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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정교과서 전환과 관련하여 여론이 매우 뜨겁습니다. 대학인 저희 학교에서도 학우들의 대자보가 붙는 등 이 주제와 관련하여 많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목소리가 다양한 목소리는 아니라는 점에서 심히 우려를 제기하고 싶습니다. 아직 내용 구성은커녕 집필진이 마련되지도 않은 시점에 이렇게 반대의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보면 역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살아있는 관심을 느끼며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그 편향성에 불안감을 느끼는 요즈음입니다. 따라서 저는 국정 교과서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한 반박을 통해 몇 가지로 정리해서 제기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현행 교과서가 좌편향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특정 관점이 편향되었느냐, 아니냐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판단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여기서 제시하는 내용들이 좌편향된 것이 아닌지에 대해 이 글을 보시는 분이 다시금 판단해보시길 바랍니다. 일단은 가장 논란이 될 수 있으며, 실제 10월 14일 조선일보에 실린 부분을 인용해봅니다.
“북한은 남한에서 총선거가 실시되자 곧바로 정부 수립에 나섰다. 8월 25일에는 남북 인구 비례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을 뽑는 선거를 실시했다. 북한과 남한에서 선거로 뽑힌 대의원들은 김일성을 수상으로 선출했다.” - 두산동아 한국사, 273쪽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북한 정부가 마치 남북한 전체의 투표에 의해 수립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일일이 모든 예시를 나열할 수는 없으니 전 구절 인용은 이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내용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검정 8종 교과서에 전태일은 있어도 대기업을 일으킨 이병철, 구인희 등 주요 기업의 창업주가 빠져있음으로써 노동-자본에 대한 서술의 균형이 잡혀있지 않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미래엔 교과서에 “대표적인 대기업은 각종 혜택을 악용하여 횡령과 비자금 조성을 일삼고 세금을 포탈하거나 수출 대금을 해외로 빼돌렸다.”라고 묘사하고 있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생각합니다. 좌편향적 내용 논란은 지면상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둘째, ‘국정교과서는 다양한 시각을 막는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지점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검정인 체제라고 해서 다양한 시각이 유지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얼마 전,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과 관련하여 큰 논란이 있었는데요, 일각에서는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적 부실함을 지적하는 등 적절한 비판도 있었습니다만, 주된 비판은 뉴라이트적 시각 자체에 집중되었습니다. 이는 보수적 시각의 교과서 산입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다양한’이라는 지점을 얼마만큼 중요한 가치로, 절실한 가치로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소속감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공통된 역사의 공유입니다. 폐쇄적 민족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최소한의 공동체 소속감을 누리기 위해서는 공통된 역사의 공유가 필요하고, 이것이 곧 의무교육이자 국민교육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밖에 역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나 심도있는 고민은 대학 과정에서 다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중등교육까지는 진리의 추구가 아니라 공민(公民)의 양성이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북한, 방글라데시,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 등 후진국이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과 다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토대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의 비교는 어디까지나 참고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야당 측에 되묻자면,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을 2007년 4월 27일 참여 정부는 ‘학교 혁신을 위한 교과서 발행 제도 개선(안)’을 발의하며 그 취지로 “초등학교 사학과(역사)의 경우 ... 검정화 요구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나, 역사가 포함되어 있어 이념적 편향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에 국정제로 유지”라고 표명한 바 있습니다.
그밖에 현 정권이 자신들의 과거 치부를 미화하기 위해 국정교과서로 전환하려고 한다는 주장(아마 이게 가장 분노를 자아내는 지점이라고 생각되는데)이 있지만, 이러한 주장은 아주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나 어디까지나 추측에 기반한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했지만, 현재는 어디까지나 내용은커녕 집필진 구성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속단은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지요.
핵심 쟁점이 되는 지점에 대해 이렇게 네 가지로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제 주장에 대한 반박이나 새로운 주장의 제시는 환영합니다. 단, 감정을 가급적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되기를 희망합니다. 저는 하루 간격으로 이 글을 확인할 터이니 논의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참고 바라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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