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이라는 말은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던 나에게 그리 낯선 단어는 아니다. 그러나 과연 내가 진정한 크리스천이냐는 물음에는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아비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신앙생활을 하기 원하는 마음에 아이들의 이름도 ‘요셉’이와 ‘에스더’로 지었지만, 교회 생활에서만큼은 늘 이방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하나님을 믿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크리스천과 교회 생활에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시대 교회와 기독교인이라는 단어가 나에게 주는 의미가 ‘기쁨’,‘겸손’,자부심‘이 아닌 ’창피함‘이 더 크기 때문이다.
정치시사 블로거로 글을 쓰다 보면 교회가 얼마나 세상에서 비난받는지 절실히 깨닫는다. 집안에 목사들이 많아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2013년 대한민국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하나님을 팔아 ‘불의’라고 하기보다 ‘범죄’에 가까운 죄악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살아가고 있다.
▲ 한국 대형 교회중 하나였던 사랑의 교회 고(故) 옥한흠 목사의 사진 앞에서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남 옥성호 집사. 출처:조선일보
교회에 대한 비판은 많지만, 한국 최고의 대형 교회 목사의 아들이 대놓고 교회와 목회자를 비판하는 책을 냈다는 사실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 (국제제자 훈련원 출판 본부장) 집사가 낸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은 크리스천과 목회자에게 속칭 ‘돌직구’를 날리는 책이다.
옥성호 집사가 말하는 갑각류 크리스천의 핵심은 신앙의 본질은 감춰지고 오로지 딱딱한 형식의 껍질만이 남은 대한민국 교회와 기독교인에 대한 질타이다. 저자 옥성호 집사는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에서 은유와 비교를 통해 얼마나 한국 교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는지 보여주고 있다.
'단지 불의를 눈감은 이유로 정죄 받은 풋볼 영웅 ‘조파’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풋볼 코치인 조 퍼터노( Joe Paterno)는 ‘조파 (Joe pa:아빠 조)라는 애칭으로 불릴 정도로 1950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61년을 미국 대학 풋볼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2011년 그의 밑에서 부코치로 일하던 제리 샌더스키(Jerry Sandusky)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파의 전설은 끝이 난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을 전국챔피언으로 만들었던 조파가 표지모델로 나온 잡지. 출처:sports illustrated
샌더스키처럼 성추행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조파는 단지 샌더스키의 추행을 알고 있었고 그 사실을 사법당국에 고발하려는 학교를 설득해 고발을 막았다는 이유만으로 해고됐고, 1998년부터 2011년 사이 펜실베이니아 대학이 거둔 112번의 승리가 무효되는 징계를 받았다. 그의 동상이 철거되고, 아로새겨졌던 이름이 삭제되는 시기에 조파는 폐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조파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풋볼 팀에 무차별적인 징계를 내렸던 단체는 사법 조직이 아닌 단순한 스포츠 단체였던 전미 대학 경기협회(NCAA:Nationcal collegiate Athletic Association)였다.
'신분에 구분 없이 아이를 지키자는 법안을 반대했던 공화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이던 시절, 그는 미국 내 신분에 관계 없이 어린이라면 누구나 18세까지 주정부가 100퍼센트 의료비를 책임지는 ‘올키즈’(All Kids) 의료 제도를 정착시켰다. 비싼 민간 의료보험이 아니면 제대로 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정에게 버락 오바마의 “사람의 목숨과 건강은 그 사람이 가진 돈의 많고 적음과 아무 상관이 없다. 모든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의료 혜택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그 자체만으로 ‘축복’과 ‘구원’이었다.
이런 제도를 반대했던 공화당은 대부분 크리스천이었다.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
옥성호 집사가 책에서 말하는 크리스천의 본질은 하나님을 제대로 믿는 ‘진짜 신앙’을 찾으려는 사람을 말한다. 조파의 사례가 한국 교회에 적용되면 어떻게 될까? 뻔하다.
자신이 저지른 범죄도 아니고 부목사가 저지른 죄를 왜 훌륭하신 담임 목사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고, 성추행 사건도 단순히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말 한마디에 용서된다.
교회에 가서 성경을 읽으며 예수의 삶을 본받자고 외치면서도 아이들과 가난한 자의 고통은 외면하는 현대 교회의 모습을 보면서 이 시대 크리스천이 과연 제대로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흔히 ‘공의의 하나님’과 ‘사랑의 하나님’이라는 말을 한다. 엄격한 심판자와 같은 아버지 하나님과 자애롭고 사랑을 베푸시는 어머니 하나님이라 말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것을 요새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진보와 보수로 대입시켜 보자.
“보수가 아버지의 마음이라면, 진보는 어머니의 마음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채찍질하며 더 쉬지 말고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하기를 다그친다. 그러나 어머니는 힘들게 공부하고 잠도 못 자는 자식을 안쓰러워하며 새벽에 조금이라도 더 자도록, 밥 한술이라도 더 먹도록 애를 쓴다”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로크리지 연구소의 조지 레이코프가 설명한 진보와 보수의 설명을 공의와 사랑의 하나님에 대입시킨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마치 보수처럼 모든 일을 우경화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주의자는 진보주의자에게 도덕적인 완벽을 강조하지만, 오히려 불법을 저지르면서 출세에만 눈이 멀어 물질과 성공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수라 지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거나 과격한 행동을 해서 한국의 보수를 '속칭 꼴통 보수'라고 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보수를 사칭한 극우세력이기 때문이다.
▲ 조용기 원로목사와 대표적 극우 논객인 김동길·조갑제 등이 구국 축복 기도회에 참석해 1200만 기독인이 북한과 종북 좌파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 내자고 주장했다. 기도회에는 교인과 보수 단체 회원 등 800여 명이 모였다. 출처:뉴스앤조이 양상호
권력자의 정책을 따라야 한다고 외치고, 그 말을 듣지 않는 자들을 향해 ‘빨갱이’,‘종북주의자’라는 말을 강단에서 서슴지 않고 설교하는 목사들의 마음에는 자식의 아픔을 헤아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오로지 채찍만 들고 성도를 향해 ‘주의 종이 외치는 말은 모두 진리,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한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전혀 공의롭지도 않고 타락한 장사치들보다 더 악행을 저지른다.
'검찰, 조용기 목사 '100억대 배임' 확인' (한겨레 2013년 2월27일)
'조용기 목사, 100억 배임·탈세 혐의 수사'(조선일보 2013년 2월28일)
'조용기 목사 고소한 장로들 무더기 징계 '(뉴스앤조이 2013년 3월13일)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 논문 표절 사실로'(오마이뉴스 2013년 2월4일)
옥성호 집사는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에서 기독교의 본질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의 기초가 무엇인지 크리스천들이 다시 찾아보길 원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신앙의 본질은 성공의 표상으로 불리는 대형교회와 목사들의 맹목적인 불의와 자의적인 하나님의 뜻에 대한 왜곡을 스스로 떨치는 일부터 시작될 수 있다. 크리스천과 교회 문제의 근원은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지 않음에서부터 비롯된다.
하나님 앞에 충성스러웠던 다윗조차도 나단 선지자가 그의 잘못을 지적하기까지는 죄를 회개하지 않았다. 진정한 목회자는 크리스천들이 하나님 앞에 회개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 죄를 짓고 있기에 교회를 하나님의 뜻이 아닌 자신들의 탐욕과 불의를 감추기 위해 이용하고 있다.
▲2100억원을 들여 새성전을 건축하는 사랑의 교회 정책을 옥성호 집사는 아버지 옥한흠 목사의 편지를 공개하며 비판했다.
목사가 욕심을 부리면 신앙보다는 재산 불리기와 교회 건축에 앞장서고, 가난한 자와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기보다 권력자와 부자를 위한 ‘축복 기도’에만 열을 낸다.
‘갑각류의 크리스천-블랙편’의 표지를 보면 두꺼운 갑각류 속에 두 눈을 굴리고 눈치만 보는 모습이 나온다. 대한민국 교회와 크리스천, 그리고 대형 교회 목사들도 하나님을 찾기보다는 오로지 ‘성공’과 ‘출세’, ‘교회 평수’, ‘헌금’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삼일교회 전병욱 목사의 회개와 징계를 요구하는 카페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나또한 어설픈 지식으로 하나님을 믿고 있지는 않으냐는 자아비판과 왜 이 땅의 교회는 불의를 보고 잘못된 것이라 외치지 못하고 있느냐는 반문이다.
성공했다고 인정받는 대형 교회 목사가 하는 범죄를 하나님의 뜻이라 믿고 따르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회개가 아니라 오히려 더 딱딱한 껍질로 자신을 숨기는 일이다.
"제가 너무 당황하고 충격적이어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괜찮다면서 '내가 너무 힘든데,,,너가 나에게 위로가 된다 이러면서 성추행을 시작했고,,, 괜찮다는 말로.. 이런 게 결혼하면 도움이 된다,,그런말을 했습니다."
"교회라는 조직이,그리고 목사라는 직분이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를 자라게 하는 분인데, 그런 곳에서 그분을 거역하는 건, 음...나를 성장시킨 분인데,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보면,,아빠가 잘못한다고해서, 그 아빠를 고소하지 못하잖아요, 그렇죠. 그런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전병욱 목사 성추행 관련 글 중에서)
한국에서 기독교가 비판받는 이유는 대형교회 목사들이 상식을 떠나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면서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 한마디로 감추고 은폐하면서 진짜 크리스천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딱딱한 갑각류 안에 자신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깨뜨리고 나와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하나님 앞에 회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글은 뉴스앤조이에 기재됐던 원고 (원문: 껍질을 깨고 회개의 속살을 보여라)를 블로그에 맞춰 재작성한 글이며, 글을 쓰기 위해 '갑각류 크리스천-블랙편'의 책을 무료로 제공 받았음을 밝힙니다.>
http://impeter.tistory.com/2128
요즘 종교인은 정치인과 구분이 안감
한국교회는 산으로 가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