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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불거진 국가기관의 ‘정치 개입’ 의혹에 상황은 긴박해졌다. 12월12일 오후 3시50분. 민주당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됐다. 스타우스 오피스텔 관할 경찰서였다.
접수 다음날인 13일 오후 2시40분쯤. 경찰과 선관위 측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이동식 저장장치를 제출할 것을 김씨에게 요구했다. 김씨는 경찰청에 컴퓨터만 건넸다. 임의제출 형식이었다.
컴퓨터를 건네기 전 김씨의 손가락은 분주했다. 이날 새벽, 김씨는 자신이 '여론 공작'을 벌인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 '오늘의 유머(오유)'의 아이디 등이 기록된 메모 파일을 삭제했다.
“밖에서 공포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삭제도) 전문적인 툴을 사용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휴지통에 버린 것입니다. 무방비 상태로 공개되는 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013년 9월 23일 원세훈 5차 공판 증인 진술)
김씨의 증언은 거짓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측은 “김씨가 일반적 복구가 불가능한 삭제 방식인 ‘오버라이트’를 썼다”고 밝혔다. 김씨는 무엇을 숨기려고 했을까.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목도리로 얼굴을 칭칭 가린 김씨가 수서경찰서에 출두했다.
다섯 시간 조사를 받은 뒤, 그는 취재진에게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너무 억울합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댓글을 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적 중립을 지켜온 저와 국정원을 왜 이렇게까지 선거에 개입시키려는지 너무 실망스럽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내 인생은 너무 황폐화됐습니다.”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은 김씨를 감쌌다. 16일 저녁, 대선 전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도 김씨에 대한 동정심을 나타냈다. “2박3일동안 밥도 물도 못 먹게 감금하고 부모도 못 만나게 하는 것은 인권침해입니다.” 그는 ‘국가기관의 정치개입 의혹’을 주장하는 문재인 민주당 대선 후보를 ‘인정사정도 모르는 사람’으로 몰아세웠다.
토론이 끝난 12월16일 밤 11시19분. TV화면에 뉴스 속보가 타전됐다.
“국정원 직원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 발견 못해”
서울경찰청 지시로 수서경찰서가 배포한 중간수사 보도자료였다.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보도자료에는 “하드디스크 저장 정보를 수십개의 검색어로 검색했으나 문재인-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비방-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적혀있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가 힘을 잃는 순간이었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 불씨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축하의 물결 속에 사그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3일. 불씨가 되살아났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찬·반’ 댓글 99건을 달았다.”
서울수서경찰서가 기존의 중간수사 발표를 뒤집는 결과를 내놓았다.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댓글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김씨는 말을 바꿨다. 당초 “국정원 직원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던 그는 “댓글을 달지 않았는데 감금을 당해 억울하다”고 말을 바꾼데 이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013년 1월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12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은 그는 “선거법이나 국정원법을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한 점의 부끄럼도 없다”고 했다.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는’ 김씨의 댓글작업은 경찰 수사결과 다음과 같이 드러났다.
그는 2012년 8월 말부터 12월10일까지 아이디 16개로 특정 사이트 게시글 269개에 288차례에 걸쳐 추천이나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이 가운데 대선 관련 게시물은 94개(99차례)였다.
김씨는 자신의 활동이 북한의 선전에 대응하는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2012년 11월5일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 “무상복지는 복지 포퓰리즘” “복지포퓰리즘은 북한에서 상당히 자주 이슈로 삼는다”는 주장의 글을 올렸다. 그는 “당연히 북한 선전선동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지만 북한에서 복지 포퓰리즘에 대해 어떤 선전선동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원세훈 5차 공판)
같은 달 20일 그는 보배드림 사이트에 “목숨 걸고 금강산 갈 수 없잖아요. 금강산 관광 중단 책임이 누구에게”라고 올렸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조건 없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공약한 다음 날이었다. 김씨는 “특정후보 공약에 대해 아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만이 아니었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 드러난 국정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작은 확인된 것만 121만건. 조직적 활동이 아니면 불가능한 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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