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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ports_58679
    작성자 : 홍유상
    추천 : 6
    조회수 : 974
    IP : 14.53.***.193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3/08/28 11:31:40
    http://todayhumor.com/?sports_58679 모바일
    야구선수 홍유상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겨왔음을 미리 밝힙니다>

    야구선수홍유상.jpg

    2014 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에서 홍유상 선수가 9라운드, 전체 순번 94번으로 삼성라이온즈에 지명되었습니다. 하위 순번이라 큰 기대와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홍유상이라는 사람이 태어난 이후로,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가장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덩달아 제 블로그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고 계시네요. 평소에는 일 평균 방문자가 100명 남짓했었는데, 어제 하루에는 500명이 넘는 분들께서 찾아주셨고, 오후 5시경인 지금에도 이미 400을 훌쩍 넘었습니다. 유상이를 좀 더 알리고 싶어서 시작한 블로그 활동이 이제는 유상이의 덕을 보게 되었으니 새삼 감개가 무량합니다.

    이미 눈치 채신 분들도 여럿 계시겠지만, 저는 홍유상 선수의 사촌 형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고종사촌입니다. 저희 아버지의 둘째 여동생, 그러니까 작은 고모의 아들이 홍유상 선수입니다. 유상이의 아버지, 즉 저희 둘째 고모부께서는 유상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후로 고모는 유상이와 유상이의 누나를 홀로 키우셨습니다. 고모가 지금까지 하신 고생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 어떤 말로 수식한다 해도 고모의 지난 인생과 자식사랑을 폄하하는 말이 될 것 같을 정도니까요.

    어렵디 어렵게 자란 유상이가, 2013년 8월 26일 바로 어제에 삼성라이온즈에 지명되었습니다. 뜻밖의 결과라 선수 본인을 비롯한 모든 가족들, 주변 지인들이 다 놀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유상이가 대학 4년 동안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기에 그 누구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거든요. 신고선수로 들어간다면 어느 팀 테스트를 보는 것이 좋을까, 고양 원더스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모와 저, 유상이는 그런 얘기를 하는 데 더 바빴던 최근 얼마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감사하게도, 우리 유상이가 삼성라이온즈에 지명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어제가 마침 5678교시가 연속으로 수업이 있는 날이라 드래프트 결과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꼭 봐야겠다고 마음만 먹었다면 수업 교환을 해서라도 봤을 겁니다. 지명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연가를 내서라도 르네상스 호텔에 찾아갔을 거고요. 하지만 드래프트를 실시간으로 보려는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을 만큼, 저 역시 유상이의 지명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했습니다. 
     
    6교시 수업을 마치고 3시 10분에 교무실에 내려왔는데, 부재중 전화가 3통, 문자가 6개였고 카톡 알리미의 숫자는 실시간으로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다급하게 컴퓨터를 켜 프로야구 지명선수 명단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순간 몸이 굳었습니다. 멍, 하는 기분과 함께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습니다. 삼성라이온즈, 9라운드, 제물포고-성균관대 투수 홍유상.
     
    그 어느 팀이 지명했다 하더라도 뛸 듯이 기뻤을 테지만, 그 팀이 삼성라이온즈였기에 기쁨이 몇 배로 컸습니다. 저는 정확히 20년째 삼성라이온즈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본 야구경기가 1993년 한국시리즈 3차전(박충식의 181구 15이닝 완투경기)였으니, 저는 삼성팬으로서 운이 퍽 좋은 편이었습니다. 투수를 할 때에는 박충식의 투구폼을 흉내내고, 타자를 할 때에는 김성래의 타격폼을 따라하던 초등학생은, 중학교 때에는 양준혁을 좋아했다가, 고등학교 때에는 이승엽을 좋아했다가, 지금은 조동찬의 팬으로 살고 있는 30살의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한듯, 삼성라이온즈가 유상이를 지명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도무지 믿기지 않아 어제 오후부터 오늘 밤까지 몇 번이나 유상이의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했는지 모릅니다. 
     
    검색을 통해서도, 주변 야구팬들의 귀띔을 통해서도, 제가 블로그에 쓴 글이 어제 오늘 사이에 여러 야구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글의 내용 그대로 유상이는 고2 여름 허리디스크를 앓았고, 대학 재학 시절에는 스티브블래스 증후군 의심 판정을 받았습니다. 디스크의 정도가 수술하기에도, 수술하지 않기에도 애매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기에 저희는 수술하지 않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때부터 지루한 재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제물포고(동인천역)에 재학 중이던 유상이는 고속터미널역까지의 긴 거리를 일주일에도 몇 번씩 다니며 재활에 매진했습니다. 머지 않아 괜찮아질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허리디스크는 감기처럼 쉽게 떨어지는 놈은 아니었습니다. 유상이는 그 후로 일 년  넘게 공을 던지지 않고 재활에만 매달렸음에도, 예전의 밸런스를 찾지 못했습니다.
     
    고교 2학년 당시에는 광주진흥고의 김정훈(넥센, 現 상무) 선수와 함께 동년배 최고의 투수로 꼽히던 홍유상이었는데, 유급을 하면서까지 늦게 마주한 고3 일 년 동안은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2009년의 마지막 고교야구 대회였던 미추홀기에서 제물포고가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상이는 그 시합에조차 나오지 못했습니다. 조금씩 잊혀져 가며, 나쁜 소문만 점점 커져가며, 유상이는 그 어느 프로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고, 결국에는 대학(성균관대)에 진학했습니다. 성균관대 야구부의 이연수 감독님께서는 유상이의 사정을 잘 이해해주셨고, 감독님의 배려 덕에 유상이는 3학년 말까지 거의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4학년, 2013년 그 1년만을 위해 실력을 갈고 닦았습니다.
     
    성균관대에서의 충분한 휴식 덕에, 유상이의 허리디스크는 완치되었습니다.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력을 다해 공을 뿌리는 것을 두려워했었는데, 3학년 이후로 유상이는 부상 악몽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습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오르게 된 마운드가 낯설었는지, 던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대학 무대에서 강렬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는지, 이번에는 멘탈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전문의와 상담한 결과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심적인 요인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병)이 의심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는 지나친 부담감과 심리적 압박이 가장 큰 문제이니, 선수 본인이 마음을 편안히 먹어야 한다는 소견을 주셨습니다.

    어찌 보면 예견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평소 저는 저희 부모님과 '유상이의 단점은 너무 일찍 철이 든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는 했습니다. 어려운 가정형편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어머니에게 용돈 한 번 부쳐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녀석이었습니다. 근면함과 성실함, 자신에 대한 엄격함으로 똘똘 뭉친 유상이가 지독한 연습벌레였던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가볍디 가벼운 주머니 또한 유상이를 연습벌레로 살게 했습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연습이 끝난 휴일 오후에 다른 친구들이 PC방, 노래방에 놀러갈 때에도 유상이는 좀처럼 숙소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가끔 전화를 해서 뭐해? 하고 물을 때마다 나 운동하지 형. 하고 반갑게 받아준 유상이었지만, 그 녀석이 놀러가고 싶은 것, 맛있는 음식 먹고 싶은 것을 꾹꾹 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제였을까요. 찌는 듯한 무더위로 서있는 것조차 힘든 한여름 낮 경기에 유상이가 나왔습니다. 멀리서 보기에도 유상이는 엄청난 땀을 흘리고 있었고, 한 타자 한 타자 상대할 때마다 피칭을 멈추고 안경에 흘린 땀을 닦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 아무 생각 없이 유상아 너 고글 없어? 라고 물어보았는데, '응 형 그거 너무 비싸서.' 하는 대답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의 먹먹했던 가슴을 잊을 수 없어 저는 직장이 생기고, 첫 월급이라는 것을 타자마자 유상이에게 고글을 사줬던 기억이 납니다. 글러브도, 스파이크도 다 떨어져서 해질 때까지 쓰고 신었던 녀석이기에, 그러면서도 투정 한 번 부리지 않았던 녀석이기에, 유상이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대학 4학년이 된 유상이는 본격적으로 마운드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팀의 유일한 4학년 투수였고, 뛰어난 후배 투수들 중 부상으로 인해 쉬고 있는 선수들이 여럿 있었기에 개인으로 보나 팀으로 보나 유상이는 꼭 잘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유상이의 활약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어디 하나 아픈 곳이 없었음에도 심리적인 압박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빠르고 묵직한 직구는 한가운데에 몰릴 때에도 상대 타자들이 공략에 애를 먹었지만, 한가운데에 던지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한 경기에도 볼넷을 몇 개씩 내주기 일쑤였고, 폭투도 꽤나 자주 던졌습니다. 본인은 마음의 병을 떨쳐냈다고, 심적인 부담은 이제 전혀 없다고 했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일까요. 일 년 내내 유상이는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최근 몇 년 간 대학 최강팀으로 군림했던 성균관대 역시 동반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라이온즈가 유상이를 지명한 것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봤고, 현재가 아닌 과거를 기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오랜 기간 동안 야구를 좋아해온 사람으로서, 9라운드쯤 되는 하위픽이라면 되면 좋고 아님 말고, 하는 로또성 지명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삼성라이온즈가 유상이에게 기대하는 부분은, 1차 지명된 이수민 선수나 2차 1라운드에 지명된 안규현 선수에 비하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해도 무리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삼성라이온즈가 대학 4년 동안 보여준 것이 없는 유상이를 지명한 이유는, 고교 시절의 활약을 염두에 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으리라 예측합니다. 9라운드 정도의 하위 순번이라면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라는 '고기론'에 베팅해도 좋을만한 상황이었고, 유상이 정도라면 삼성에도 '그래도 만약에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그나마 존재하는 선수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삼성라이온즈의 팬이기에 유상이의 삼성 지명이 더욱 기쁘기도 하지만, '삼성의 홍유상'이 정말 감사한 이유는 'STC'의 존재 덕분입니다. 삼성 트레이닝 센터는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트레이닝 센터와 비교해도 부족할 것이 없는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국내 최고의 전문의들과 스포츠 임상 병리학의 권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곳이 그동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다쳐왔던 유상이에게 가장 필요했던 곳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유상이도 이제 그 유명한 'STC'의 혜택을 입을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푸른피를 수혈받은 것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주변의 지인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그럼 티비엔 언제 나와?' '언제부터 야구장에서 볼 수 있는거야?' 그럴 때마다 저는 씩 웃으며 대답합니다. '앞으로 잘해야죠. 천재들만 모인 곳이 프로인데요.'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지만, 객관적이고 냉정한 시선으로 평가할 때 유상이를 내년에 1군 마운드에서 볼 확률은 '0'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최소 2년 정도는 담금질을 거쳐야할 겁니다. 그 안에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어렵게 입은 푸른 유니폼을 벗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최근 삼성 마운드가 위기에 처해있다고는 하나, 선수 개개인의 활약에 부침이 있는 것일뿐, 그들의 실력과 명성은 리그 전체에서도 여전히 TOP CLASS입니다. 투수가 아무래도 야수보다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조금 더 많다고 하나, 그 자리를 유상이가 차지하게 될 확률은 극히 희박합니다. 동년배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으며 전성기를 누렸던 고교 2학년의 구위를 회복한다 해도, 프로에서는 평범한 투수일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제가 '삼성라이온즈 투수 홍유상'의 활약을 낙관하는 것은, 그가 더할 나위 없이 성실하고 심성이 고운 선수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근면> <성실> <협동> 이런 말들은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에 가장 많은 교훈이라지만,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제가 보기에 근면하고 성실하며 협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극히 드뭅니다. 근면보다는 눈치, 성실보다는 요령, 협동보다는 개인플레이가 '처세술' 쯤으로 인정받는 것이 21세기의 무한경쟁 대한민국이니까요.  
     
    오히려 저는 저러한 덕목들을 운동하는 친구들에게서 더 많이 발견합니다. 공부하는 친구들은 운동하는 친구들을 가리켜 머리가 비었다, 성격이 난폭하다, 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그 친구들만큼 자신의 삶에 순수한 열정을 다해 임하는 친구들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제가 아는 '야구선수 홍유상'은 지금까지 여러 고교야구팀, 대학야구팀을 마주하며 알게 된 그 누구보다도 가장 근면하고 성실하고 협동적인 선수였습니다. 밤낮 없이 열심히 하는 녀석이기에, 언제나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이기에, 진지하면서도 겸손한 녀석이기에, 저는 홍유상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야구선수 홍유상을 궁금해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많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이제 막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게 된 선수치고는 사연이 많은 편이다보니 비슷한 순번의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지금 받고 있는 이 관심이 쉬이 사라지지 않도록, 유상이도 열심히 운동할 것이고, 저 또한 최선을 다해 유상이를 응원할 것입니다. 일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만, 그는 제 사촌동생인 동시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이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인생의 멘토이고, 본받을 점이 정말 많은 스승이니까요.

    이 글을 읽게 될 여러 야구팬들께도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유상이 정말 좋은 녀석이고, 훌륭한 선수가 될 자질을 갖춘 좋은 재목이니, 앞으로 예쁘게 봐달라는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며칠 동안 제 블로그를 많이 찾아주고 계신 야구팬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홍유상 선수를 지켜봐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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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28 13:06:38  14.48.***.166  이시계내꺼야  2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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