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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에 우승하고 우리 소대원 전부 포상외박을 가게 되었다. 한번에 다 나갈수가 없기에 한분대씩 나눠서 외박을 나갔다 오기로 하고
우리분대의 순서가 됐다. 산소와 맞바꿔 얻은 포상이었기에 감회가 남달랐고 우리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부대밖으로 나섰다.
이수지역 밖을 벗어나면 안되기에 우리는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사실 남자 여섯이서 밖에서 할만한 일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일단 밥을 먹고 pc방에 가서 게임좀 하다가 저녁을 먹고 술을 먹기 시작했다. 다들 군인인지라 해가 떨어지고 날이 어두워지자
술을 얼마 먹지 않았는데도 잠이 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먹는듯 마는듯 술을 먹고 결국 방을 잡고 잠을 청했다. 그렇게 허무하게
하루가 지나가고 다음날이 밝았다. 복귀시간은 아직 남아있는데 할게 없었다. 그렇게 길거리에서 서성거리다 사람구경이나 하고 있을때
쯤 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엔 성인 PC방이라고 적혀져 있었다.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우리의 시선은 그곳으로 모아졌고 우리는
무언의 눈빛을 교환했지만 선뜻 먼저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한 고참이 괜한 헛기침과 함께 힘들게 입을 열었다.
"흠.. 우리 저기나 한번 가볼까?"
에이 저런덴 뭐하러 갑니까? , 군인이 저런델 왜갑니까? 이런 맘에도 없는 말들이 튀어나왔고 졸지에 음란의대명사가 된 고참은 얼굴이 붉어지며
그럼 부대로 가던가 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망부석처럼 굳어져 그자리에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 우리가 군인이기 이전에 성인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서있다 우리는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졌음을 눈빛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어떻게 그곳에 입장하느냐는
것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여섯명의 군인들이 우루루 그리로 몰려간다면 모두의 이목을 끌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그 어떤 훈련을 할때보다도 진지하게 목표지점에 자연스럽게 잠입할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일단 막내를 척후병으로 보내 입출구를 확인한 후
잠입루트를 확보한 우리는 세명씩 전우조로 나누어 조심스럽게 그곳에 집입하기로 했다. 그냥 다같이 걸어갔으면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을텐데..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무사히 pc방에 도착했고 처음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생각보다 비싼 가격이었다. 보통 pc방이 한시간에 천원, 싼데는 오백원,삼백원 짜리도 있는 반면에 그곳안 무려 한시간에 오천원이었다. 잠시 고민이 됐지만 금전적 문제보다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이 더
강했다. 필시 저런 가격이라면 보통 pc방 보다 다섯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거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카운터의 아저씨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여섯명이오'라고 말했다. 힐끔 우리를 쳐다 본 아저씨는 다 안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안으로 들어가란 말을 할 뿐이었다. pc방 안으로
들어서자 마치 공중 화장실 같은 풍경이 우리를 반겼다. 자리마다 공중화장실처럼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모여서 전의를 다진 후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뿔뿔이 흩어져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를 선택했다. 문앞에 섰을때 심장이 고동치는걸 느낄수 있었다. 비밀의 문 앞에 선
해리포터의 마음에 이랬을까?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선 후 안을 살펴보니 과연 일반 pc방과는 뭔가 다른점이
보였다. 일단 어떤 자세를 취해도 안락할 것 같은 회장님의자와 벽에 걸린 거대한 헤드폰이 보였고 가장 눈에 띄는건 책상 한 구석에 놓여진
크리넥스 화장지였다. 음.. 방마다 화장지가 있는건가.. 난방이 잘 안되는 거겠지.. 그래 땀이 많이 나니까 땀닦으라고 있는걸꺼야.. 스스로 이런생각
들을 해봤지만 왠지 그 진정한 용도를 알 것만 같았다.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켜보니 바탕화면엔 수많은 폴더들이 있었다. 그 폴더에는 세계지리
교과서에서나 볼법한 다양한 국가의 이름들이 적혀져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이트들의 목록이 모니터에 수놓아져 있었다. 이미 다른 방쪽에선
연신 꿀꺽꿀꺽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조용히 헤드폰을 꺼내들었다. 한참동안 인터넷의 바다를 헤메이던
중 문득 나는 헤드폰을 벗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적막한 pc방에서 마치 목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뿔뿔이 흩어진 장소
에서 불경을 드리듯 탁탁거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고 이는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기 시작했다. 놀란 나는 후다닥 헤드폰을 뒤집어썻다.
그렇게 자기개발의 시간을 마치고 어느덧 시간은 한시간이 다되어갔다. 왠지모를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밖으로 나섰지만 아직 동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곧 해탈을 한 듯한 고참의 모습이 보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색시 같이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동기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한두명씩 방에서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막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5분정도 지났을까 끝에서 나오는 막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왠지 혼이 빠져 나간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 막내의 입술과 오른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녀석.. 심하게 달렸구나.. 이런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다같이 모여서 카운터 앞에서 있자니 뻘쭘한 생각이 들어 우리는 재빨리 그곳을 나섰다. 그리고 부대에 복귀하기 전 위병소
앞에서 그곳에서 있었던 일은 우리가 제대할때 까지 우리들 마음속의 상자에 고이 넣어서 닫아놓고 지내자는 다짐과 함께 부대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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