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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63792
    작성자 : 으앙쥬금ㅜ
    추천 : 8
    조회수 : 2141
    IP : 211.168.***.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2/06 18:25:31
    http://todayhumor.com/?panic_63792 모바일
    [펌/bgm] 두 남녀의 비밀 -1화-
     
     
     
     
    1화.




















    "다녀왔습니다."

    "어머 윤재군 오늘은 왠일이야? 이렇게 일찍 집엘 들어오구 후후"

    "아줌마 보고싶어서요, 라고 말하면 팬케이크 만들어 줄꺼에요?"

    "그럴줄 알고 미리 구워놨지~ 식기전에 얼른 와서 먹으렴"

    "와~ 아줌마 진짜 최고! 내가 이래서 아줌마를 좋아한다니까요? 히히"


    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팬케이크를 한입 베어물으며 베시시 웃었다.


    "윤재군은 이게 그렇게 맛있니?"

    "쩝쩝.. 그럼요, 그러니까 제옆에 평생 계셔야해요 어디 가지 마시구요 아셨죠? 쩝쩝"

    "수정이도 팬케이크는 정말 좋아했는데, 그리고보니 윤재군은 우리 수정이랑 비슷한 구석이 많은거 같아"

    "쩝쩝 당연하죠 미래의 신부감인데 크크큭"

    "후후 말이라도 참 기분좋은데? 윤재군같이 착한 사윗감이라면 후후훗"

    "쩝쩝쩝 그런의미에서 수정이 사진은 저한테 넘기시는게.."

    "농담이야 농담, 그럼 쉬고 있어 아줌만 잠깐 들를데가 있어서 나가봐야돼"

    "어디가시는데요?"

    "비~밀"

    "헐.. 나말고.. 쩝쩝..다른 사윗감 만나러 가는거 아니예요? 커컥..컥컥.."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꿀꺽꿀꺽.. 캬아.. 살았다."

    "그럼 다녀올께~"

    "넵!"



    '탈칵 띠리리'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집안은 언제그랬냐는듯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난 반쯤 먹은 팬케이크를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2층의 내 방으로 올라간다.
    책상위에 가방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는 침대로가 쓰러지듯 누워버린다.


    "하아.. 좋다.."


    마치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한 표정을 짓던 난 고개를 돌려 옆에 놓여있는 작은 액자를 바라본다. 거기엔 온화한 표정의 중년여성이 활짝 웃고있다.


    "엄마,, 하늘에서 나 지켜보고 있는거 맞지?"

    "......."

    "나 말이야 요즘같아선 엄마없이도 잘 살아볼수 있을것 같아. 그렇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마. 가슴한켠엔 엄마의 자리 아직 남겨뒀으니까.."

    "......."



    엄만 작년 이맘때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돈밖에 모르셨던 아버지와 달리 엄만 내게있어 유일한 삶의 이유 안식처 그 자체였다. 그런 엄마가 내곁을 떠나버리자 하루하루 눈을 뜨는게 내겐 너무나 끔찍한 지옥이었다.
    그렇게 몇달을 방황하며 지냈는지 모른다. 아무런 꿈도 희망도 없어진 나를 보는 아버지의 눈초리는 무관심 그 자체였고, 엄마가 죽었는데도 여전히 돈밖에 모르는 그런 아버지를 보는건 나역시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무의미한 나날들을 보내던 어느날이었다.
























    -학교도 가지 않은채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새벽시간까지 방황하다 집에들어온 내게 처음 보는 낮선 한 사람이 다가왔다.

    "누구죠?"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게 된 아줌마야 잘부탁할께. 근데 이름이.."


    "알꺼 없잖아요?"

    "많이.. 힘들구나.."


    무시하고 방으로 올라가려던 난 그사람의 말한마디로 굳어지듯 멈춰섰다.
    인정하긴 싫지만 내 마음은 처음보는 낮선 저사람의 말 한마디에 동요하고 있었다.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렇다고 돌아볼수도 없었다. 왠지모를 따뜻한 그사람의 눈을 마주하면 감추고 싶은 내 마음이
    전부 보여질것만 같았다.

    난 혼란스러운 마음을 애써 태연한척 포장한채 그사람의 눈빛을 피해 도망치듯 방으로 올라갔다.







    그날뒤로 그 사람은 내게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기 시작했다. 마치 우리 엄마라도 되는양 이름까지 부르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아주 사소한 일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윤재군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말해줄래? 만들어줄께"

    "윤재군 무슨영화 좋아해?"

    "윤재군 이거 마시고자 안그럼 아침에 머리아파서 고생해"

    "윤재군 지금 장보러갈껀데 뭐 필요한거 없니? 사다줄께"


    집에 들어오는 날이면 언제나 그사람을 마주쳐야했고, 그사람은 나와 눈이 마주칠때마다 그렇게 말을 건내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난 그럴때마다 내마음에 빈틈이 생길것만 같아 그사람이 무안해 할정도로 무심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달라지는건 없었다. 귀찮을법도 한데 한결같이 정말 끈질겨도 너무 끈질겼다.
    아마 그때부터 그사람의 대해 진심으로 궁금해졌던것 같다. 도데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이길래 남인 나한테 이렇게까지 정성인건지.

    그러던 어느날 할일없이 거리를 배회하던 난 우연치않게 그 사람과 마주쳤다.


    "윤재군 지금 집에 들어가는거야?"

    "알거 없잖아요? 집에 들어가든 말든"


    내 싸가지없는 대답에도 역시나 그 사람은 아랑곳하지않고 재차 입을 열었다.


    "아줌마도 지금 장보고 들어가는길인데 같이 들어가자"

    "........"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은 풋풋한 소녀처럼 베시시 웃더니 내 옆에 찰싹 붙어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일까? 딱히 밀쳐내고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내가 가만히 있던게 안심이 된 모양인지 그 사람은 무거운 장바구니를 낑낑거리면서도 빠른 내 걸음에 맞춰 걸어갔다.


    "이리줘요"

    "어..?"

    "아이 참."

    "고..고마워"


    난 그사람이 들고있던 장바구니를 뺏다시피 낚아채며 들어버렸고, 그 사람은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양 감격했는지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문득 기회다 싶었던걸까? 난 앞만 주시한채 작게 입을 열었다.



    "나한테 왜 잘해줘요?"

    "으응..?"

    "가족도 아닌데, 피한방울 안섞인 남이잖아요?"

    "후후.. 그게 궁금했니..?"



    그 사람은 베시시 웃으며 물었고 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줌마한테 17살짜리 딸이 하나있어, 윤재군이 18살이니 딱 한살차이가 되겠네"

    "......."

    "윤재군은 엄마 많이 사랑하지..?"

    "......."

    "아줌마 딸도 윤재군처럼 엄말 정말 좋아했어, 성격도 누굴 닮아서 그렇게 착한지, 힘든 가정형편이었지만 언제나 괜찮다며 밝게 웃는 그런아이였지"

    "......."

    "그런데 아줌만 달랑 편지한통만을 남기고 돈을 벌기위해 집을 나왔어, 딸을 위해서라는 근사한 변명꺼리로 위안을 삼으며 말이야"



    젖어들어가는 눈시울과 떨리는 그사람의 목소리에서 난 아련한 감정을 읽을수 있었다.



    "왜 잘해주냐고 물었지..?"

    "......."



    그사람은 힘겹게 꺼내는 말인듯 한참을 뜸을들였다.



    "우리 처음 만낫던날 기억하니?"

    "..네"

    "그때 윤재군의 눈빛.. 그 눈빛때문이었어"

    "........"

    "처음보는 아이였는데도 이상하게 낮설지가 않았지, 왜 였을까?"

    "......."

    "난 윤재군에게서 딸아이를 볼수 있었거든."

    "......."

    "보고싶다는 간절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그 외로운 눈빛에서 말야"

    "......."




    심장이 멎는것 같았다. 볼을타고 눈물이 흘러내린다. 꽁꽁 얼어있던 심장이 눈녹듯 녹아내려 간다.
    감추고 싶었다, 하루에도 수십번 아니 수백번 엄마가 보고싶다고 말하고 싶었던 내마음을. 그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아버지를 볼때마다 더 그랬다. 안그러면 저런 사람을 사랑한
    엄마가 너무 불쌍하잖아..?
    그렇게 굳게 먹은 마음이었는데,,

    그런데,,,

    그런데,,,,,


    그사람으로 인해서 내 심장은 이렇게 너무나도 쉽게 녹아내리고 있다.



    "흐흑....흐으으으........."



    그사람이 내 등을 토닥거려 준다. 마치 자신에게라도 다 쏟아내라는듯 시원하게 울어버리라는듯 그렇게 말없이 등을 토닥거린다. 한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난 이토록 바라고 있던것일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바라본다.

    그 사람의 볼에서도 반짝이는 은하수가 흩날린다.

    나만큼 그사람도 힘들었던걸까? 어쩌면 그사람과 난 처음부터 닮아 있던건지도 모르겠다.












    난 어둠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하나의 손을 움켜잡았다.



    엄마가 죽고난후 등졌던 세상에 처음으로,


    한발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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