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는 고도근시 입니다. 

제가 10년 전에 우연한 계기로 대형병원 안과를 갔었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 눈이 지속적으로 나빠지는것은 다른 안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며 검사를 권유했습니다.

알겠다고 하고 의사에게 왜 그러는지 물어봤더니 "눈이 늘어지는 병이 있어요." 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냥 수십만원짜리 검사 후에 정상이라고 하니 기쁘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황반변성" 이라는 병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 의사가 설명해준 "눈이 늘어지는 병"의 실체였지요.

의료관련 사이트에서 정보들을 찾아보고, 지금은 1년에 한 번씩 안과 가서 검사를 받고 있습니다.

(제 시신경들이 슬슬 죽어가고 있습니다. 애도를.. ㅠㅠ)

2.

저의 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갑자기 몇 년치 기억을 잃으셨습니다.

온 집안이 뒤집어져서 뇌졸중일 수 있다며 응급실로 튀어갔지요. MRI 찍고 이래저래 물어보던 의사가 그러더군요.

"정신적 충격에 의한것 같다. 괜찮아 지실 것이다" 

무슨 정신적 충격?? 다음 날 기억은 어느 정도 찾았지만 그 병원이 믿을만 하다고 생각되지 않아 (대구 지역 대학병원)

서울에 와서 다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의사가 말하기를

"이런 증상이면 24시간 내에 기억이 돌아와야 정상이고, 지금 그러시고 있으니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의사의 말에 키워드를 뽑아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본 뒤에야

이것이 "일과성 기억상실증"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어머니께 다른 신체적 증후도 조금 더 발견이 되어, 지금은 뇌졸중 관련 교양 서적을 사서 읽고 있습니다. 

=====

제가 "그래서 정확한 병명이 뭡니까?" 라고 재차 물어보지 않아서 가르쳐주지 않는 건가요?

왜 병명을 바로 알려주지 않고 둘러둘러 설명만 해주는 건지 궁금합니다.

(의심가는) 병명을 알려주면 병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서 좋을텐데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널리 알려진 병의 경우는 그냥 바로 말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암 몇기 입니다. 라구요.

저는 의사가 불친절하다거나 그런 얘기를 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분명히 저 두 사례에서 모든 의사들은 친절했고, 문진도 성실하게 하시고 많이 신경 써주셨습니다. 

다른 증상들에 대해 물어보면 설명도 잘 해주셨고, 

저희 어머니는 "간이라도 빼줄 것 같다"고 말씀하셨습니다 ㅎㅎㅎ

첫째, 제 경우가 특이해서 이런 경험들을 했던걸까요?

둘째, 아니면 의사의 경험상 환자에게 전문 용어를 말하면 대게 오히려 설명이 어려워서 그렇게 되는 건가요?

셋째, 혹은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상태와 치료 현황이지 병에 대한 복잡한 지식이 아니며,

대부분의 환자들은 저 처럼 병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자 하는 욕구가 크지 않으므로 

결국 병명이 불필요 하거나, 환자에게 오해/ 걱정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