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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cience_58024
    작성자 : REGENTAG
    추천 : 11
    조회수 : 1440
    IP : 182.224.***.181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6/03/29 21:50:30
    http://todayhumor.com/?science_58024 모바일
    전쟁과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던 과학자들 - 파블롭스크 실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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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롭스크 실험국(Павловская опытных станция.)

    '바빌로프 식물산업 연구소' 산하의 실험국으로 1926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종자은행이자 2016년 현재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종자 은행 중 하나이다. 파블롭스크 실험국이 보유한 약 25만 종의 표본과 6만 종자들의 90%는 다른 종자 은행에는 없는 종자들로, 그 가치가 굉장히 높다. 일례로  딸기 하나만 1,000종이 넘는 표본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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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이 바빌로프 기념 우표(1977년)

    1924년 식물학자이자 유전학자인 니콜라이 바빌로프(Nikolay Vavilov)에 의해 바빌로프 연구소가 설립되었고, 1926년에 파블롭스크 실험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바빌로프는 용불용설과 밀식 농법을 주장하며 소련의 높으신 분들과 긴밀한 커넥션을 갖고 있었던 라이벌 트로핌 리센코에게 끊임없이 견제를 받았고, 1940년 10월 6일 스탈린에게 숙청당했다.

    바빌로프는 1941년 7월에 사형 선고를 받았고 과학자들이 탄원하여 1942년에 20년형으로 감형되었지만 이듬해 향년 56세로 사라토프 감옥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옥사했다. 숙청되기 전까지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았던 종자 및 표본들은 파블롭스크 실험국에서 보관하였다. 


    1941년 여름 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레닌그라드 공방전[1]이 시작되면서 실험국은 풍전등화 신세가 된다.

    [1] 레닌그라드 공방전: 1941년 8월부터 1944년 1월까지 약 900일간 독일군과 핀란드군이 레닌그라드를 포위하였으며 레닌그라드 시 경계를 약 10km 앞둔 지점에서 진격을 멈추고, 계속 공격하기 보다는 포위망을 풀지 않은 채 레닌그라드에 억류된 시민들과 군인들이 모두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작전을 수행하였다.

    전쟁이 다가옴을 알고 있었던 과학자들은 이에 대비하여 종자들을 안전하게 보관하고자 노력하였다. 파블롭스크 실험국이 소장한 표본들은 대체로 '밭 유전은행'(Field Genebank)[2]의 형태로 저장되었는데, 이는 전쟁의 포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면 치명적일 터였다. 1941년의 늦은 여름에 아브람 카메라즈(Abraham Y. Kameraz)와 올가 보스크레센스카야(Olga A. Voskresenskaia)를 포함한 일단의 과학자들이 더 늦기 전에 정신없이 감자를 수확하여 보관하고, 시설 내에 흩어져 있던 종자들을 최대한 안전한 곳에 집적시킨 후 각 표본을 분산 보존 시켜 피해를 최소화 하려는 노력을 하였다.

    [2] 이는 실험국 대부분의 표본들이 씨앗에서 발아 시 동일한 특질을 가진 고정형으로 발아하지 않는 문제에서 기인했다. 이러한 종자들은 밭에서 기르면서 고정적인 형질을 계속해서 보전해야한다.

    과학자들은 시설 보호에 사실상 아무런 외부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1941년 여름에 감자를 수확할 때에는 그나마 소련군에게 협조를 요청하여 트럭을 빌릴 수 있었지만 레닌그라드 공방전이 진행되던 28개월간은 오히려 표본들을 식량으로 징발당하는 것을 걱정해야했다. 비슷한 시기에 소련 정부가 직접 대피시킨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예술작품들과는 달리 당시 기준 약 40만 종에 달하는 식물 종자들 및 씨앗, 뿌리 그리고 과일 표본들은 방치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레닌그라드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굶주린 들쥐들과 시민들도 경계대상이 되었고 이 때문에 남아있던 과학자들과 직원들은 실험국을 최대한 요새화하였다.

    독일군의 끊임없는 레닌그라드 도심 포격으로 실험국의 창문들은 항상 깨졌고, 나무 판자로 막아서 냉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공방전이 지속되며 자원 고갈이 심화되었고 땔감이나 석탄이 없어서 건물은 항상 춥고 습하며 어두웠다. 불행 중 다행으로 파블롭스크 실험국 시설이 독일 영사관과 히틀러가 레닌그라드 점령 이후 승전 연회를 열 계획이었던 아스토리아 호텔 근처에 위치하여서 직접적인 포격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다.

    바빌로프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모은 종자와 표본은 16개의 방을 가득 채울 정도였으며 누구도 보관실에 홀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방으로 들어가는 열쇠는 시설의 책임자중 한 명인 코르돈(R.Y. Kordon)이 금고에 보관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종자들의 상태를 확인하였다. 혹시라도 홀로 들어갔을 때 유혹을 이기지 못할 것을 미리 예방한 조치였다. 

    겨울이 지속되면서 온도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갔고 감자 종자의 경우 냉해로 인해 얼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시설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박스, 종이, 부서진 건물의 잔해 등 태울 수 있는 모든 걸 태워서 감자를 비롯한 종자들을 보호했고 굶주린 시민들이 시설을 습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24시간 불침번을 서며 저장고를 지켜냈다.

    추운 날씨는 종자 보관에는 문제를 일으켰으나 라도가 호수가 얼어붙으며 생긴 '생명의 길'[3]을 통해 우랄 산맥에 있는 저장고로 표본들을 대피시키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우랄 산맥으로 건너간 표본들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게 보관되었으며 전후 다시 파블롭스크 실험국으로 돌아왔다.

    [3] 생명의 길: 독일군과 핀란드군이 포위한 레닌그라드에서 유일하게 바깥지역과 연결되어 있던 라도가 호수가 겨울에 얼어붙으면서 생겨난 길. 호수가 얼어붙어 생겨난 짧게는 35Km에서 길게는 135Km에 이르는 얼음 길을 넘어 1600만 톤의 물자가 공급되었고 137만여명이 대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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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롭스크 실험국의 과학자들


    동장군과 함께 찾아온 손님은 다름아닌 죽음이었다. 도시에서는 이미 수만 명이 아사하고 있었으며 실험국 역시도 예외가 아니었다.

    1942년 1월, 땅콩 전문가였던 알렉산드르 G. 스추킨(Alexander G. Stchukin)이 자신의 책상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의학 식물 담당이었던 게오르기 K. 크리에르(Georgy K. Kriyer), 벼 품종 담당이던 드미트리 S. 이바노프(Dmitry S. Ivanov), 귀리 종자를 책임지던 릴리야 M. 로디나(Liliya M. Rodina)도 이어서 아사했다. 드미트리 이바노프는 자신의 방에 있던 벼 품종이 담겨있는 수천에 달하는 주머니들을 굶어 죽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건드리지 않은채 발견되었다. 덩이줄기 담당이던 아브라함 카메라즈(Abraham Y. Kameraz)와 올가 보스크레센스카야(Olga A. Voskresenskaia)도 결국 굶어 죽었다. 이 밖에도 M. 스테헤글로프(M. Steheglov), G. 코발렙스키(G. Kovalevsky), N. 레온티옙스키(N. Leontjevsky), A. 말리기나(A. Malygina), A. 코르준(A. Korzun) 등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둘 씩 쓰러졌으며 이들 모두가 자신들이 지키던 종자에 손 대기를 거부하고 고통과 죽음을 택했다.

    실험국을 방문한 것은 물론 기아뿐만은 아니었다. 병마와 싸우다 스러진 이들도, 포탄에 의해 사망한 이들도 있었다. 식물표본실 관리자였던 울프는 파편에 맞아 과다출혈로 사망했고 바빌로프의 현장일지 관리자였던 글레이베르는 귀중한 문서가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 손에 넘어갈까 두려워 끝까지 문서실을 지키다 죽었다.

    1944년 1월, 레닌그라드의 포위가 풀릴 때까지 실험국에서 종자를 지키며 죽어간 사람들은 8명부터 30명까지 출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2011년 7월호에서 9명이 굶어죽었다고 하고, 허핑턴포스트는 2010년 8월 18일자 기사에서 30명에 달하는 과학자들과 시설 직원들이 주로 겨울의 기아로 인해 죽었다고 한다. 다이버시티에 1991년에 기고된 글에서는 이름이 나온 사람은 11명이나 그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이 죽어가면서 지켜낸 종자들은 전쟁 후 세계의 채소와 과일의 품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예를 들어, 러시아가 세계 최대의 공급자인 블랙 커런트(Black Currant)의 경우, 약 60%에 달하는 품종들이 파블롭스크 실험국의 종자들을 이용하여 개량한 것이다. 블랙 커런트만으로 러시아는 연간 미화 4억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출처 https://namu.wiki/w/파블롭스크%20실험국
    출처
    보완
    2016-03-29 2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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