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힌두교의 마하데비 = 밀교의 바즈라데비 = (화신)두르가 여신 = (화신)탈레주 여신이 되는 것입니다.
쿠마리는 실제로 탈레주 여신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32가지의 물리적 조건과 정신소양을 가진 여자아이의 육체에 화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환생과는 다른 개념으로 일정한 조건의 육체에 잠시 깃들어 있다라고 보시는게 맞습니다.
네팔에서는 쿠마리 여신에 대한 전설이 4가지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1. 탈레주 여신이 아름다운 소녀로 현신하여 프라카시 말라 왕과 트리파사라는 주사위 게임을 매일 하였는데, 어느날 밤 왕은 욕정을 참지 못하고 여신에게 성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그러자 여신은 격노하여 더 이상 왕에게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왕이 후회하며 용서를 구하며 여신을 위한 사원을 지어 간절히 기도하자 여신이 나타나 초경을 겪지 않은 순수한 어린 소녀를 골라 자신의 분신으로 섬기라고 명한다. 이 소녀가 바로 쿠마리다.
2. 17세기 자야 프라카시 말라 왕과 여신의 비극적인 사랑에 관한 전설. 탈레주 여신은 사원을 찾은 말라 왕에게 반해 몇 년뒤 어린 소녀의 모습으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한다. 실제로 몇년 뒤 왕과 왕비가 길을 걷고 있을 때 한 어린 소녀가 웃으면서 다가와 자신이 여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왕은 이를 믿지 않고 소녀에게 무례하다고 화내며 추방했다. 그러나 그날밤 탈레주 여신의 분노가 신들린 왕비의 입을 통해 전달됐고 놀란 왕은 여신을 달래기 위해 사원을 세우고 쿠마리 숭배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3. 탈레주 여신이, 17세기 말라왕조의 자야 프라카시 말라 왕의 침소에 붉은 뱀으로 나타나 왕과 매일같이 트리파사(Tripasa)라는 주사위 게임을 하였다고 한다. 여신은 자신이 이렇게 매일 밤 나타나 왕과 주사위 게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하였지만, 그러던 어느날 왕비가 근래에 왕이 침소에서 누군가와 종종 만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 왕을 따라 침소에 몰래 들어가 탈레주 여신을 보고 말았다. 이에 화가난 여신은 왕에게 “만일 왕이 다시 자신을 보기를 원한다거나 이 나라가 자신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면, 네와리(Newari)족의 샤캬 가문(Shakya Family) 사람들 속에 있는 자신을 찾아라.”라고 하였다. 이는 자신이 이 사람들 사이에서 어린 여자아이로 환생되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왕은 탈레주 여신이 깃든 어린 여자아이를 찾아 숭배하기 시작했다.
4. 17세기 자야 프라카시 말라 왕의 통치기간중에, 어린 여자아이가 두루가 여신이 몸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도시에서 쫓겨나게 되었는데, 그의 왕비가 여자아이의 사정을 전해 듣고는 격노하여, 왕에게 두르가 여신이 몸에 들어왔다는 여자아이를 살아있는 두르가 여신의 환생으로 임명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전설로 인해,
두르가 여신의 화신인 탈레주 여신이 네팔의 수호신으로 모셔지게 되고 그녀의 화신인 쿠마리가 숭배되기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3) 인도와 네팔의 쿠마리 숭배의 차이점
2300여년전 인도에서 쿠마리 숭배가 이루어졌다는 증거가 최초로 발견되었고,
쿠마리 축제의 하루 동안만 신(神)이 머물러 있다라고 보고 그때에만 숭배를 하였다고 합니다.
네팔에서는 13세기경부터 쿠마리 숭배에 대한 최초의 기록과 장식들이 발견되었고,
실제로 현재의 살아있는 쿠마리 시스템이 완성된 것은 17세기 말라왕조의 자야 프라카시 말라 왕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몇 백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인도의 쿠마리 숭배와 달리 하루가 아닌 쿠마리가 되면 피를 보기 전까지 계속이어진다는 점,
그리고 힌두교인과 불교인 모두에게 숭배를 받는다는 점 등에서 인도의 쿠마리 숭배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아버지가 불교 석가모니의 후예인 샤카족(Shakya) 또는 바즈라샤카족(Bajracharya)이어야 하며, 어머니는 힌두교인이어야 합니다.
즉, 불교와 힌두교의 만남으로 태어나고 선발된 쿠마리는 두 종교의 중재와 화합의 상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달리 네팔에서는 불교인과 힌두교인의 갈등이 없다고 합니다.
이 혈통의 조건을 갖춘 여자아이만이 쿠마리 선출에 참가 할 수 있습니다.
쿠마리 선발에 참가하면 32가지의 물리적 조건을 보게 됩니다.
흉터없는 몸, 까만 눈동자와 머리카락, 가지런한 치아 등의 까다로운 물리적 조건 때문에, 2~5살의 어린나이의 샤카성을 가진 여자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참가합니다.
32가지의 물리적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01. Shapely feet
02. A circle under the sole of foot
03. A well-formed heel
04. Long toes
05. Feet and hands like a duck
06. Tender and supple feet and hands
07. A body formed like a Saptacchata leaf
08. The thighs of a deer
09. Genitals positioned deep in the pelvis
10. Round shoulders
11. The chest of a lion
12. Long arms
13. A pure body
14. A neck like a mussel
15. Cheeks like a lion
16. Forty teeth
17. shapely teeth
18. White teeth
19. A small tongue
20. A moist tongue
21. The deep voice of a sparrow
22. Black blue eyes
23. The lashes of a cow
24. A beautiful shadow
25. A gold-colored shadow
26. A beautiful skin color
27. straight, but turning to the right hair
28. Black blue hair
29. A broad forehead
30. Around head
31. A body like a banyan tree (Nyagrodha)
32. A strong body
Source: »Kailash. A Journal of Himalayan Studies«, 1974, Bd. II, Nr. 3
이 32가지의 물리적 조건을 통과하면 여러 물건들을 나열하여 전대의 쿠마리의 물건을 찾는 시험을 치루게 됩니다.
전대 쿠마리가 사용한 물건을 고른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확률적으로 낮은 시험이긴한데,
여신의 화신인 쿠마리는 전대 쿠마리가 사용한 물건을 당연히 고를 수 있다라고 보기에 만들어진 시험으로,
쿠마리가 여신과의 영적인 교감이 원활한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이는 티벳에서 새로운 달라이라마를 선출할 때, 전대 달라이라마가 사용한 물건을 찾는 시험과도 유사합니다.
전대 쿠마리의 물건을 정확하게 찾으면, 마지막 정신적인 조건을 보게 됩니다.
바로 빛을 모두 차단하고 소, 돼지, 양, 닭 등의 머리를 놓아둔 방에서 하루를 지내는 것으로,
피 냄새가 진동하는 깜깜한 공간에 갇혀 꼬박 하루를 지내야 합니다.
여기서 무서워서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하면 쿠마리에서 탈락이 됩니다.
그 이유는, 여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기에 두려움과 슬픔, 기쁨 등 속세의 감정을 겉으로 잘 표현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고,
또한 이 하루동안 탈레주 여신이 쿠마리의 육체에 깃든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 마지막 시험을 지나야 정식으로 쿠마리로 인정이 됩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5) 로얄 쿠마리(Royal Kumari)와 로컬 쿠마리(Local Kumari)
네팔의 쿠마리 시스템에는, 각 도시와 마을에 총 11명의 쿠마리가 있습니다.
즉, 탈레주 여신이 깃든 여자아이는 1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쿠마리는, 로얄 쿠마리(Royal Kumari)와 로컬 쿠마리(Local Kumari)로 나뉘어 집니다.
로얄 쿠마리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Kathmandu)의 쿠마리 사원에 있는 쿠마리를 의미하여 11명의 쿠마리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쿠마리입니다. 2014년 현재는, 사미타 바즈라샤카(Samita Bajracharya)가 42대 로얄 쿠마리로 카트만두의 쿠마리 사원에 있습니다.
로컬 쿠마리는, 카트만두를 제외한 나머지 10개의 도시와 마을에 있는 쿠마리를 의미하며, 현재 제가 찾은 쿠마리들이 있는 도시와 마을은 총 7군데로, 박타푸르(Bhaktapur), 파탄(Patan), 부그마티(Bungamati), Distrikt Kilagar, 가바할(Kwa Bahal, 황금사원), 사쿠(Sankhu), Tokha가 있으며, 나머지 3군데는 찾지 못하였습니다.
이 로얄 쿠마리와 로컬 쿠마리를 한데 묶어서 쿠마리스(Kumaris)라고 부릅니다.
각 지역마다 쿠마리들의 자유로움과 선발과정이 조금씩 다른데,
박타푸르의 쿠마리는 집을 떠나 친구들을 만날 수 있고, 개인교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카트만두와 파탄의 쿠마리와 달리 학교를 갈 수 있습니다.
파탄의 쿠마리는 부모의 집에서 살고 있으며, 개인교사에게 가르침을 받고, 축제 때에만 집을 떠납니다.
부그바티의 쿠마리는 다른 지역과 달리 독점적으로 바즈라샤카족(Bajracharya)에서만이 선발이 됩니다.
현재의 부그바티의 쿠마리는 학교를 다니다가 쿠마리가 되었고, 현재 붉은 드레스를 입고 학교를 다닌다고 합니다.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자유가 많습니다.
Distrikt Kilagar의 쿠마리는 몇몇 씨족 가족들에 의해 숭배되고 있으며, 이름과 모습 등이 모두 베일에 쌓여있는 쿠마리입니다. 어떠한 외국인도 그녀를 만날 수 없다고 합니다.
가바할의 쿠마리는 바즈라샤카족(Bajracharya)에서 선발되며, 선발과정은 카트만두의 로얄쿠마리와 동일합니다. 다른 지역의 쿠마리와 달리 가바할의 쿠마리는 순수하게 밀교의 여신 바즈라 데비(Vajradevi)의 화신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사쿠의 쿠마리는 카트만두와 박타푸르 그리고 파탄의 쿠마리스보다 훨씬 덜 대중적입니다.
티벳과의 오래된 무역로이다보니 불교의 영향이 짙으며 쿠마리를 판차 붓다(Pancha Budda)의 화신으로 모십니다.
다른 쿠마리들과는 달리 고유의 특별한 머리장식을 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6) 쿠마리의 능력
쿠마리가 공개석상에서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어 축복을 내릴 때에는 예언과 같은 몇 가지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게 쿠마리의 예언능력 때문인지 단순히 우연인지는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진바가 없습니다.
1. 크게 울거나 크게 웃음 : 심각한 질병이나 죽음을 암시
2. 눈물을 흘리거나 눈을 문지름 : 죽음이 임박함
3. 떨림 : 감옥에 들어가 징역을 산다
4. 공물은 움켜진다 : 재정손실
5. 손을 두드린다 : 국왕의 분노
이러한 여러 행동들을 하지 않고, 조용히 차분하게 앉아있는 경우에는 소원이 받아들여졌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입니다.
유명한 쿠마리의 예언의 결과중 한 가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아미타 샤카 쿠마리가 재임하던 기간중 풀파티 축제의 날,
네팔왕이 쿠마리에게 손을 흔들었고 이에 쿠마리는 왕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이 상황은 서로가 헤어질 때 하는 인사로 상징되었고, 실제로 2001년 1월 6일 왕과 그의 가족은 총격으로 사망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왕세자 디펜드라가 인도태생인 전직 외무장관의 딸을 사랑했는데,
국민들이 인도에 반감이 높았던 상황 등으로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님에 반감을 품고
저녁식사 때 기관총으로 비렌드라왕과 왕비를 포함한 가족 9명을 모두 몰살하고 자신 역시 자살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 이후로, 비렌드라 왕의 동생인 갸넨드라가 네팔왕으로 등극했지만, 국민들의 신망이 높았던 선왕과는 달리
갸넨드라왕은 국민들에게 신임을 얻지 못하였고,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가 2007년 민주화 시위로 실권을 잃었고 2008년 공화국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인해, 238년 네팔의 마지막 사하왕조는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파탄 쿠마리중에서 가장 유명한 다나 바즈라샤카(Dhana Bajracharya) 쿠마리는, 1953~1985년까지 근대에서 가장 오랜기간인 33년 동안 쿠마리를 지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파탄의 오래된 쿠마리("The old Kumari of Patan)”라고 부릅니다. 그녀에 대한 전설은 월경이 시작되어 쿠마리를 은퇴하게 되었을 때 책임 제사장이 그녀의 연금을 취소하고 싶다고 말하였는데, 이 발표 후 제사장이 갑자기 예기치 않게 사망을 했습니다. 파탄의 주민들은 제사장이 쿠마리 연금을 불법으로 취소를 할려고 하여 신들에 의해 처벌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7) 쿠마리의 생활
쿠마리가 되면, 여신으로 추앙받으며 살게 되지만 2~5세라는 매우 어린 나이에 부모를 떠나 사원 안에서 생활을 해야하는 많은 불편함이 있습니다. 또한 1년에 몇 차례밖에 외출하지 못하고, 나머지는 사원에서 경전을 배우면서 살아가며, 쿠마리의 옷은 빨간색옷만 입으며, 외출을 할 때에는 짙은 화장를 해야하는 등의 상황으로 인해 서양에서는 자유를 억압한 아동감금과 아동학대를 하고 있다는 논란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카트만두(Kathmandu), 박타푸르(Bhaktapur), 파탄(Patan)에 있는 세명의 쿠마리는 네팔의 국경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율령이 있을 정도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쿠마리는 여신이기에 자신의 발로 땅을 걷지 않으며, 방과 방사이나 외부에 이동을 할 때에도 사원의 관계자의 손에 안겨서 이동을 하므로, 혼자서는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습니다.
카트만두의 더르바르 광장에 있는 쿠마리 사원(Kumari Bahal)에서는 쿠마리가 하루에 3번 잠시 사원 밖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 쿠마리와 눈을 마주치거나 얼굴을 보면 하면 그 사람의 소원이 받아들여졌다 의미로 받아들이기에 매일같이 많은 사람들이 사원 앞에 모여 쿠마리가 얼굴을 내밀어주길 기다리기도 한다고 전해집니다.
또한 많은 시간을 앉아서 생활을 하기에 어린 쿠마리들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럽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으며, 여신이기에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간주되기에 전통적으로 어떠한 학교 교육도 받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매우 제한된 쿠마리의 활동은 2008년 8월 18일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있기 시작합니다.
2008년 8월 18일 발족한 네팔 신정부의 대법원은 "쿠마리의 학습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사상 처음으로 내렸습니다.
판결에는 "쿠마리가 어린이권리의 조약이 보장되는 어린이의 권리를 부정하는 근거는, 역사적 문헌에도 종교적 문헌에도 없다."며, "쿠마리에게 교육, 행동 그리고 식사의 자유 등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였습니다.
쿠마리 사원의 원로원들은 이 판결에 대한 반발이 없잖아 있지만, 이전과 달리 규율이 많이 느슨해지고 있는 분위기이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천천히 쿠마리들의 자유가 보장되리라 보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사미타 바즈라샤카의 쿠마리일 때의 개인과외와 은퇴 후 학교생활입니다.
실제로 박타푸르 로컬 쿠마리인 사자리 샤캬(Sajani Shakya)는, 2008년 이전부터 여러 규율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초등학교에도 다니고, 자유롭게 걸어다니고, 영어수업도 받고 집에서 정상생활을 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만 해도 쿠마리들에게서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였다고 합니다.
2013년에는 부그마티 로컬 쿠마리 또한, 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을 받으며 다른 쿠마리들과 달리 자유롭게 지낸다고 전해집니다.
현재 카트만두의 로얄 쿠마리는 학교에는 다니지 못하지만, 1:1과외와 같은 사교육을 받고, TV를 통해 영화나 뉴스를 시청하기도 하며, 어머니가 쿠마리의 화장을 해주고 하는 등 가족과 함께 사원에서 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쿠마리 사원에 인터넷이 연결 되어있는지, 쿠마리가 인터넷을 하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쿠마리의 대화상대는, 가족과 가까운 친구, 그리고 은퇴한 쿠마리들이라고 합니다.
사실 은퇴한 쿠마리들은 현재의 쿠마리들과 사촌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류를 많이할 수 밖에 없으며,
현재의 쿠마리들은 은퇴한 쿠마리 선배이자 인생조언자인 사촌을 통해 많은 것을 조언을 받게 됩니다.
이것도 과거에 비해 꽤 많이 규율이 풀려진 것이라고 하니
그 이전에는 어떠했을지는 얼마나 외로운 삶을 살았을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8) 쿠마리의 축제
쿠마리는 1년에 몇차례 축제에 참석을 하는데, 특히 매월 9월에 열리는 ‘비의 신’을 섬기는 “인드라 자르타(Indra Jarta)의 축제”에는 쿠마리가 주역을 담당합니다. 쿠마리는 축제때 빨간 드레스를 입고 짙은 화장과 ‘티카’라 불리는 제3의 눈을 이마에 그립니다. 이 눈은, 삼라만상의 모든 이치와 법을 꿰뚫어본다는 신성한 눈을 의미하며, 여자아이가 아닌 여신의 화신으로 현현하는 것입니다.
축제기간동안 쿠마리의 주변은 경찰들이 경호를 합니다.
이날에는 네팔 국왕이 카트만두의 로얄 쿠마리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티카’의 축복을 받습니다. 쿠마리는 네팔의 수호신인 탈레주 여신의 화신이기에 네팔의 국왕도 쿠마리보다 낮은 지위에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때 국왕이 제일 먼저 쿠마리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축복을 받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통은 2008년 네팔이 공화국 체제로 바뀌면서 왕을 대신하여 대통령이 쿠마리의 축복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대통령만이 아니라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도 쿠마리를 자주 찾아 그녀의 발을 만지거나 입을 맞추며 소원을 빕니다.
아래의 동영상은 2013년 라또 머친드러낫 행사 동영상이며, 파탄의 쿠마리가 고위공무원들에게 축복을 해주고 있습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9) 서양에 쿠마리 전통을 알린 사자니 샤카
박타푸르 로컬 쿠마리인 사자니 샤카(Sajani Shakya)는, 부모님과 차니라 바즈라샤캬(Chanira Bajracharya) 쿠마리와 함께 “Living Goddess”를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함께 찍었고, 2007년 미국 실버독스(Silverdocs) 영화제의 시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살아있는 여신 최초로 네팔을 떠나 미국을 방문한 쿠마리로 기록됩니다.
사자니 샤카는 미국 워싱턴DC에 머무르는 동안, 라피예트 초등학교와 지방 공공 학교를 방문하여 아이들과 만나 대화를 하는 등의 시간을 갖기도 하였는데, 그 시각 네팔의 쿠마리 사원의 원로들은 카트만두와 박타푸르 그리고 파탄의 쿠마리는 네팔의 국경을 넘을 수 없다는 율령을 사자니 샤카는 어겼고, 다큐멘터리 제작팀의 방문이 사자니 샤카의 쿠마리로서의 순수성을 훼손하였다고 하며, 사자니 샤카의 쿠마리 은퇴를 요구하였습니다.
사자니 샤카는 부모님과 네팔로 돌아올 때까지 이 사태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였고, 이후 네팔 국민의 여론과 다큐멘터리 제작팀의 공식사과를 통해 원로원들이 사자니 샤카가 ‘정화의식’을 행하여 훼손된 여신의 신성을 회복시키는 것으로 일단락 하였습니다.
1년 뒤, 사자니 샤카는 11세의 나이로 갑자기 조기은퇴를 하였고 국민여론은 원로원의 공작에 의한 은퇴라고 의심을 하였지만 원로원에서는 이에 대해 강하게 부정을 하였습니다.
"Living Goddess" 다큐멘터리로 서양에 네팔의 쿠마리 전통을 알린 것이 도리어 사자니 샤카의 쿠마리로서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은 매우 애석한 일입니다. 하지만이것은 곧 쿠마리의 전통이 네팔에만 국한된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쿠마리의 자유영역을 넓히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10) 쿠마리의 은퇴와 이후의 삶
쿠마리는 몸에서 피가 나면, 은퇴를 하게 됩니다.
대부분이 초경이 시작되면 은퇴를 하며, 간혹 무리를 하여 코피가 나거나, 넘어져 상처가 나서 피가 나게 되는 경우 등에도 은퇴를 합니다.
이는, 탈레주 여신이 몸에 깃들어 있던 신성(神聖)이 사라졌다라고 보기에 그렇습니다.
다른 의미는 처녀신은 초경을 하지도, 다치거나 몸에서 피가 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사원의 관계자가 안아서 이동을 하고, 자신의 발로 걸어보지 못하였기에 은퇴를 하게 되면 쿠마리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것이 걷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것도 근대에 와서야 가족들이 도움을 주고 그랬지, 그 이전의 과거에는 가족들이 쿠마리 몰래 멀리 떠나거나 집에 들이지 않아서 혼자 스스로 걷는 방법을 익혀야 했었습니다.
쿠마리들이 제일 처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 걷는 것보다 가족들에게 버림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쿠마리들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거리에 내몰렸습니다. 그 이유가, 쿠마리가 집으로 돌아오면 집안이 망하고 가족들이 죽으며, 결혼을 하면 남편은 비명횡사한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아웃사이더로 살다가 결국 매춘부로 전락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부터는, 조금씩 인식이 바뀌어 은퇴를 한 쿠마리들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살고, 결혼도 하고, 행복하게 삶을 지내는 케이스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은퇴한 쿠마리들의 소원인 결혼에 대한 여정은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은퇴한 쿠마리들이 여신으로 추앙받다가 어느 순간 인간으로 취급받게 되는 그 격차에 대한 충격이 상당하다고 합니다. 특히 학교를 다니면서 같은 반 아이들로부터 외계인이라고 놀림을 당하거나, 아이들이 두려워하는 등의 곤혹스러운 일들도 많이 겪는다고 합니다. 물론, 처음부터 학교를 다니고 있던 쿠마리의 경우는 그러한 경우가 없을 것이겠지만요.
은퇴한 로얄쿠마리인 라쉬밀라 샤카(Rashmila Shakya)는, 자신이 쿠마리로 지낸 것에 대한 자서전을 내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였으며, 차니라 바즈라샤카(Chanira Bajracharya)는 쿠마리 역사상 처음으로 학업인정시험인 검정고시를 응시하고 합격을 했다고 전해지니, 이전과 달리 많은 쿠마리들이 사회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눈에 띕니다.
위의 사진은 왼쪽부터 라쉬밀라 샤카, 아미타 샤카, 프레티 샤카로 카투만두에서 쿠마리푸자 축제에서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이처럼 은퇴한 쿠마리들은 은퇴 이후에도 서로 의지하며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또 고되고 힘든 쿠마리의 기간에 대한 보상으로,
신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에는 매월 3000네팔루피가 연금으로 지급되었다고 합니다.
신정부가 들어선 이후2010년 기준으로 매월 7500네팔루피가 연금으로 나온다고 하며, 1인 GDP대비 약 2배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알려져 있으며, 금년인 2014년에는 매월 10000네팔루피(한화 약10만원)가 연금으로 지급된다고 합니다.
네팔의 쿠마리(Kumari) 시스템(11) 역대 쿠마리스(Royal Kumaris) 계보
[ 카트만두 로얄 쿠마리 ]
이름
쿠마리 기간
결혼 유무
생존여부
Hira Maiya Shakya
1922–1923
결혼, 아이없음
Chini Shova Shakya
1923–1931
결혼, 딸 2명
사망
Chandra Devi Shakya
1931–1933
결혼, 딸 2명
사망
Dil Kumari Shakya
1933–1942
결혼, 아들 3명, 딸 1명
Nani Shova Shakya
1942–1949
결혼, 아들 4명, 딸 2명
Kayo Mayju Shakya
1949–1955
결혼, 아들 1명, 딸 1명
사망
Harsha Laxmi Shakya
1955–1961
결혼, 아들 2명
Nani Mayju Shakya
1961–1969
결혼, 아들 1명, 딸 2명
Sunina Shakya
1969–1978
결혼, 아들 1명, 딸 1명
Anita Shakya
1978–1984
미혼
Rashmila Shakya
1984–1991
미혼
Amita Shakya
1991–2001
미혼
Preeti Shakya
2001–2008
미혼
Matina Shakya
2008–2010
미혼
Samita Bajracharya
2010-2014
미혼
[ 박타푸르 로컬 쿠마리 ]
이름
쿠마리 기간
결혼 유무
생존여부
Nirmalla Shakya
????-1999
미혼
Sajani Shakya
1999-2008
미혼
Shreeya Bajracharya
2008-현재
미혼
[ 파탄 로컬 쿠마리 ]
이름
쿠마리 기간
결혼 유무
생존여부
Dhana Bajracharya
1953-1985
미혼
Sanira Bajracharya
1985-1992
미혼
Chandra Shila Bajracharya
1992-2001
미혼
Chanira Bajracharya
2011-2010
미혼
Samita Bajracharya
2010-2014
미혼
Yunika Bajracharya
2014-현재
미혼
[ 부그마티 로컬 쿠마리 ]
이름
쿠마리 기간
결혼 유무
생존여부
Ganga Bajracharya
????-1998
미혼
Jamuna Bajracharya
1998-????
미혼
Diye Bajracharya
????-현재
미혼
네팔 쿠마리(Kumari) 시스템 (14) 번외편
네팔지진이후, 쿠마리에 대한 한국사람들의 관심이 많아졌네요.
2014년 9월 10일에 네팔의 쿠마리 시스템에 대해 연재를 하고, 약8개월 만에 JTBC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5화'가 방영으로 많은 분들이
쿠마리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서원 카페에 오시고 있네요.
2015년 4월 25일 네팔 지진이후, 사람들에 대한 쿠마리의 관심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3월경에 JTBC에서 네팔에 가 파탄의 쿠마리를 찍어서 왔을줄은 솔직히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 방송은 4월말에 지진이 나서 방송에 못나갈 뻔했는데.... 뉴스에 의하면 네팔 청년들이 방송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여 방송이 나간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기회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쿠마리에 대해 올바르게 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내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정보들을 가지고 글을 써내려가 보겠습니다.
새로운 정보를 소개하기에 앞서 한가지 고백을 하고 지나가겠습니다....
과거 연재글에서 Bajracharya를 바즈라샤캬라고 하였는데, 바즈라차르야라고 발음하는게 맞네요. 부족한 영어실력이 들통난거 같아 참 부끄러운데, 너그러운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내친구집 15화 방송이 과거 쿠마리와 관련된 방송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쿠마리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눈에 띄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의식을 진행할 때, 외부사람과 접견 때는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않는다. 단, 외부사람이 가면 말을 한다. 2. 친구, 친척들이 쿠마리 사원에 오면 만날 수 있다. 3. 평소에는 공부, 취미생활 등의 자유시간을 갖는다. 4. 평소 외출을 하지는 못하지만, 개인과외 선생이 와서 공부를 가르친다. 5. 쿠마리의 시집비용, 교육비, 연금 등을 지원한다. 단, 방송에서는 연금에 대한 언급이 없었습니다. 6. 쿠마리가 머물고 있는 방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과 만화캐릭터 그림 및 사진들이 많다. 7. 점차적으로 쿠마리의 삶에 대한 개선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내용이 방송에 나오다보니 몇년전 쿠마리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의 뉴스와는 달리
상당히 긍정적인 기사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부정적인 부분을 무조건 아니라고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는 그러한 악습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변화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그 문화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미로 꺼낸 얘기입니다.
사실 위의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저의 마음을 흔든건 라쉬밀라 샤캬의 결혼소식이었습니다.
(왼쪽의 여성이 라쉬밀라입니다. 가운데는 아미타, 오른쪽은 프레디 샤캬입니다.)
쿠마리들에 대한 사회적인 여러 방향으로 많은 개선이 되고 있는 중인데도 아직까지 결혼을 하기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2015년 3월경에 결혼을 하였다고 하니 정말 제가 더 기쁘네요.
하지만 이 기쁜 소식과는 달리, 1978~84년 카트만두 로얄 쿠마리인 아니타 샤캬(Anita Shakya)의 경우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주로 집안일과 요리를 즐겨하며, 외부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결혼을 하지 않을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아니타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미국에 살고있는 한 친척은 아니타가 어린시절에 친구가 있었다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지 않았을까 하며 안타까워 했다고 전해집니다.
90년대 이전의 상황이니만큼, 지금처럼 쿠마리의 삶을 살아가면서 친구들과 교류를 하기란 쉽지가 않았을 것입니다. 또한 쿠마리를 은퇴한 다음에도 주변환경의 극심한 변화 등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꺼고요. 같은 쿠마리 출신 말고는 소통도, 친구가 되기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참 안타깝지만, 아니타 샤캬가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일단은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거에는 이러한 폐혜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친구와도 지속적으로 교류가 가능하니 이는 앞으로도 많은 쿠마리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지 않을까 싶고....
그러한 변화를 아니타가 보고 체험하여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자그마한 기대를 해보며 은퇴후 아니타의 생활을 올려봅니다.
유니카 바즈라차르야는, 2014년 4월 월경이 시작된 파탄의 사미타 바즈라차르야(Samita Bajracharya) 쿠마리의 후임으로, 7살 유니카 바즈라차르야가 파탄의 쿠마리가 되었고, 2015년 지금은 8살이 되었습니다.
방송과 뉴스에서는 강렬한 눈빛에 무표정이라고 하였지만.... 눈썰미가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니카 쿠마리의 기분이 그리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만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유세윤씨가 장난감을 주니 기분이 좀 풀린듯한 표정이 잠시 비춰졌네요.
아직 아이이니까 당연한거지만 기분에 따라 표정이 변하는게 눈에 띄게 저는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니카는 사자니 샤캬 같은 롤러코스터식이 아닌 평온한 쿠마리생활을 보내고,
큰 스트레스 없이 사회에 복귀하였으면 하네요.
유니카와 같은 파탄의 로얄 쿠마리는 다른 로컬 쿠마리들과는 달리 엄한 규율속에서 지내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혼자 걷는 것에 제약이 크다는 것입니다.
2014년 4월에 은퇴한 사미타의 경우, 쿠마리로 있었던 지난 4년간 제대로 걸어다닐 수 없었는데.... 은퇴 후, 약 1달의 재활기간을 거쳐 두발로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해 5월 사로드 악기를 연주하기 위해 공연장까지 당당하게 걸어갔습니다!
내친구집 방송중에 한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해외에 쿠마리를 널리 알린 사자니 샤캬나 은퇴후의 쿠마리들의 생활을 조금 더 소개를 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