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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강동원 의원이 대선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하자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나 유포했다는 듯 청와대와 여당의 공세가 연일 소란스럽습니다. 차분히 사실 관계를 검증하여 ‘허위사실’ 여부를 가리는 일이 우선돼야함에도 정치권과 언론에서 그런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깝습니다. 마침 중앙선관위가 “어떠한 선거 부정도 있을 수 없다”며 해명자료를 내놓았기에 몇 가지 지적하고자 합니다.
강동원 의원은 개표상황표나 투표록 같은 선관위의 대선 개표 자료를 기초로 각 선거자료의 시각 문제를 중심으로 개표부정 의혹을 제기하였습니다. 그가 제시한 개표부정의 주요 유형은 투표 중인 시간에 개표가 완료된 사례, 투표함이 투표소에 있는 상태 혹은 투표함 이송 중에 개표가 진행 중으로 나타난 사례, 개표 완료 전에 방송에 결과가 나간 사례 등입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투표지분류기(전자개표기) 제어용 PC의 시간을 현재시간으로 맞춰 놓지 않아 개표상황표의 시각에 일부 오류가 발생하였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시각 오류는 최종 개표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습니다. 개표결과를 공표한 시각과 그 개표결과를 언론사에 제공한 시각의 차이에 대한 강의원의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고 합니다.
지역선관위가 중앙선관위에 개표결과를 보고하면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와 방송사에 제공되었다고 해명하였습니다. 전국 개표소에 6만 여 명의 개표사무원과 4500여 명의 참관인들이 개표 전 과정을 감시하였으나 이의제기는 한 건도 없었다며 개표부정 의혹을 일축합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의 해명에는 다음의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선관위 해명대로 제어용 PC의 시간을 제대로 맞춰놓지 않아 개표상황표의 분류기 개시 및 종료 시간에 오류가 발생했다면 그 모든 책임은 고스란히 선관위에 있습니다. 개표상황표는 개표 결과를 확정짓는 개표의 핵심 공문서 중 하나입니다. 그 문서의 시간에 수많은 오류가 발생하였음에도 개표사무원들과 선관위 위원들, 선관위 위원장까지 누구 하나 발견 못하였다면 그들의 개표 업무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선관위는 개표관리를 제대로 못해 정확하지 않은 공문서를 만든 책임을 통감하며 대국민 사과부터 해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지금껏 이런 사항에 대해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선관위의 관련 직원 가운데 징계를 받은 사례도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둘째, 선관위는 제어용 PC 시간 설정 문제로 개표상황표의 시간에 오류가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을 입증할만한 객관적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투표함이 이송 중인 시간에 개표가 진행된 것처럼 개표상황표에 기재돼 있는 경우, 그 시각에 실제 개표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개표장 촬영영상이나 관련 증거 자료를 내놓아야할 것입니다.
대선 개표 당시 전국의 지역선관위는 개표의 전 과정을 촬영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을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에 따라 보존하지 않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부분 임의로 폐기하였습니다. 때문에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막연한 추정에 불과한 군색한 해명을 내놓고 있습니다.
셋째, 개표상황표의 시각 오류가 최종 개표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선관위 주장은 거짓입니다. 가령 투표지분류기의 종료시각보다 위원장의 공표시각이 앞선 경우, 투표지분류기로 분류하기 전에 개표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개표는 “개함→투표지분류기 분류→심사집계부 확인 ․ 심사→위원 검열→위원장 공표→보고” 순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투표지분류기의 분류 전에 개표 결과가 나왔으면 개표의 대부분 절차를 생략한 거나 다름없으므로 그 개표 결과는 무효가 되어야 합니다. 개표가 정상적인 적접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개표상황표의 시각 오류가 최종 개표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개표의 기본조차 무시하는 잘못된 해명입니다.
넷째,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후보자별 득표수의 공표 전에 누구든지 이를 보도할 수 없게 돼 있습니다(178조 4항). 한데 지난 대선 개표 당시 그런 일이 무수히 발생하였습니다. 선관위는 “지역 선관위가 보고하지 않은 자료가 방송사에 제공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중앙선관위가 공개한 개표상황표와 1분 단위 개표자료를 면밀히 대조한 결과 위원장이 개표 결과를 공표하기 전에 그것이 방송사와 언론사에 제공된 경우가 무려 872건이나 나왔습니다.
선관위는 그 같은 일이 불가능하다고만 강변할게 아니라 위원장이 공표도 하기 전 개표 결과가 방송사 및 언론사에 제공된 많은 사례가 어째서 발생하였는지 규명해야할 것입니다. 가령 SBS의 개표방송의 경우, 최종 개표결과가 5,316표나 중앙선관위 개표 자료와 차이가 납니다. 그럼에도 중앙선관위는 이런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채 단순히 방송사의 책임으로만 돌리고 있습니다.
다섯째, 대선 개표 때 6만 4천 500여 명의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이 개표 전 과정을 감시하였으나 이의제기는 한 건도 없었다는 선관위의 주장도 온당하지 않습니다. 전국의 대부분 선관위는 개표 참관인들에게 개표의 기본 자료인 ‘개표관리매뉴얼’조차 배부하지 않은 채 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참관인 교육도 극히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을 뿐입니다. 개표에 투입된 개표사무원 중 일반 시민이 심사집계부 단계의 개표사무원을 맡은 경우도 없었습니다.
일반인 개표사무원은 투표지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개함부에 배치돼 작업하였습니다. 투표지 유, 무효를 가리는 본격적인 개표업무인 심사집계부에는 선관위 직원이나 공무원 중 개표 업무를 오랫동안 맡은 사람들이 주로 배치되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참관인이 개표의 문제점을 발견해 이의제기 하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참관인의 이의제기가 ‘전혀 없었다’는 선관위의 주장은 거짓입니다. 일부 지역 참관인들의 이의제기는 분명 있었고 그것은 선관위가 공개한 개표영상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여섯째 선관위는 국민의 개표부정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여야가 합의하면 얼마든지 재검표할 용의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지 벌써 3년 가까이 된 상황에서 재검표가 이루어진들 그 결과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현재 선관위는 대선 투표함을 맡아 관리하는 중입니다. 18대 대선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태라 법령상 투표지를 폐기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관위가 그 투표함을 과연 안전하게 보관하였는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힘듭니다. 대선 투표함 보관소에 철통같은 경비가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CCTV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라 그렇습니다.
선관위 직원 중 누군가가 몰래 투표수를 맞춰 놓아도 일반인이 그것을 확인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더욱이 여수선관위의 경우 대선 이후 투표함을 임의로 개함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고발된 바도 있습니다. 이처럼 선관위는 대선 투표함을 매우 허술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얼마든지 재검의 용의가 있다”는 선관위의 주장은 각종 개표부정 의혹을 면피하기 위한 발언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상으로 강동원 의원이 제기한 대선 개표부정 의혹에 대한 선관위의 해명 내용을 보고 그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하였습니다. 강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언급한 개표부정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그 단편적 내용만으로 갑론을박 해봐야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고 끝없는 논란만 낳을 것입니다. 최선의 해결책은 대법원에 이미 제기된 18대 대선 선거무효소송(2013수18)의 재판을 속개하여 ‘개표부정’의 진위를 가리는 일입니다.
공의실현을위한 목회자모임 정병국 목사
출처 | http://www.amn.kr/sub_read.html?uid=218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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