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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함께 권위주의의 해체, 구시대 청산,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바랐던 국민들이 노무현의 가치를 버리고 박근혜를 선택한 게 이해 안 가실 겁니다. 민주화 열사들이 독재자들한테서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가져다 주니까 시민들이 그 독재자의 딸을 뽑은 게 어이없으실 겁니다. 박근혜가 유신 시절 세컨드 레이디를 할 시절에 문재인은 민주화 운동을 했는데 시민들이 박근혜를 뽑은 게 어이없으실 겁니다. 그래서 과격한 지역 탓, 언론 탓, 노인들을 탓하는 드립들이 나오는 거라 생각됩니다.
도대체 이렇게 역사적, 상식적으로 봐도 우리가 앞서있는데 왜 졌을까요? 단순 무식한 경상도 노인네들이 언론에만 길들여져서 그런 걸까요? 물론, 지역감정으로 투표를 하시는 분들, 별 관심없다가 편향적인 언론에 길들여져 투표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게 따지면 2002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는 설명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이 그때에만 잠시 깨어있었고 지역감정을 버렸나요?
아래는 제가 생각하는 문재인 씨의 아쉬웠던 점, 패배의 이유를 적어보겠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여러 생각들이니 100% 동의하는 분은 존재가 불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반대는 좀,,, 제가 다른 거지, 틀린 것은 아니잖습니까? 일부러 시사게시판을 피해 이 게시판에 적는 겁니다.
1. 민주당의 능력부족
우리 사람들은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원합니다. 그래서 정주영 전 회장의 이야기에 감동받고, 이명박 대통령을 찍어줬던 겁니다. 이명박이 만드는 사회에서 우리도 이명박처럼 맨손으로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 노무현 대통령도 비슷한 경우로 표를 많이 받았습니다. 고졸 출신의 대통령 후보가 경기고-서울대-대법관 출신의 후보보다 서민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 점에서 인권변호사 출신 문재인 씨도 유신시대 세컨드레이디 박근혜 씨보단 우위에 있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선거전략을 사용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터넷 네티즌들이 이런 전략으로 문재인 씨를 많이 도왔습니다. 이것은 민주당의 선거전략 능력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2. 프레임 구축 실패
선거는 프레임의 싸움입니다. 신자유주의 노선, 부자 감세 등의 정책 등을 볼 때 분명 박근혜 씨는 지금 시대의 시대정신인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건설에 열세였습니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걸 잘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모 유명한 진보적인 교수는 저서에서 "오히려 박근혜 씨의 복지정책이 뛰어나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정책에서 박근혜 씨도 복지,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그 가치를 문재인과 민주당만의 가치로 만드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또, 4.11 총선에서 여당이 결과적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단순 표의 합계는 야당이 더 많았습니다. 이 때의 선거는 박정희와 노무현의 싸움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선거였습니다. 그런데 12.19에 치러진 대선은 박정희와 노무현의 싸움이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프레임을 구축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이 이명박과 박근혜를 동일시 보도록 하는 데에 민주당은 실패했습니다. 왜 다시 노무현의 가치가 필요한지도 국민들에게 어필하지 못했습니다.
3. TV토론, 여론조사, 그리고 단일화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씨는 내내 안철수 씨에게 끌려다녔습니다. 단일화 후보 선호도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양자대결에서 오히려 안철수 씨가 박근혜 씨와의 경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역전의 기회였던 TV 토론에서도 오히려 이정희 씨에게 가려져 이정희 vs 박근혜의 구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예전의 케네디 대통령이 그러했듯 TV토론에서의 대반전 기회를 어찌보면 이정희 씨가 날려버렸다고 해도,,,?
또, 2002년 대선 당시의 정몽준 씨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단일화만큼 극적인 단일화 과정을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였고 결국엔 안철수 씨의 일방적 양보로 마무리 지어졌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안철수 씨의 지지층 표가 일부 이탈하기도 했고, 안철수 씨는 적극적으로 문재인 씨를 돕지 않았습니다. 유세를 돕긴 했지만 제가 볼 때 그 유세는 문재인 씨를 돕는 유세가 아니라 후일 자기의 정치적 포석을 마련하기 위한 유세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오늘의 유머 시사게시판에 대해 한마디 해보겠습니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저자인 칼 포퍼는 스탈린과 히틀러, 플라톤을 열렬히 비판합니다.
스탈린, 마르크스는는 헤겔의 변증법을 이용해 유물론적 변증법 - 즉 역사의 법칙에 따라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붕괴되고 공산사회가 건설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스탈린, 마르크스는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 동의하지 않는 이념들은 모두 숙청했습니다. 히틀러는 제3제국을 독일의 목표로 삼고 독일인만의 제3제국 발현에 방해되는 인종과 민족, 이데올로기는 모두 악으로 규정하고 숙청했습니다. 플라톤은 세상을 이데아와 현실세계로 구분하고 현실세계는 악, 이데아는 선으로 규정하고 우리는 선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역사주의 철학을 주창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들의 사상을 요약하자면 사회와 역사에는 나아가야할 일정한 법칙이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들의 믿음은 (타의에 의해서라도) 파시즘, 전체주의 사회로 귀결됐고, 그 전체주의에 의해 인류문명이 후퇴했습니다.
칼 포퍼가 봤을 때 이들이 주장하는 세계는 전체주의, 즉 닫힌 사회입니다. 선, 이데아로의 진보가 아닌 다른 길은 모두 배격되어야 할 악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오늘의 유머는 열린 사회가 아니라 닫힌 사회 같습니다. 만약 칼 포퍼가 오늘의 유머를 본다면 최악의 사이트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물론 전부 다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박근혜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노인들을 폄하하고, 문재인을 뽑지 않은 경상도 시민들을 '역사도 모르는 비상식적 우민'으로 삼는 선민사상까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사회에서는 우리들만이 옳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선도 없고, 악도 없고 모두가 동일선상에 있는 동등한 가치들이고 사람들입니다. 수학공식에 의해서 연역적으로 도출된 일반공식도 항상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데, 어떻게 사람마다 다른 가치관에 진리와 정의가 있겠습니까? 수천년간 믿었던 천동설도 하루아침에 뒤짚어지고, 전세계의 절반이 수십년간 믿고 따르던 공산주의 사상도 붕괴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마 오늘의 유머를 보면 많이 실망하실 겁니다. 본인은 지역주의 타파를 정치적 사명으로 여기고 종로구 국회의원을 버리고 부산시장에 출마해 두번이나 낙방했습니다. 일부 오늘의 유머인들처럼 경상도를 배격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포용하려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남 탓할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졌는지 반성해봐야 할 때입니다. 이런 식으로 가면 오늘의 유머는 건전해질 수 없고, 민주당과 한국 정치를 이끌 우리 젊은이들도 건전해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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