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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610281
    작성자 : 익명ampsa
    추천 : 121
    조회수 : 15067
    IP : ampsa (변조아이피)
    댓글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1/17 23:05:44
    원글작성시간 : 2013/01/17 19:31:43
    http://todayhumor.com/?humorbest_610281 모바일
    여자친구 다이어리를 몰래봤어요




    여자친구와 사귄지는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이래저래 많이 싸우기도 하고... 최근에는 좋게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너무나도 좋아하고 있어요..


    저보다 두살 어린 친구지만 또래동갑여자애들에 비해 생각이 똑바로 되있고 


    아는것도 많고 미대 나와서 손재주도 좋고..실력도 좋고....


    고졸 나와서 계속 이거저거 일하다가 쥐꼬리만한 월급받고 일하고 있는 저를 항상 멋있다고 해주고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제딴엔 별거 아닌 당연하다고 생각한 행동에도 하나하나 짚어주며 웃어주며 '배려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던 친구였어요. 


    저 가진것도 없고 집안도 콩가루 집안이에요.


    이런 제가 감히 이 친구를 붙잡고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서 사귈때 초반에 많이 밀어냈었어요 


    난 돈도 없고 차도 없고 집안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보잘것 없는 놈이라 너같은 애를 만나기에 내가 너무 모자라다고 


    헤어지자고 몇번 말한적도 있어요. 


    그럴때마다 가만히 눈물 뚝뚝 흘리며 그래도 제가 좋다네요.. 자기가 그런걸 따졌으면 진작에 떠나지 않았겠냐면서..


    몇번을 반복하다가 제가 겨우 정신차리고 '아, 내가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고싶다면 지금을 비판할게 아니라 내가 정말 앞으로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 내용을 편지로 많이 써줬더니.. 편지 보면서도 울더라구요. 이게 뭐라고 참....



    그 친구는 저한테 너무나도 해준 게 많아요. 


    제가 머리가 나쁜걸까요.. 전 분명히 그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 친구만큼 센스가 없는 탓일까요. 


    늘항상 혼자 저를 가만히 지켜보고있다가 '오빠는 목도리가 없네. 목도리가 필요할 것 같아.' 라며 목도리를 어디서 사오질 않나 


    제가 '아 손시렵다.' 라고 한마디 했을뿐인데 일주일뒤에 커플장갑을 사갖고 오더라구요. 


    향수 하나를 선물해줘도 정말 감탄나올정도로 기가막히게 제 취향을 잘 찾아냈어요. 


    향수가게에서 20개가 넘는 향수를 50분 내내 번갈아가며 맡아가며 찾았답니다.. 코가 마비될 뻔했다고 웃더라구요..


    옷 선물도 어쩜 그렇게 딱 내 스타일인 걸 골라서 선물해줄수있는지..


    난 그런 재능이 없었어요...... 이친구가 뭐가 필요한지 몰라요. 


    저도 이친구가 필요한걸 말하면 그걸 꼭 사주고 싶은데.. 당연히 저한테 '이거 사줘.' 라는 말은 한번도 안해요. 


    분명 내가 더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햇는데..



    저, 이 친구 만나기전까지 꼴통처럼 살았어요.


    꼴통이라고 해서 뭐 여자만나고 다니고 그런게 절대로 아니라 


    그냥 하는게 맨날 친구들이랑 술먹는것밖에 없었어요. 


    이 친구가 초반에 그걸로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저도 고치려고 하는데.. 한번은 일주일동안 제가 술먹든 말든 가만히 냅두더라구요..


    오히려 가만 냅두니까 갑자기 제가 덜컥 무서워지는거에요. 


    왜 뭐라안하지? 나한테 관심이 아예 없어진건가? 포기한건가..? 


    혼자 정신차리고 혼자 가서 또 빌었어요..-_-;; 자기가 뭐라고 해봤자 둘다 스트레스만 받을거고 말해도 소용없는거 같아서 


    어찌할지 몰라서 포기할까 생각중이었다네요.... 제가 미안하다고 안그러겠다고 혼자 붙잡고.. 제가봐도 병신같네요.


    전 성격도 안좋아요 사실. 


    가난이라는 것에 대해 피해의식이란 것도 많고요. 자존심도 엄청나게 쎘어요.


    이 친구가 돈내는걸 너무 싫어해서 데이트비용 제가 다내고 제가 돈 없으면 이 친구를 아예 보려고도 안했어요. 


    이것도 지금 그나마 많이 고쳤어요. 


    저한테 한번 엄청나게 화내면서 자기가 돈없는것도 아닌데 돈있는 사람이 데이트비용 내면 되는거지 자존심이 밥먹여주냐고


    당장 자기가 사주는 밥을 먹으러 나오지 않으면 안볼줄 알라고 하더라구요. 


    전 제가 중학생때 부모님이 별거하시느라고 고등학교때 혼자 자취하고 살았어요.. 


    한참 사춘기때 아무도 막나가는 저를 잡아주지 않아서 감정도 조절할줄 모르고 화도 조절할 줄 몰랐어요. 


    지나고나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거에 너무 신경질내면서 화도 내고 하니까 이친구도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어요. 


    저도 고치고 싶죠.. 근데 26년동안 이렇게 살았는데 사람이 하루 아침에 어떻게 바뀌어요.. 


    이 친구는 저한테 화도 잘 안내고 (물론 제가 하도 신경질 내다보니까 나중엔 자기도 참다참다 못해 버럭 한적은 몇번있습니다;;)


    조근조근 대화하려고 해요. 


    이 친구는 대화법이 항상 "그래. 이런부분은 나도 잘못했어, 미안해. 하지만 오빠가 같은말이라도 이런식으로 말해줬으면 내가 서운하지도 않고 더 좋았을거 같아. 그런 부분을 고쳐줬으면 좋겠어." 이런식으로 말합니다. 

    우선 자기 잘못도 인정하고 뭔지 똑바로 말한다음에 제가 고칠점을 얘기해줘요. 근데 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어요..


    그럴때마다 저는 "내가 말 하나하나 뱉는거에 니 눈치 봐야되냐?" 이따위였어요. 


    진심도 아니고 그냥 그때그때 말이 막나가는거 같아요..물론 지나고 나서 항상 미안하다고 하지만..



    머 아무튼.. 시간이 많이 지나고 저도 많이 고쳤어요. 


    제가 아직도 너무 사랑하고 좋아하고 있거든요. 어딜가서 이런여자를 만날까 하고.


    전 이친구 만나기전까지 그냥 혼자 먹고살다 죽으려 했어요. 


    근데 이 친구 만나고 나서 나도 결혼이란걸 해보고싶고 이친구랑 정말 진심으로 같이 살고 싶단 생각도 들더라고요. 



    엊그제, 저희집에 놀러와서 이런저런얘기도 하다가 


    친구한테 전화오나 보더라구요. 아는게 많아서 사람도 착해서인지 항상 여기저기서 이친구한테 많이 물어봐요. 


    누가 프로그램 쓰는법에 대해 물어보나봐요. 저한테 미안하단 제스처를 취하면서 통화좀 하겠다고 밖으로 나가더라구요. 


    가방에 항상 다이어리를 넣어갖고 다니길래 그냥 너무 궁금해서 열어봤어요. 


    하루에 뭐라도 한마디씩 적어놨더라구요. 


    한참 취업스트레스 받을때 심정도 써놓고... 그리고 이 친구 집안이 요즘 많이 혼란스러워서 우울한 감정도 많이 보이더라구요. 


    물론 저한테 항상 털어놓기도 해서 제가 항상 옆에 있어주고 위로도 많이 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3일전 날짜에 조그맣게 


    '그만하고 싶다 이제. 이사람은 우리 사이에 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난 그런거 다필요없고 그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필요할 뿐이다. 이 말을 2년내내 해왔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처음부터 안맞는 옷을 내가 억지로 맞춰 입으려 한건지도 모르겠다. 지친다. 상처만 쌓인다. 이제 뭐라고 더 말꺼낼 기운도 없다. 그만 끝내고 싶은데 내가 너무 좋아해서 끝낼생각하면 괴롭다. 어떻게 하지.' 


    라고 썼더라구요.. 정확하진 않지만 저런 내용이었습니다.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어요..



    생각해보니 저번주에도 제가 회사일이 너무 힘들다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전화받으면서 짜증내고 했을때 


    이 친구가 한참 위로해주고 잘할수있을거라고 격려해주다가 '우리 내일볼까?' 라고 말했어요. 


    항상 제가 아프거나 기분이 유독 우울한 날에 말없이 와줘서 제 옆에 있어줬던 친구였습니다. 


    근데 제가 지금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직한지 얼마 안되서 첫 월급이 2월에나 들어오더라구요. 


    돈이 한푼도 없었기에 '그냥 주말에 봐' 라고 했습니다. 


    한참 말이 없다가 '난 항상 오빠가 기분이 안좋으면 풀어주고싶어서 옆에 있어주고 싶어하는데.. 오빠는 내가 기분이 우울하거나 아플때 한번도 와준단 말도 꺼낸적이 없네..' 라고 중얼거리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저는 지금 돈없고 회사일 힘들어서 스트레스 받을 뿐인데 


    이 친구는 지금 집안이 결국 부모님께서 이혼준비중이시고 20대의 나이에 엄마랑 여동생을 자기가 책임져야 한단 생각에 


    취업도 한참동안 잘안되고 해서 많이 힘들어했었어요..


    이렇게 놓고봐도 누가 더 힘든상황인지 다 보이는데...



    그동안 계속 자기가 위로 받고 싶고, 제가 따뜻하게 안아주길 원해서.. 자기가 스스로 먼저 왔어요 저한테. 와달란 얘기도 한적도 없고요.


    물론 제가 기분이 안좋을때도 군말없이 자기가 하던일 잠시 놓고 항상 와줬구요.


    제가 제 상황만 생각하다가 이 친구한테 먼저 가볼 생각을 단한번도 한적이 없네요.. 



    저는 계속 돈타령만 했어요. 


    이친구한테 너무많이 받은걸 답례하는걸 물질적으로밖에 생각을 안했어요.


    2월에 월급받으면 맛있는거 사주겠다고 , 좋은거 사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저 웃기만 하더라구요.


    이 친구가 원했던건 다정한 나의 모습과 자신이 바닥까지 우울해있을때 괜찮냐고 얼굴이라도 보러 한번 와주길 원했던거였는데..



    제가 너무 한심하고 비참합니다. 쓰레기 같아요..


    저한테 한번도 내색을 안해서 그냥 기분이 좀 나아졌나 라고만 생각했어요. 


    다이어리에 이렇게 그만하고 싶다고 써놓은걸 봤는데..


    전 정말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저한테 헤어지자고 하면 전 두말없이 잘못했다고 다리붙잡고 질질 늘어질거에요 아마.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어디서부터 다시 고쳐나가 시작해야 할지..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제가 머리가 너무 나쁜가봐요... 그동안 싸우고나서도 내가 뭘 잘못했었는지 3일은 지나야 진심으로 깨달아요. 그 3일동안에 이 친구는 이미 상처받았구요 항상.



    행동으로 보여주기에 너무 늦은걸까요?


    저한테 너무 많이 예쁘게 웃어주고 천사같은 친구였는데 , 


    어딜 가면 나보다 더 잘나고 멋진놈한테 분명히 좋은거 많이 받을수있는 사람인데 


    나란 놈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 받아하고 상처받는게... 너무너무 미안하네요.. 


    그래도 놓치기 싫은건 제 이기적인 생각일까요..? 


    제가 자기 다이어리 봤다는건 절대 모르고 있어요. 



    남자가 이런거로 쪼잔하게 울고싶지 않은데 .. 자꾸 그친구가 제 곁을 떠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눈물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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