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학생 옷 벗기고, 고문하고"…강간 시사 문구도 담겨
미국 교회연합회 "잔혹 행위 중단하라" 일본에 항의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3·1운동 이후에 일본 제국주의 경찰들이 당시 한국(조선)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고문까지 했다는 사실을 기록한 미국 교회연합회의 문서가 발견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과거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비롯한 식민지 과거사에 대한 인정과 사과를 거부하는 가운데, 일제 시대에 일본 경찰이 조직적으로 여성 인권을 유린한 사실이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한인교회 창고에서 최근 발견된 '한국의 상황'(The Korean Situation) 이라는 제목의 27페이지짜리 문서는 1919년 3·1운동 이후부터 이듬해 3월까지 한국인들이 벌인 독립운동을 소개하고 일본의 무자비한 진압 상황을 폭로하고 있다. 뉴욕한인교회는 뉴욕에서 전개된 독립운동의 거점이었다.
이 문서는 '미국 교회연합회'(Federal Council of the Churches of Christ in America)의 '동양관계위원회'(The Commission on Relations with the Orient)가 작성한 두 번째(Number 2) 서류로 표시돼 있다.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1920년 6월께로 알려졌다.
보고서 형식으로 된 이 문서는 한국에 살던 선교사들이 전한 독립운동 현황과 일본의 대응, 외국에서의 독립운동 등을 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경찰서에서 한국 여성들에 대한 성고문이 비일비재했다는 것을 지적한 대목이다.
문서에는 "일본 경찰이 자행한 고문 및 잔혹 행위에는 젊은 여성과 여학생을 발가벗기고, 심문하고, 고문하고, 학대한 행위들이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는 강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No charge is made of rape under these conditions.)고 지적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서에서 강간까지 이뤄졌음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선교사들은 구체적인 성고문 건수를 요청했으나, 일본은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다"고 회신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일본의 무자비한 탄압을 목격한 선교사들은 일본 정부에 가혹행위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1919년 10월과 11월에 예전엔 사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고문이 크게 늘었다. 여성에 대한 대우는 인도주의적인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고 기술해 오히려 심해졌음을 시사했다.
열여섯 살 남자 다섯 명이 일본 경찰에게 곤장을 맞고 나서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사례도 소개돼 있다.
미국 선교사들의 입을 빌려 미국 교회연합회가 작성한 이 문서는 한국인의 주장이 아니라 외국인이 직접 작성했다는 점에서 일본의 비인간적인 만행을 객관적으로 전하는 귀중한 자료로 여겨진다.
또 일본의 갖은 고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어린 학생들까지 독립운동에 나섰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기술돼 있어 '한국을 침략한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희망에 따라 지원했다'는 일본 측 주장도 터무니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독립기념관의 홍선표 책임연구위원은 26일 연합뉴스와의 국제전화통화를 통해 "일본의 만행을 알리려고 외국에서 만들어진 설득력 있는 실증보고서"라면서 "미국 교인들이 상황을 파악해 항의까지 했을 정도로 일본의 가혹행위가 심각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 사회의 공분을 사는 가운데 성고문을 기술한 자료가 추가로 발견됨에 따라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더 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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