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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danzi.com/news/40072.html [정치] 정봉주와 함께 바다로 가자
2011. 12. 22. 목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떨어졌다.
상고는 기각되고, 1년 실형의 2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이건 현실이다.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역사가 되어 흘러갔다. 정봉주 전 의원은 구속수감되어 형을 살아야 하고, 나꼼수는 이빨이 한 개 빠졌다.
그의 빈자리는 채울 수 없고, 채워서도 안된다.
졸라 화나고 졸라 짜증난다. 짜증나서 죽겠다. 뭐 나만 그런가. 다들 그러겠지.
역시나 저들에게는 우리는 껌도 안되는 존재였던거다. 자존심 상한다고? 억울하다고?
현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도 무시할 수도 없는 괴물이다. 오로지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는 거대한 괴물이라는 말이다.
자존심의 덮개를 한꺼풀 벗겨내고 솔직하게 털어놔 보자.
이럴 줄 몰랐던가? 우리 마음 속의 저 깊은 곳에서는 이미 이렇게 될 거 알고 있었을 거다.
사실 저넘들은 장난 아니거든. 돈은 뭐 동그라미 갯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동원할 수 있고, 이 사회를 이끌어 가는 핵심 그룹들이 다 사돈에 팔촌으로 엮여 있는 넘들이잖아. 핸펀에 입력된 사람들 하나하나가 다 어디 가서 한가닥씩 하는 넘들이고, 경찰총장, 검찰총장 몽땅 전화 한 통이면 굽신거리게 할 정도로 끗발 센 넘들이라는 거, 다 알잖아.
그런 넘들이 보기에 우리가 어떻게 보이겠어? 버러지가 몇 마리 모여서 꼬물거리는 거 이상으로 보이겠어?
우리가 대전에 몇만 명 모여서 일억씩이나 모금되고, 여의도에 십만이 모여서 3억이 모금되고, 나꼼수 청취자가 수백만이 넘고 하니까 얼레벌레 강팀인줄 알았지? 아직 우린 멀었어. 저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못 된다고. 비웃음의 대상이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자면 귀찮음의 대상일 수는 있을거야.
조중동이 연일 나꼼수를 씹고, 권력은 어떻게 해서든 나꼼수의 입을 막으려고 획책을 하니까 이제 싸움 다 이긴 걸로 착각했었지? 아니야. 진짜 싸움은 이제 시작에 불과해. 어쩌면 아직 시작도 못한 거야.
쫄지 마! 하고 외치는 이유는 뭐야? 다들 쫄았기 때문이야.
닥치고 정치! 하고 외치는 이유는 다들 정치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고.
우리는 강팀이다! 하고 외치는 이유는 아직 우리가 강팀이 되려면 멀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거야.
최소한 우리의 머리는 그것을 부정하고 애써 무시하려고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패배를 예감하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그 무서운 현실을 애써 잊으려고, 자꾸 다른 곳을 보려고 하고, 자꾸 위안거리를 찾으려고 하고, 그 결과, 앞줄에 서 있는 몇몇에게 지나친 부담이나 주고...
그래왔던 거잖아. 슬프지만 그게 사실이잖아.
그런 우리 모습을 보면서 저들은 얼마나 우릴 비웃었겠어. '니들이 모여서 찌질거린다고 우리가 눈 깜빡이나 할 줄 하느냐, 이 버러지들아.' 이런 목소리가 막 들리잖아. 그래서 열받고, 그래서 모멸감을 느끼고, 그래서 죽도록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 목소리는 현실에 존재하는 목소리라고.
이거 우리 진짜 솔직하게 인정해야 되는거야. 모든 싸움의 시작은 바로 그 솔직한 인정, 우리 실체에 대한 가감 없는 확인에서 시작되는 법이야.
어쩌면 말야...
난 이렇게 대법원 판결, 말도 안 되는 판결, 정봉주 유죄 확정판결이라는 거대한 망치가 우리 머리를 한 대 제대로 갈겨 주는 게 고맙기까지 해.
우리가 여태처럼 우리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대로 계속 나갔더라면 진짜 중요한 싸움에서 우리는 오늘처럼 또 개박살 나고 말거야.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를 못하면서 어떻게 큰 싸움에서 이기길 바라나?
진정한 강자가 되어서 진정한 승리를 얻으려면, 제일 먼저 우리의 현재 모습을 똑바로 직시하고 정확한 인식을 해야 되는 거, 이건 싸움의 기본이잖아.
우리가 넷상에서,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SNS, 그것도 겨우 트윗 상에서 조잘거리고 있을 동안, 저 바깥 세상에서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있어.
나꼼수를 듣는 수백만의 사람들이 모두, 씨바, 이거 나라가 너무 조까트니까 뒤집어 엎어야겠다고 생각할까? 전혀 아니거든. 그냥 새로운 형식의 코미디라서, 재미있어서 듣고, 듣고 나서 바로 잊어 버린다고. 그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잠에서 깨어난 거야.
한 마디로 말해서 우리는 한 줌도 못 되는 소수라는 거지.
이거부터 인정하자.
우리는 사회 여론을 주도할 만한 세력도 못되고, 아젠다를 설정할 능력도 없어. 미디어를 장악하지도 못했고, 사법권을 좌우하지도 못해. 하다 못해 야권 정당의 정책을 바꿀 힘도 없고, 총선에 임해서 판을 짤 능력도 없어.
우리가 가진 것은 겨우 '절대 이렇게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라는 "문제의식" 한개뿐이야.
나꼼수의 역할은 그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나 혼자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꽤 있네?' 하는 미약한 동질감을 퍼트려 주고 외로워 하던 사람들을 위로한 것뿐이야. 그 위로에 힘이 난 사람들이 이제 겨우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이제 우리는 겨우 구멍가게 한 개 차릴 만한 종자돈을 쪼금 쌓아둔 상태에 불과하다는 얘기지.
이제 이 현실을 가슴 아프도록 투명하고 이가 시리도록 차갑게 인식을 했다면, 우리에게 남은 임무는 이 종자돈을 어떻게 불려가야 하는가.. 하는 임무뿐이라고.
맨날 서로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찌질거리는거,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자.
그 시작은 커밍아웃이야.
당당하게 얘기해. 좌빨이라고 욕먹고 종북이라고 구박받을 거 각오하고, 바로 우리 주변에 와글거리는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난 이 사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커밍아웃을 하자는 얘기야.
부모님의 걱정도 장벽이고, 동료들의 따돌림도 두려워.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도 두렵고, 친목모임에서 쫓겨날 수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첫걸음은 바로 "난 이 사회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선언"이 되어야 해.
그래야 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수줍게 숨어있던 수많은 내 주변인들에게 용기를 줄 수있고, 추가적인 커밍아웃을 유발할 수 있어. 우리 편이 한명이라도 늘어난다고. 혼자 선언하고 외로이 그러나 꿋꿋하게 서있을 때, 주변에서 작은 속삭임들이 들려오기 시작할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니 말을 듣고 보니 니 말이 맞는구나, 어쩌면 넌 이런 생각을 했니..."
그런 속삭임들이 모여서 우렁찬 목소리가 되고, 큰 물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고, 그 첫 물꼬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터트릴 수가 있다고. 아니 내가 터트려야 하는 거야. 이거 한 번씩 해본 사람들 진짜 많아. 맘 놓고 해봐.
그 첫걸음이 시작되면 그 다음부터는 한결 쉬워질거야.
그 작은 목소리들을 모아 거리로 나서면 되거든. 거리로 나서면 이미 나보다 앞서 목소리를 모아온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거야. 맨날 트윗에서 트윗트윗(작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잖아.)거리지만 말고, 사람답게 우렁차게 외쳐봐.
씨바, 더러워서 이대로는 못살겠다, 라고 외쳐봐.
이 개같은 세상! 하고 외쳐봐.
조까튼 세상에 정말 조까타서 더는 못살겠다고 외쳐보라고.
그런 외침이 모이기 시작하고, 그 모임이 이 사회의 다수가 되어야만이 이런 꼴을 다시는 안 당할 수가 있는 거라고.
하지만 아직은 멀었어. 멀고 험난한 길이지.
솔직히 말해서, 아름답게 잘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 내가 문제의식을 선포함으로써 생기는 불화를 감당하라는 거 지나친 요구라는 거 잘 알아. 하지만 그런 고통 없이는 아무런 열매도 없어. 계속 개돼지처럼 천대 받고 모욕 당하고 무시 당하면서 하루하루 먹이감이나 벌어먹고 사는 수밖에.
뭔가를 깨트려야 새로운 미래가 태어나는 법이잖아. 우리 다함께 깨트려보자. 이 답답하고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판을 깨트려 보자구.
나 혼자 힘으로도 안 되고, 너 혼자 힘으로도 절대 부족해. 정봉주만의 힘으로도 안 되고, 나꼼수의 힘만으로도 안 되는 거잖아. 하지만 우리의 힘이 모인다면 할 수 있다고. 편하고 아름답게 맨날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사람들만 붙잡고 하소연만 한다고 바뀌는 거 하나도 없어. 절대로 없어.
나 자신부터 깨트리고 거리로 나아가자. 땅 속으로 스며들어 버리고 마는 한 방울의 물방울이 되어서도 안되고, 똑같은 물방울끼리 서로 농도가 좀 다르다고 티격태격할 여유도 없는 거잖아.
다 함께 모여서 마음을 크게 먹고 다 함께 모여서 드넓은 바다로 흘러가는 모든 것을 씻어낼 수 있는 거대한 강물을 만들어 보자. 제발 부탁이야.
이제 우리 모두가 그 넓고 깊고 푸른, 바다에 함께 가는 꿈을 꾸기 시작하는 거야.
같이 꿈을 꿔 줄 거지?
정봉주 전 의원에게 드리는 말씀
1년 휴가입니다.
딴지를 사랑하고 나꼼수를 사랑하고 정봉주를 사랑하는 우리 모두가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그나마도, 1년을 꽉 채울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푹 쉬시고, 몸관리 잘 하시고, 언제든지 상황이 바뀌면 우리가 당신을 징발해서 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으시기 바랍니다.
사식은 김어준 총수가 챙겨 드린답니다. 혹시라도 부족하면 저라도 동참하겠습니다. 삼각김밥은 종류가 30가지가 넘습니다. 혹여 과식투쟁 같은 건 절대 하지마시고, 짧은 기간동안의 헤어짐 뒤에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위대한 정치인의 모습으로 돌아오셔야 됩니다.
고마웠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하나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의원님께서 가실 길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당연한 얘깁니다.
다시 돌아오는 그날, 담벼락 깔때기, 쇠창살 깔때기, 모범수 깔때기 등을 선보여 주실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그럼 잠시 안녕입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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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셔서 퍼왔습니다.
나가서 행동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사법부가 권력의 하수인으로 넘어갔습니다.
다시 말하면, 권력이 없으면 그 누구라도 억울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4700만 국민의 목에 돈과 권력을 가진 단 몇사람의 목줄이 채워졌다는 뜻입니다.
정봉주의원을 돌려달란 얘기가 아닙니다. 잃어버린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는 얘기입니다.
나가서 알립시다... 한사람이라도 더 알 수 있도록 얘기하고 알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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