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뉴시스】노수정 기자 = 아동 성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던 70대가 또 다시 아동 성범죄를 저질렀으나 이번에도 법원의 선처를 받았다.
법원은 고령인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벌금형을 선고하더라도 형편이 안 돼 노역장에 유치될 가능성이 높은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으나 솜방망이 처벌 등 논란이 예상된다.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영한)는 3일
13세 미만 미성년자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78)씨에게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하고 신상정보 공개고지 3년을 명령했다.
구속 상태였던 김씨는 이날 벌금형이 선고됨에 따라 즉시 석방됐다.재판부는 "피해아동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고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자숙하지 않고 나이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재범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범행을 인정하는 점, 70여 평생 전혀 아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평범히 살아온 점,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징역형을 선택할 경우 이전 사건의 집행유예가 실효돼 최하 5년6개월 이상을 복역해야 하는데 고령인데다 피해자에게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를 고려하면 과중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재판부는 현행법상 13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성폭행하거나 강제추행하면 5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3000만~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택했다.재판부는 그러면서 벌금 3000만 원을 내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300일 동안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노역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김씨는 2013년 12월 대낮에 부천의 한 공원에서 혼자 그네를 타고 있던 A(당시 8세)양을 가까이 오게 한 뒤 남자화장실로 데려가 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을 심리한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하는 등 불리한 사정이 있다"면서도 "범행을 자백하며 반성하는 점, 고령인 점 등을 감안했다"며 권고형의 범위를 벗어난 형을 선고했고, 김씨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판결이 확정됐다.
김씨는 그러나 사건 발생 11개월, 판결 선고 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수원의 한 경로당 앞에서 놀고 있던 B(당시 7세)양을 경로당 안으로 데려가 강제추행해 결국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한 김씨에게 당초 징역 5년을 구형했으나 재판과정에서 김씨의 딸이 피해자 측과 합의하자 징역 3년을 새로 구형하며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징역형이 아닌 벌금형을 선고하고 검찰의 전자발찌 청구까지 기각하면서 형평성 시비 등 논란이 예상된다.
수원지역 한 변호사는 "피고인이 워낙 고령인데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정이 있지만 아동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도 1심에서는 실형을 선고했어야 한다"며 "노역장 유치를 감안한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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