쫌 무한긍정임).
그렇게 다음날 학교에서 J를 만났어요. 먼저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애들한테는 내가 귀신 본다는 이야기를 하지말아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하더라구요. 알았다고 하면서 어제 할머니랑 무슨 이야기했냐고 물어보니까 나중에 다 이야기 해준다면서 웃더라구요. (아주 나중에 듣긴 들었었는데,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할게요)
솔직히 귀신을 본적은 없지만 귀신에 흥미가 엄청 있었던지라 J랑 둘이 있을때면 야 어디 귀신없어? 귀신 어떻게 생겼어? 막 이렇게 물어보기라도 하면 J는 저기 창문 보이지? 저기에 지금 있어 라고 대답하기도 했었는데 안보이니까 J의 말이 장난인지 진짜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이따끔씩 야자시간에 친구들이랑 모여서 귀신이야기 하면서 J가 야 지금 저쪽에 귀신있어 라고 말하면서 저와 눈을 마주치고 싱긋 웃기라도 하는 날은 정말이지 소름이... 예전같았으면 뻥치지마 이년아 니 어깨위에도 한명앉아있네 이러고 장난쳤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