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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설부대이기 때문에 진지가 하나도 없었다. 보통 화포는 포상이라 불리우는
진지에 방열된다. 포상은 유개호와 무개호로 나뉜다.
유개호는 지붕이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로서 당시 기준으로 북한군의 122미리
곡사포에 견디게끔 설계되어 있었다.
무개호는 노출된 진지로서 흙과 호박돌로 높이 약 2미터 직경 20미터의 방호벽을
쌓아놓은 것이다. 방호벽의 중간에는 역시 철근 콘크리트 조의 탄약고가 설치
된다.
창설부대에는 당연히 이런 시설 건설을 위한 예산과 물자가 배정된다.
이것은 부패한 장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나를 포함 장교 셋이 군단 사령부를 들락거리며 병력을 받고 화포와 차량을
수령 배치하였다.
당시 나는 신참 소위로서 부끄럽지만 이런 군대내의 부정부패에 대해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눈 반짝이며 의욕만 넘치는 초급장교였을 뿐이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부대창설을 해 가는 일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돈이 개입되기 시작하자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포상을 건설하는데 자재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 시멘트 모래 자갈 철근 등등
기초적인 자재만도 턱없이 부족했다. 모자라는 골재는 대대장이 인근 건설현장에
트럭을 가지고 가서 얻어오거나 한밤중에 트럭에 병력을 싣고 강가에 가서
모래와 자갈을 퍼왔다. 맞다.범죄행위였다.
인근 공사현장에서 군대에 시멘트를 공짜로 줄 리가 있는가? 우리 부대에는
비닐도 안 뜯은 두돈반과 오톤 차량이 수십대가 있었다. 이 차량을 이용하여
공사자재를 운반해 주고 얻어오는 것이었다. 자재 예산은 대대장과 작전장교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다. 창설 간부라고 해야 꼴랑 장교 셋에 그나마 하나는
어리버리 쏘위 한놈이니 따돌리기도 좋았을 것이다
그들도 양심은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직접적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
아니 그들의 몫을 나누어 주기 싫었던 것인지도 혹은 길길이 뛰며 사령부에
찔러버릴것을 두려워 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진급 포기하고 창설부대로 밀려나온 처지에 막막한 심정으로
그런 부정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대신 작업지휘는 전적으로 나에게 맞겼다. 나도 나지만 병사들은 무슨 죄인가.
나라 지키러 왔지 노가다 하러 군대 왔는가? 이전 부대에서 창설부대로
쫒겨나듯이 온 것도 서러운데 팔자에 없는 공구리나 치고 철근이나 엮고.
일과시간 뿐만 아니라 석식 후에도 차량 라이트를 밝혀가며 야간 작업을 했다.
일석점호고 나발이고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함께
곡괭이질이나 하고 병사들이 최대한 빨리 쉴 수 있게끔 해 주는 것 뿐이었다.
먼 훗날 대대장은 예편하고 사회에 나와 청과물상을 차렸다가 고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사들과 초급간부들에게 거의 황제에 준하는 위엄을 떨던
양반이 청과물상을 하면서 급하면 본인이 잠바떼기 하나 입고 직접 사과
궤짝을 짊어지고 아파트를 올라가 배달을 간다고 했다.
작전장교는 이후 군사령부 작전처로 발령받아 갔는데 한번은
내가 군사령부에 업무차 들어갔다가 찾아갔더니 책상에 엎드려 퍼질러
자다가 손자국 벌개진 이마로 일어나더니 무척 반가와 했다. (우리 호구쏘위
왔능가? 했겠지)
의욕만 앞세워서는 일을 할 수가 없다.
영리해져라. 눈을 크게 뜨고 부대 돌아가는 것을 주시하고 파악해라.
본 중대장처럼 바보같이 병사들을 고생시키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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