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혼동을 하는데,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겠습니다.
보수는 인간의 생명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고,
진보는 인간의 생명보다 더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고 믿습니다.
보수는 사회를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해야 하고, 다수의 대중은 거기에 복종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진보는 소수 엘리트가 아닌,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믿습니다.
요약하면, 보수는 '권력' 중심이고, 진보는 '사람' 중심입니다.
쉬운 이해를 위해 몇가지 경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연걸이 나온 중국 영화 '영웅' 아시죠? 진시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
(2003년 국내에서 개봉한 중국 영화 '영웅'. 비쥬얼과 스케일은 매우 대단했지만, 그 속에 담긴 전체주의적 논리 때문에 딴지일보를 포함한 많은 국내의 진보 언론들은 이 영화를 맹렬히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시작된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빗댄 패러디물들도 많이 나왔었죠. 부시를 진시황에, 이연걸을 중동 테러리스트에...)
거기서 보면, 진시황의 진나라 군대한테 죽었던 사람들의 가족으로 구성된 자객들이, 진시황을 암살하려고 했다가 결국엔 암살을 포기하고, 스스로 진나라 군대한테 죽거나 아니면 자기들끼리 자중지란을 일으켜 자멸합니다.
왜? 그들은 진시황이 절대 강자가 되어 중국의 여러 나라들을 모두 멸망시키고 짓밟아서 중국을 한 개의 나라인 진나라가 지배하는 것이야말로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진시황의 천하통일을 위해서 자객들은 스스로 죽어야 한다는 뜻이었죠.
절대 강자(진시황)를 위해 약자(자객들)가 목숨을 버리며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말입니다.
좀 더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죠죠의 기묘한 모험>이라는 일본 만화가 있습니다.
거기서 디오인지 뭔지 하는 녀석이 이런 대사를 날립니다.
(이 그림의 금발 남자가 디오 브란도...)
우민들아, 이제부터 내가 지배해 줄테니 순순히 받아들여라...
어리석은 인간들은 강자한테 지배당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일본인 소설가 다나카 요시키가 쓴 은하영웅전설에도 은하제국의 소수 엘리트 지배 계층인 문벌귀족들이 나옵니다.
이 문벌귀족들은 평민과 농노들을 가혹하게 지배하고 수탈하면서, 거기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야말로 선택받은 우수한 엘리트들이니, 평민이나 농노 같은 천한 것들을 마음대로 죽이거나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이 역시 전형적인 강자의 논리입니다.
그러니까 위에서 열거한 경우들의 논리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역시 보수입니다.
허면 진보는 무엇일까요? 진보는 기본적으로 반(反) 권력을 추구합니다.
보수처럼 몇몇 소수나 혹은 특정 인물 혼자서 집단을 지배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 것이 진보입니다.
지배와 수탈과 차별 대신에 평등과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것이죠.
이런 진보적인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낸 경우가 영국 영화 배우 찰리 채플린이 히틀러의 패러디인 힌켈로 등장한 <위대한 독재자>에서 채플린의 입을 통해 나온 대사입니다.
"저는 황제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닙니다. 저는 누군가를 다스리거나 정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가능하다면 유대인이든 기독교인이든, 흑인이건 백인이건 모두를 도우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 돕기를 원합니다. 사람 말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불행이 아닌 행복을 위해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있고 풍요로운 대지는 모두를 위한 양식을 줍니다. 삶을 자유롭고 아름다운 방법으로 살 수 있었지만, 우리는 그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탐욕이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키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은 것도 모자라 불행과 죽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급속도로 발전했지만 우리 자신은 갇혀 버리고 말았습니다.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기계는 우리를 가난하게 만들었습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인 태도로 만들었고 영리함은 무정하고 불친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하지만 느끼는 건 매우 적습니다. 기계보다는 인간애가,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비참해질 것이며 아무도 남지 않게 될 것입니다.
비행기와 라디오 방송은 우리를 더욱 가깝게 연결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발명의 진정한 목적은 인간의 선량함과 지구적 형제애에 영혼의 화합을 호소하기 위함입니다. 지금도 제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좌절하는 수백만의 남녀노소, 그리고 인간을 고문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가둔 체제의 희생자들에게 들리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가 겪는 불행은 탐욕에서 인류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조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언젠가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도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빼앗아간 힘 또한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인류가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는 한 자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군인들이여!
그대들을 경멸하고 노예처럼 다루며, 그대들의 행동과 사고와 감정·삶까지 통제할 뿐만 아니라, 짐승처럼 다루고 조련하여 대포알의 밥으로 만드는 이 극악무도한 자들에게 굴복하지 마십시오! 이런 비인간적인 자들에게, 기계의 지성과 마음을 가진, 기계나 다름없는 자들에게 굴복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기계도 짐승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사람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도 인류에 대한 사랑이 숨어서 숨쉬고 있습니다.
여러분 민중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계를 창조할 힘과 행복을 창조할 힘 말입니다. 민중은 삶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그리고 멋진 모험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닌 것입니다. 그러니,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그 힘을 사용하여 화합을 이룩합시다. 모두에게는 일할 기회를, 젊은이에게 미래를, 노인들에게는 안정을 제공할 훌륭한 세계를 건설하기 위해 싸웁시다.
극악무도한 자들도 또한 이런 것들을 약속하며 권력을 키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약속은 실행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절대 지켜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면서 우리를 노예로 전락시켰습니다. 이제 그들이 입으로만 하였던 그 약속을 실제로 이 세상에 실현하도록 하기 위하여 싸웁시다. 세계를 해방시키고 나라간의 경계를 없애며 탐욕과 증오와 배척을 버리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이성이 다스리는 세계, 과학의 발전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세계를 만들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이게 바로 진보가 추구하는 근본 가치입니다.
일설에는 찰리 채플린이 저런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로부터 공산주의자로 몰렸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