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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56025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32
    조회수 : 4534
    IP : 58.77.***.217
    댓글 : 63개
    등록시간 : 2017/11/21 22:59:56
    http://todayhumor.com/?menbung_56025 모바일
    앞으로는 내 집에 다른사람 함부로 초대하지 않을 겁니다.
     
     
     
    독거생활 시작한지 한달도 안된 시점입니다.
    바로 오늘 일어난 일입니다.
     
     
     
     
     
    나는 오늘 너무 화가 났다.
    일요일 저녁, 친한 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왔다.
    나는 그 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온다길래, 수육과 함께 술을 준비하고 그 친구가 오자마자
    술을 함께 나눠마시며 좋은 이야기를 하고 즐겁게 놀았다.
    나는 월요일 출근을 하고, 그 친구는 월요일 휴무였다.
     
    월요일 아침 내가 출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친구가 말했다.
     
    "형 저 형님 출근하고 좀 놀다가도 됩니까?"
     
    "어 그래. 뭘 물어보노. 천천히 놀다가라."
     
    "예 행님 그러면 행님 올때까지 기다릴게예"
     
    하루 일을 하고, 퇴근준비를 하려는데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머저리가(주 : 병신과 머저리이기에 나는 녀석을 머저리라고
    표현한다. 병신은 본인을 지칭하는 말이고 머저리는 그 친구를 지칭하는 말이다.) 부산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같이 가서 술을 마시자고 한 뒤에 친한 동생에게 전화했다.
     
    "어 니는 그냥 따로 가야겠다. 내는 부산가가 술묵고 여서 출근할낀데"
     
    "아 그렇습니까 그러면 다음에 뵙지요 잘 놀다갑니다 행님"
     
     
    그리고 나는, 어젯밤을 부산에서 보내고 오늘 일을 한 뒤에 집으로 왔다.
     
    근처 사는 직장 상사가 오늘 우리집에서 밥을 먹고 싶다길래 그러시오 하고 나는 먼저 집으로 왔는데...
     
    피가 거꾸로 솟았다.
     
     
    수건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쳐져 있고, 화장실 불은 그대로 켜져있는데 재떨이는 비우지도 않은 채 그대로 말라가고 있었다.
    화장실 슬리퍼는 아무렇게나 되어있고 원래 쓰던 샴푸가 아닌 새 샴푸가 뜯어진채로 욕실 바닥에 뒹굴고 있다.
    책상에는 마른 콜라가 담긴 잔이 굴러다니고, 언제 까먹었는지 숙취음료수와 빈 잔들이 싱크대를 굴러다니고 있다.
    자기가 먹겠다고 놔둔 수육은 락앤락 안에서 이슬이 맺힐 때까지 그대로고, 베란다에는 세제가루가 굴러다닌다.
     
    49H라고 적힌 밥솥에서는 이틀전에 해 두었던 밥이 거의 말라가기 직전 상태로 되어있다.
    내가 빨아놓은 배갯닢은 이부자리 위에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다. 나는 도저히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 아 행님 무슨일이십니까.
     
    "야 이 씨ㅍ놈아"
     
    - 하하 행님 또 욕하시네예 뭐가 또 빡치는가예
     
    "마 장난같나 이새끼야. 니 집안 아주 개판으로 만들어놓고 갔네? 뭐? 정리를 다 해놔?"
     
    - 아... 그거 제가 좀 신경을 못썼네예 죄송합니더"
     
    "죄송? 죄송같은 소리하네. 야 이 ㅆ팔놈아 입 쉽게 뚫리제? 내가 말했지? 집안에 뭐 굴러다니는 꼴 내 못본다고.
    근데 뭐? 죄송? 뭐 까쳐먹었으면 제대로 버리고 뭐 담아묵었으면 제대로 설거지 해놓고 가야될거 아이가. 니 ㅆ팔놈아
    니 온다캐가 내 밥을 안쳐맥였노 뭘 안했노 니는 내한테 이런식으로 하제? 그리고 ㅆ놈새끼야. 내가 화장실 휴지통
    휴지담는 용도 아니라고 ㅈ나 이야기했는데 똥휴지 그대로 넣어놨대? 귓구녕에 ㅈ박혔나 ㅆ팔놈아"
     
     
     
    - 아 그게... 제가 신경쓴다고 했는데...
     
     
    "신경 쓴다고 한게 이거가? 내가 니한테 화낸적 없제? 니는 앞으로 우리집 올생각 하지도 말고
    이딴식으로 할거같으모 다른데 갈생각도 하지마라 이새끼야"
     
     
    그리고 나는 전화를 끊었다.
    우리집에 누가 오는건 상관없는데, 즐겁게 놀다가면 그걸로 좋은데 제발 우리집 룰에 관해서 정해놓은 이 집의 법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여섯시에 집에 들어왔는데 밥먹고 설거지하고 집청소하고 이제서야 짬이 생겼다. 내가 잘못한게 맞는 것 같다.
    내가 신신당부를 했기 때문에 그 친구가 예의를 지켜서 내 집에서 만큼은 내 집의 룰을 따라주길 바랬다.
    그런데 이제는 그 친구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우리집에 초대하기 힘들 것 같다. 물론 손님이 오면 그 집에 있는 물건들이
    신기하고 냉장고 한번이라도 열어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지만 나 역시도 다른 집에 초대를 받았을 때 그런식으로 행동한 적이
    없거니와, 그것이 대단한 실례임을 알기에 함부로 행동한 적이 없는데, 그런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다른사람들은 그러지 않은 사람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보여주기 위해서 내가 화를 낸 것은 아니다. 진심으로 화가 났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데
    내가 화를 많이 내는 모습을 보니 우리집에 저녁을 먹으러 왔던 직장상사도 오늘만큼은 평소보다 더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화장실 쓰는 것 까지도 나에게 물어보고 썼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화가 난 것은 자유롭게 하되 최소한의 룰은 지켜달라는 것 뿐이였는데
    그 룰조차 지키지 않고 멋대로 행동해 집안을 어지럽힌 것이였다.
     
    화장실 청소용으로 쓰는 쓰레기통은 몇번이나 닦았고, 봉투도 쓰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코휴지 버린 안방의 휴지통도 열심히 닦았다.
    덕분에 싱크대 대청소도 한번 하게 되었고, 온 그릇을 다 꺼내 닦고 엉망이 된 싱크대까지도 재정리를 마쳤다.
    술병이 쓰러져 있고 제대로 닫히지도 않은 냉장고 안 반찬그릇도 싹 꺼내 청소하고, 뒤죽박죽이 되어있던 파김치도 정리하느라
    진땀을 뺐는데 이게 그렇게 간단하고 별 일 아닌 그런 것들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제일 화가 나는건, 그 친구가 나에게 전화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한마디만 하면
    그래 내가 더러운거 싫어해서 그런다 하고 그냥 넘어갈 일인데, 지금까지도 전화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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