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서 여당이사들이 공격…기자협회 “제작 거부”
대선 후보들을 검증하는 내용의 <한국방송>(KBS) 프로그램 제작 책임자가 이사회에 불려가 여당 추천 이사들한테서 ‘박근혜 후보한테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로 추궁당한 뒤 사의를 표명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사회와 사장은 충성심에 눈이 멀어 공영방송을 망치고 기자정신과 저널리즘을 모욕하는 짓을 멈추라”며 반발했고, 한국방송 기자협회는 제작거부를 결의했다. 6일 한국방송 이사들과 <대선 특별기획 1부, 대선 후보를 말한다> 제작진의 말을 종합하면, 김진석 대선후보진실검증단장은 검증단장직 사의를 밝혔다. 이화섭 한국방송 보도본부장은 김 단장의 사의를 수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단장은 이날 사의 표명 직후 휴가를 떠났다. 그는 동료들에게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은 후보들을 제대로 검증해 유권자의 선택을 돕겠다는 취지로 지난 8월 한국방송의 노사 합의로 출범한 조직이다. 김 단장의 사의 표명은 5일 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검증한 <대선 후보를 말한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이튿날 이뤄졌다. 야당 추천을 받은 김주언 이사는 “여당 쪽 이사들이 ‘박 후보에 대한 검증 편이 문 후보에 비해 너무 속속들이 파헤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고 말했다. 여당 추천을 받은 한진만 이사는 “아이템별로 여야 후보를 비교하지 않고 통째로 나눠 박 후보에 대한 내용을 먼저 내보낸 점 등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길환영 사장도 이사회에서 “게이트키핑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한국방송의 노사 합의로 출범한 대선후보진실검증단이 만든 <대선 후보를 말한다>는 두 후보의 이력과 그들에게 제기된 의혹을 각각 25분씩 다뤘다. 이 프로그램은 본디 지난달 방영 예정이었으나 길 사장 등이 재검토를 요구해 방송이 늦춰졌고, 한국방송 안팎에서는 검증 보도가 박 후보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방영을 꺼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단장의 사의 표명에 대선후보진실검증단 기자들은 성명을 내어 “단장을 비롯한 데스크급 기자들이 고민과 토론을 하며 내놓은 기획물인데 도대체 무엇이 편파적이고, 게이트키핑을 못했다는 것인지 이사들과 사장은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대라”고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와 피디협회·경영협회 등 한국방송 12개 직능단체는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를 통해 “이사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례적으로 심의실에서 전문가 3명이 감수를 마친 프로그램을 길 사장이나 이사회가 문제삼을 소지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함철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길 사장과 이사들이) 보도 책임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재발 방지와 책임 문제를 거론한 것은 사실상 관두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배재성 한국방송 홍보실장은 “이사들이 프로그램에 대해 가볍게 의견을 나눈 것이지 질책을 한 것은 아니다. 김 단장도 사의 표명을 한 것이 아니라 며칠간 휴가를 다녀오겠다는 것이 와전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3줄요약
1.kbs에서 문-박 두 대선후보에 대한 방송제작
2.박근혜 후보 너무 파헤쳤다며 외부압박 들어옴
3.방송관계자 얼척없어 사표쓰고 쿨한게 휴가갔다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