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좋지만 편하게 음슴체.
우리 반은 오덕이 나 하나밖에 없음.
학교에서 이미 덕밍아웃을 당했지만 애들이 별 신경을 안 써서 그냥 조용히 지내는 편임.
그런데 그 전부터 나한테 애니본다고 비아냥거리던 놈이 있었음.
그 녀석이 '야, 애니 재밌냐? 오타쿠 새끼야?'
하면
'재밌다, 공부만 하는 책벌레 새끼야.'
하며 받아치곤 했음.
사건의 발단은 어제였음.
내일 학교 선생님들이 단체로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저희들을 8시간 자습을 시킨 것임.
우리학교는 스승의날 휴가 그딴거없음.
그 대신 자습시간에 아무거나 해도 좋댔음. 하지만 교실 밖으로 나가는 건 엄금.
그걸 들은 비아냥 친구, 선생님 말이 끝나자마자
"야- 오타쿠 새끼야- 그러면 니 내일 애니나 한 편 가져와봐라 ㅋㅋㅋㅋ 신나게 까줄 테니"
이 말을 듣고 이 새끼가 뭔데 감히 애니를 까지? 하며 덕부심이 생김.
그래서 "알겠다 시x놈아 내일 내 하드 가져온다."
라고 대답했음. 애들도 흥미있어 하는 분위기였고.
참고로 돈주고 정식으로 다운받은 애니임.
그렇게 되서 오늘 가져간 것은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였음.
자습시간은 대충 8시간. 충분했음.
그냥 조용하게 반컴퓨터에 하드를 꽂고 옮기기 시작함.
3.0 USB 이고 학교컴이 3.0을 지원했기 때문에 옮기는 건 꽤 빨랐음.
프로젝터를 펼치고 1화를 틀었음.
오프닝을 넘기고 바로 본편을 들어감.
익숙한 우리 진땅이 보임. 멘마도 보임. 좀 있으니 아나루도 보임.
애들 그냥 보다가 멘마가 진땅이 라면 안끓여줬다고 진땅 중요한 곳에 눌러앉아서 부비부비 하다가 진땅이 흥분으로 쓰러지는 씬이있음.
"ㅋㅋㅋㅋㅋ 역시 일본 ㅋㅋㅋㅋ 존니 야하네"
이러면서 비아냥거렸고, 다른 애들도 나를 보면서 키득키득거림.
그리고 1화가 끝나고 2화 끝나고 3화를 지나가더니 애들이 점점 집중을 하기 시작함.
6화, 7화, 8화...
시간은 재빠르게 지나가고 있었음.
8화 중간에 점심시간 종 울려서 짜증내는 애들이 보이기 시작했음.
난 아직 밥 덜 먹었는데 애들이 멋대로 정지시킨 거 시작함.
다시 침묵이 이어짐.
9, 10화. 슬쩍 둘러보니 황홀해 하는 애들이 보임. 거울을 보니 내 표정도 황홀함 그 자체였음.
11화, 대망의 마지막 화가 왔음.
애들이 멘마의 죽음에 관해 말하면서 오열하는 씬에서 얼굴 빨개져서 고개 숙이고 있는 애들이 여럿 보이고, 대놓고 울고 있는 놈도 보였음.
참고로 난 재탕인데 눈물 조금 움찔했음.
그리고 명장면,
아이들 : "하나. 둘. 멘마~ 찾았다!"
멘마의 '헤헷.. 들켜버렸네?' 와 흐르는 브금으로 아노하나의 감상이 끝남.
애들의 감상이 여기저기서 들림
'와.. 쩐다...'
'멘마 존나 귀요미네 ㅋㅋㅋ'
'시발 나 안울었지? ㅠㅠㅠ'
등등.
나는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눈물은 닦고) 비아냥 친구에게 갔음.
이새끼 울었음.
날 보더니 아무말도 못함.
그리고 한 마디,
"야.. 딴 애니 없냐?"
"니한테 보여줄 건 없어."
"개새끼."
이렇게 우리반의 아노하나 감상이 끝남ㅋ
음 어떻게 끝내야 하지.
하여튼 제대로 역관광 시켜서 기분 좋은 하루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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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3/05/15 22:42:53 121.151.***.119 페어리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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