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처럼 하나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신이라 부르는 것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죄송한 것은 이제 당신의 집인(혹은 집이라고 자처하는) 교회를 떠나는 것입니다.

전 태어나서부터 21년 동안, 교회를 다녔고 늘 당신과 함께했습니다. 

입술로 늘 당신을 찬양했고, 피부색이 다른 형제들도 당신을 믿게 하려고 외국에 나가 발로 뛰기도 했지요.

하지만 우연히 당신과의 만남이 소홀해진 시간이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동안, 당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져버렸습니다. 

아니오, 외부적 상황 때문이라기 보다는 제 자신 때문이겠네요.

솔직히 지칩니다. 

이 우주에서 하나뿐인 당신만을 위해, 저의 수많은 형제들을 희생시키고 증오해야 된다는 게 너무 괴롭습니다.

이러한 괴로움조차 '완벽한' 성서에 의하면 당신을 향한 반기가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완벽함은 인간의 손을 거친 성서가 아닌 오로지 당신에게서 나오는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제 교회라는 틀을 박차고 나와 세계를 유랑하며 당신을 찾아다닐 것입니다. 

당신은 예수의 모습일 수도 있고, 석가모니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정확히 어딘지 모르는 빈민촌에서 굶주린 이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일 수도 있겠지요.

제가 기어코 당신을 찾아낸다면, 웃음과 함께 이 따뜻한 한마디를 부디, 제발 건네주시길 온 정성 다해 빕니다. 

'너희가 나의 존재를 알든, 모르든, 믿든, 부정하든, 나는 너희를 사랑한다.'

당신을 찾아 떠날 여정이 고되고, 험난하겠지만 그 한 마디만은 당신에게서 직접 듣기 위해 무엇이든 감당하겠습니다.

 - 나를 만드신, 사랑하는 당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