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의 주도권 싸움 끝에 탈당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문 대표의 과거 발언을 거듭 문제삼으며 자신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안 의원은 15일 부산을 찾아 지역 기자들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사를 보면 김영삼 전 대통령도 3당 합당으로 집권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김종필 전 총리와 연합해 집권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정몽준 후보와 손을 잡아 집권할 수 있었다. 야당은 절대로 혼자서 집권한 적이 없다"며 "앞으로도 힘들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척하면 집권할 수도 없고 집권해서도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이는 과거 자신이 '낡은 진보 청산'을 새정치연합 혁신 과제의 하나로 제시했을 때, 문재인 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낡은 진보'는 새누리당 쪽에서 우리 당을 규정짓는 프레임"(10월 18일자 <경향신문>)이라고 한 데 대한 유감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안 의원은 "한마디로 지금 새정치연합은 평생 야당만 하기로 작정한 정당"이라며 "혁신을 하는 척만 하지, 더 큰 혁신을 두려워하고 있다. 조그만 기득권도 내려놓지 않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이야기한 "더 큰 혁신"이란 문재인 대표에 의해 거부당한 '혁신 전당대회'를, "조그만 기득권"이란 문 대표가 가진 당 대표 권한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앙일보> 인터넷판 보도에 따르면, 그는 자신이 제안한 '10대 혁신안'이 문 대표에 의해 수용됐는데도 불구하고 '혁신 전당대회'가 거부당한 것은 충분한 탈당의 명분이 된다고 주장했다.
"제가 9월에 '이대로 가면 총선에서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고 '10대 제안'을 내놨다. (그 이후) 몇 달이 지나며 상황이 악화됐다. 10.28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국정 교과서 건이 있음에도 오히려 민심은 (새정치연합에) 싸늘하게 등을 돌렸다. 이런 위기가 더 심화되면서 '이제는 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만 총선을 무사히 치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혁신 전당대회를 제안한 것도 그런 계기였다. 비유하자면 제가 의사 출신인데, 9월 정도에는 상황이 안 좋아져서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때였다면 11월은 병세가 악화돼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항생제 처방을 했다.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냥 결국 총선에서 패배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이후의 정치 일정에 대해 안 의원은 "오늘 부산에서 시작해 광주, 대전까지 여러 도시를 방문해 거기에 있는 분들 말씀을 계속 듣겠다"며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겠다"고만 했다. 한 기자가 부산 지역 출마 의향에 대해 묻자 그는 "지역구는 변동 사항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탈당이 야권의 분열로 이어져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압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에는 "여러 정황을 볼 때, 만약 그대로 봉합해서 가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고 무난하게 질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안 의원은 함께 새 정치세력을 만들 인물들을 영입하는 작업과 관련해 "부패에 대해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지 않고, 수구 보수적인 편에 서지 않는 분이면 어떤 분과도 손을 잡고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분법적 사고'에 대해서는 "'낡은 진보 청산'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설명드렸지만, 순혈주의, 폐쇄주의, 온정주의, 거기에 따른 이중잣대. 이런 사고를 가지지 않은 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 새정치연합에 대한 안 의원의 싸늘한 시각이 묻어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안 의원과 가까운 한상진 서울대 교수가 전날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낡은 보수'의 문제점도 강하게 지적해야 한다"며 " 새정치연합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신선한 인재들을 영입해야 하며, 그렇게 되면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도 자연스럽게 흡수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시킨다.
한 교수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안 의원에게 비판적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미쳤나, 새누리당 인물이 안철수한테 가게. 송호창도 안 가는데…"라고 비꼬며 "그 좋은 분들 다 내치고 고작 종말론자를 멘토로 두었으니"라고 안 의원과 한 교수를 싸잡아 비난했다. '종말론자'란 한 교수가 지난 5일 <동아일보> 칼럼에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문 대표가 신뢰를 계속 잃으면)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가치판단의 돌연변이가 넓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을 꼬집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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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뉴시스】박주연 김난영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15일 독자세력화 과정에서 합리적·개혁적 보수세력과 손을 잡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손잡고 싶은 정치세력이나 염두에 둔 인물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합리적 개혁적 보수가 아니라 수구적 보수의 편에 선 사람이면 곤란하다"며 "부패에 단호하고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지 않고, 수구보수가 아니라면 어떤 사람과도 함께 손잡고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인재영입의 3대 원칙에 대해 ▲부패·막말·갑질에 대해 단호한 사람 ▲이분법적 사고를 가지지 않고 순혈주의·폐쇄주의에 빠지지 않은 사람 ▲수구보수가 아닌 사람을 꼽았다.
그는 "큰 방향을 보자면 예전에 새정치추진위원회 시절에 말했던 방향대로 '합리적 개혁방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의원은 "외연확장을 위해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고 몇 석 정도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너무 앞서간 질문"이라며 "그제까지도 내가 탈당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시작"이라며 "이제 열심히 노력해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야당은 계파주의가 문제라고 하는데, 한편으로 보면 정당 내에서 계파가 존재하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고, 건전한 의미의 정파"라며 "그런데 가치관이나 비전이 전혀 다른데도 서로가 서로의 뒤를 봐주는 일종의 이익집단이 되면 폐해가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치연합 내의 계파는 이익집단 성격에 조금 더 가까운 정도의 위치"라며 "개혁과 정당 혁신은 어떻게 하면 지금상태의 당을 정파에 가까운 성격으로 만드느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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