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오 박사 등 의사들이 주축이 되어 제기한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이 MBC의 보도를 기화로 세간에 본격 회자되기 시작하면서 이 문제를 두고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면서 이상한 주장을 하는 부류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번 글에서도 강조했지만, 박주신 병역비리 의혹 문제는 과학적(의학적) 문제이며 국가의 병역시스템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검증의 문제이지, 좌/우, 진보/보수의 이념은 끼어들 틈도 없을 뿐아니라 여야의 정치적 이해(利害)를 계산할 문제가 아닙니다.
조갑제를 비롯한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박원순이 때를 기다리며 판을 키우고 있으니 이 문제를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 여기서 의혹제기를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조갑제 등의 이런 주장이 양승오 박사가 제기한 의혹들이 신빙성이 없다는 과학적 논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일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고 일베에서 양승오 박사의 주장을 어설프게 반박하고 있는 박효종(닉네임 갸우살)이라는 미국에 거주하는 의사의 주장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동의하기 힘듭니다.
1.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 - 공군과 비자 신처용의 X-ray의 피사체가 박주신이다
저는 박효종이 일베에 올린 글과 조갑제 닷컴에 인터뷰한 글, 그의 주장의 근거가 된다는 글들을 모두 읽어 보았습니다. 박효종의 말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할 수는 없지만, 그의 주장이 그렇다고 양승오 박사의 주장을 제대로 반박했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의 주장을 최대한 받아주더라도 단지 두 X-ray는 피사체의 인물이 다르다는 것을 확정할 수 있을 정도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는 정도이고, 자생병원의 X-ray와 공군에서 찍은 것과 비자 신청시 제출한 X-ray상의 피사체가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은 전혀 증명하지 못합니다.
공군에서 찍은 X-ray와 박주신이 영국 유학비자 신청을 위해 제출한 X-ray상의 피사체는 박주신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박주신이 공익 판정을 받은 근거가 된 자생병원의 X-ray가 박주신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박주신의 병역비리 의혹은 해소가 되는 것이지, 두 X-ray가 다르다는 것을 확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의혹이 해소되는 것이 아닙니다. 즉, 기준은 공군 것과 비자 것이기 때문에 박효종이나 박원순측은 자생병원의 X-ray 상의 피사체가 공군이나 비자의 X-ray상의 피사체와 동일인임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죠.
세브란스 병원에서 촬영한 MRI의 피사체가 박주신이라는 것은 현재 의혹을 사고 있으며, 이 피사체의 인물이 박주신일 가능성보다는 공군의 것과 비자의 것이 박주신이라고 볼 수 있는 확신이 훨씬 앞섭니다. 따라서 세브란스 병원의 MRI, 자생병원의 MRI 및 X-ray상의 피사체가 공군과 비자의 X-ray상의 피사체와 동일인이라는 것을 증명할 의무는 오히려 박원순측에 있는 것이죠.
박효종이 석회화가 관전압이나 PA/AP 방식에 따라 보였다가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하거나 흉추의 극상돌기 하나만 유독 자세에 따라 휘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공군과 비자의 X-ray상의 피사체가 자생병원의 피사체와 다르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며, 박원순측이 공군과 비자의 X-ray상의 피사체와 자생병원의 X-ray상의 피사체가 동일인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양승오 박사의 의혹제기는 합리적이며 당연한 것입니다.
2.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진실이지 정치공학이 아니다
물론 박주신의 병역비리 의혹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 의심을 할만한 숱한 증거들이 나오는 상태에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 의혹이 사실이 아닐 경우의 역풍을 우려하여 의혹 제기를 멈추고 검증을 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치공학적 접근이지 우리가 원하는 진실 추구가 아닙니다.
합리적 의심이 모두 사실로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이 중에는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사실이 아닐 경우도 많이 있지요. 저도 천안함 사고에 대해 피로절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을 제기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에 의해 절단되었을 가능성이 99%에 이른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에 제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합리적 의심을 했던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잠수함에 의한 추돌설이나 사고 위치가 장전항이라는 주장, 멍게 유생설 같은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를 제시하며 정치공학적으로 음모론에 기반한 의혹제기는 비난받아야 하겠지만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합리적 의심을 하는 것은 국민들의 이해도 돕고 정부의 투명성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합리적 의심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고 하여 역풍이 분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의 접근은 사회적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분석을 방해하고 결국은 사회를 투명하고 건전하게 하는데 장애가 될 뿐입니다. 합리적 의심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도 넌센스이지만, 이를 이용하여 역풍을 조장하여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하는 것은 더 비도덕적이며 야비한 짓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봅니다.
현재 양승오 박사의 주장이 맞다고 동조하는 의사분들은 실명을 걸고 계속 나타나고 있으며, 의혁투나 의료와사회 포럼과 같은 의사단체들도 성명서를 발표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원순측을 옹호하는 의사들은 미국에 있는 박효종 이외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의사집단이 보수적이고 남의 일에 휘말리기를 싫어 하는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꽤 많은 진보적 의사들도 존재할텐데 왜 이들은 박원순 옹호에 나서지 않을까요? 판이 커질 때까지 이들도 기다리는 것일까요?
박효종도 의심이 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 공판의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박원순측이나 양승오측, 검찰과 사법부만이 알 수 있는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이 의아합니다. 실례로 세브란스병원의 MRI PACS의 시간오류 문제의 해명, 의료보험증 번호 불일치문제의 해명은 사건 당사자들만 알 수 있고 공판에 참석한 방청객들도 모르는 내용인데 미국에 있는 박효종이 알고 그것을 이용해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 사법부, 양승오 박사측에서 그런 정보를 박효종에게 제공했을 리는 없을텐데 박효종은 과연 누구로부터 그런 정보를 받았을까요?
3. 박원순의 현재 처신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양승오 박사에 의한 의혹제기가 세간에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언론, 정치계 뿐아니라 의료계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양승오 박사의 공선법 위반 재판은 물론이고 박원순측에 의한 고소, 고발도 이어지고 있고, 검찰도 재수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온 사회가 이 문제로 치르는 사회적 비용이 너무 막대합니다. 박주신이 공개 재검증에 임할 때까지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계속 늘어갈 것입니다. 박주신의 공개 재검증만 한다면 이러한 사회적 비용은 더 이상 치르지 않아도 되고 모든 논란은 종결되게 됩니다.
혹시 박원순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 확대를 위해 이 사건을 이용하려 생각하고 총선이나 대선 즈음에 박주신의 공개 재검증을 통해 반전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박원순의 착각일 뿐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종결시킬 키는 박원순과 박주신만이 쥐고 있습니다. 그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이용해 사회가 어떤 비용을 치르던 상관없이 판을 키워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했다면 과연 그것을 국민이 용납할 수 있을까요?
박원순이 아들의 공개 재검증을 하더라도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고 지리한 공방이 게속된다고 하면 몰라도 공개 재검증은 깔끔하게 의혹을 해소할 수 있어 박원순이 정치적 목적으로 박주신의 공개 재검증을 하지 않거나 늦추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이해해 줄 수 없습니다.
4. 의혹 중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하나 - 박주신의 치아상태
석회화와 극상돌기 등의 의혹도 과학적으로 해명이 필요하지만 제가 상식적으로 가장 의아스러웠던 것은 자생병원의 X-ray 피사체의 치아상태였습니다.
X-ray 상에 나타난 치아상태를 보면 1개가 망실되었고 14개에 아말감 처리가 되었으며, 망실 혹은 발치되었던 45번 치아는 캔틸레버 브릿지로 보철물로 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박주신의 치아를 치료했다는 문모 치과의사의 증언에 따르면 45번 치아는 2005년에 발치했다가 2008년에 캔틸레버 브릿지로 보철했다고 하네요. 45번 치아가 없는 상태로 3년간 방치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박주신이 45번 치아에 임시 보철물을 끼고 3년 동안 생활할 수 없음으로 3년간 45번 치아가 없는 상태에서 대학생활을 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2005년은 박주신이 20세가 되는 해로 대학생이었고 2008년까지 대학생활을 했거나 휴학을 했더라도 사회생활은 계속 했을 것입니다. 45번 치아는 안쪽에서 4번째 치아로 말을 하거나 웃을 때 보이는 치아입니다. 이 치아가 없을 경우 상당히 흉하게 보일 수밖에 없어 45번 치아를 3년간이나 없는 상태로 방치하는 경우는 매우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 경우 외에는 좀처럼 찾기 힘듭니다. 하물며 아버지가 변호사이고 어머니가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강남의 중산층 가정의 자녀가 45번 치아를 3년간 없는 상태로 방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죠.
박주신이 2005년에 14개 치아를 아말감 치료했고, 보통의 치과에서는 시술하지 않는 싸구려 캔틸레버 브릿지 보철을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자녀의 45번 치아를 없는 상태로 3년간 방치한다는 것은 부모로서도 무책임하다고 밖에 볼 수 없어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20세의 청년이 충치가 심해 14개를 아말감 처리하고 2개의 치아가 망실될 정도로 치아관리를 엉망으로 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지요.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치아 치료를 아말감과 캔틸레버 브릿지로 해주는 강남의 부모는 도대체 어떤 철학을 가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여러분들은 강남에서 월세 250만원을 주며 50평형 이상의 아파트에 살지만 자녀는 방치하고 서민의 자제들처럼 치료하는 것이 진보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모순적인 삶이며 비합리적 경제생활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