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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cience_60305
    작성자 : kyanite
    추천 : 10
    조회수 : 1158
    IP : 211.36.***.213
    댓글 : 44개
    등록시간 : 2016/08/09 17:55:44
    http://todayhumor.com/?science_60305 모바일
    (뻘글) 과학을 왜 배워야 할까요?
    옵션
    • 창작글
    저는 현직 과학 교사입니다.
    이상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저는 과학이 좋아서 과학교사가 되었습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땐
    저는 제 꿈이 참 소박한 줄 알았습니다. 
    성적을 올려주고. 시험문제를 족집게같이 맞추기보다는
    그냥 같이 즐기고.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전문적인 지식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관찰하고 탐구하며 과학적 활동을 함께하는 것
    그러다가 어쩌다 똘똘한 녀석 한두 명쯤 나오면
    같이 토론하고 나도 배우고..
     
    그러나 깨달았죠
    제 꿈은 어마어마어마어마하게 큰 꿈이었다는걸요ㅎ

    사실 주입식 교육..정말 편합니다.
    토의 토론. 학생들에게 맡기면 알아서 잘 할 것 같지만 절대 아닙니다.
    대학교 조별과제가 대표적인 예죠.
    주입식 교육하면 전 떠들기만 하고 학생들은 듣기만 하고. 정말 편해져요.

    하지만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을 누구보다도 원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학생과 학부모들이더라고요..

    진짜 좋아서 원하는 걸까요?
    짧은 경험이었지만..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진도에. 시험 문제에. 그리고 점수에..
    과학의 즐거움이라든지 아는 것의 기쁨이라든지 그런 건 느낄 새도 없이
    어느새 제 수업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그런 내용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어요.
    제가 원하는 걸 하기엔.. 아이들은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어 보였어요.

    학교 시험이 참 경직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신 적 없나요?
    저도 그랬어요. 저도 주로 선생님한테 왜 이건 답 아닌지 질문하는 쪽이었거든요.
    그런데..자기합리화일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시험이 왜 그랬었는지 조금 알겠더라구요.

    교육학 수업에서 시험은 아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배웠는지 확인하기 위해 친다고 배웁니다.
    진짜 그럴까요?
    아니요.. 우리는 시험을 줄세우기 위해 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세우는것도 아니고.. 최대한 빨리. 뒷말 안 나오도록 깔끔하게..세워야 해요.
    예를 들어 한명은 너무 많이 알아서. 한명은 정말 몰라서 똑같은 답을 썼다 해도
    답이 같으면 그 둘의 점수는 같은 거예요..
    그게 외부에는 '공정한 평가'가 되더라구요.

     요새 교실에 질문이 없다고 하죠? 
    아니예요. 질문 많이 해요.
    다만 그 질문이..
    학원에선 이렇게 가르쳤는데 왜 선생님은 이렇게 가르쳤느냐(살펴 보면 그냥 동음이의어)
    시험에 이거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 이런 것들이죠.
    이런 질문 받으면 정말 짜증이 나다가도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집니다.
    그동안 얼마나 치사한 시험문제를 풀어왔으면..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런 생활에 지치고
    아...내가 원하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하던 도중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학을 왜 배워야 하는 걸까?'

    제가 원하던.. 서로 토론 토의하고 탐구를 통해 지식을 만들어가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지적 유희를 즐기는 교실
    어쩌면 그건 모든 아이들을 위한 교실이 아닌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만을 위한 교실은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러다 보니 '어느 정도의 과학' 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지 고민도 되더라구요
      
    적성에 안 맞으면 싫어할 수도 있는거지
    모든 아이들이 과학을 즐겼으면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인가 싶기도 하고요

    과학을 왜 배워야 할까요?
    아이들이 이런 질문을 하면
    '니가 살면서 이상한 소리에 휘말릴 수도 있으니까' 라고 얘기해 주긴 하는데...ㅎㅎ
     어디까지가 진짜 필요한 과학일까요?
    학생들이 살면서 정말 필요한 과학은 어쩌면 입시 점수로서의 과학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만약 그게 맞다면 전 그것에 충실한 교사가 되는 게 맞는 걸까요?


     오늘 수업준비 하다 보니 잡생각이 길어졌네요.ㅎㅎ 
    쓰고 나니 과게내용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과학에 대한 얘기니 과게에 올려봐요^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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