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속이 상해서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했습니다
술김에 제 이야기를 좀 넋두리 하고자 합니다
저는 생명공학 전공자이구요 제 석사 지도교수님은 한 분과의 권위자 이십니다 (익명성을 위해 어디라고는 말씀 못드리겠네요)
연구분야가 한국에서는 좀 독보적이여서 어느 정도 연구비가 늘상 보장되는 랩이였죠
다른 교수들이 연구비 쪼개서 착복할때 저희 교수님은 연구비 쪼개서 학계에서 돈안된다고 기피하는 연구에 도전하셨어요
이상적이였죠 아주 멋진 분이셨어요 근데 이 양반이 정치질을 못했어요 안한건지 못한건지 여튼 그래요
정년이 다가오니 연구비가 경고도 없이 하나 둘 끊겨요 개인 빚을 내가면서 랩 굴리셨어요
그래도 랩이 계속 힘들어 지니 대학원생들끼리 불화가 생겨요
저도 선배하나가 꼴보기 싫어지드라구요
저는 한국사, 텝스 점수 다 만들고 서류만 내면 전문연 되는 상황에 휴학하고 군대에 갔어요
입대전에 친했던 랩선배들이랑 술자리에서 그형들이
'우리가 열심히 해서 너 돌아올자리 잘 닦아 놓을게'
상병때 휴가나와서 봤더니 그 형들도 포기했드라구요 다들 학문적으로 야망있는 형들이였는데
빨리 졸업하고 취업이나 하고 싶다며 툴툴대다가 한 형이 울어요 도망가라고
여기보다 더 좋은 랩 찾아가라고 우리야 이제 어쩔수 없다만 넌 기회있을때 니 인생 챙기라고
그래서 전역하고 무조건 돈 많은랩 찾아서 학교까지 옮겼어요
대우도 이전랩 인건비 2배가깝게 받았구요
그런데 교수가 쓰레기더라구요 여학생들 성희롱부터 해서 연구비 비리에 근데 찌를데도 없구요
찔러도 내 목만 날라가겠거니 해서 다들 뒷담화만 하죠 저도 그렇게 찌질하게 있었어요
그러다 이새끼가 저한테 논문주작질을 시키드라구요 제 1저자 논문에
이건 도저히 못하겠다 싶어서 그만두고 나왔어요
꼬꼬마 시절 포켓몬에 반해서 포켓몬만들겠다고 과학자를 꿈으로 삼고 20년 넘게 한길만 팠는데
이렇게 끝났어요
저 별로 잘난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엄청 정직하거나 착하지도 않아요
이 바닥 적폐들을 목격하면서도 내 살길때문에 침묵하고 묵인하고 그랬어요
근데 저건 저같은 놈도 못할짓이란거 알고 그만 뒀거든요
여기 계신 분들도 주변사람들 보시면 알겠지만 이공계인 중에 정치에 깊게 관심갖고 행동하는 사람 많지 않아요
지난번 대선, 이번 대선에 제 주변에는 안철수 지지자가 꽤 있었어요 왠줄 알아요?
여태까지 문과놈들만 대통령하다보니 과학을 너무 모른다, 뭘 연구시키고 돈은 어찌줘야하는지
왜 4대강빨고 기업에 붙어 먹는 븅신교수들이 잘나가고, 진짜 과학자들은 점점 줄어가는지
대학원생 인권이 왜 노동자와 학생 사이 회색지대에서 처참해져만 가는지
저 열심히 설득하고 다녔어요 결국 문재인도 문과잖아 하는 사람들 붙들고
이사람 진짜다 과학은 잘모를수 있어도 과학계에서도 썩은데 들어내줄 사람이다
올해 정말 기뻤던게요 저 형들이 저한테 문재인 하는거 보니 니말이 맞았던거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난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대통령 잘 뽑은거 같다
이틀 동안 무서워서 카톡을 못봤어요 혹시나 대통령님 욕나와도 쉴드 못치겠거든요
오유에서 K값으로 논란이 거셌을때 저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오늘 본 오유는 아니네요....
글에 두서가 없는건 술탓할게요 오유는 떠나도, 이번 박기영임명은 결사반대해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철회같은거 안해요 걱정마요
그냥 빨리 실수를 인식하시고 바로잡으시기만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