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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555172
    작성자 : sungsik
    추천 : 138
    조회수 : 6961
    IP : 61.255.***.43
    댓글 : 1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0/30 23:36:25
    원글작성시간 : 2012/10/30 23:32:12
    http://todayhumor.com/?humorbest_555172 모바일
    조선시대 6살 아이 다리 절단 사건 <완결>


     http://todayhumor.com/?bestofbest_87499  - 1부


    http://todayhumor.com/?bestofbest_87502 - 2부



    <본 이야기는 100%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이야기로 각색없이 구성하였습니다.>



    중종의 전교를 받고 해당 조사를 한 의금부에서 아이의 발이 어떻게 잘렸는지 보고합니다.


    '금부 도사 이창무 등이 의원을 데리고 가서 발이 잘린 여자아이를 살펴 보게 하였습니다.

    동상으로 빠진 곳은 두 발의 안팎의 복사뼈와 골구가 완전하며 살은 썩어도 힘줄은 남아 있는 것인데,

    이 아이는 끊어진 곳이 이와 다릅니다. 복사뼈 위 정강이 뼈의 부러진 곳이 날짜가 오래되어

    새살이 나고 살가죽이 줄어들었으니 칼로 자른 것이 명백합니다.'



    의원이 한 보고를 보면 아이의 발이 아이의 증언처럼 칼에 잘린 게 분명하다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마지막으로 아이를 주웠던 귀덕이 분명해졌습니다.

    귀덕이 말한 아이의 발이 동상에 의해 빠졌다는 건 거짓 증언이었고, 

    아이의 증언이 걸리긴 하지만 5~6살짜리 어린 아이의 증언이니 신뢰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니까요.


    이에 가장 강력한 용의자인 귀덕을 매질하여 증언을 이끌어내려 하지요.


    하지만 중종의 마음속에선 아직도 아이가 지목한 한덕이 의심스러웠는지 

    한덕을 형추(고문하여 심문하는 것)해보는 것이 어떤가하며 말했나 봅니다.


    그러자 2월 29일. 판의금부사 김금사가 아예 사건 자체의 방향이 잘못되었다 판단하고 보고를 올립니다.


    처음에 옥가이에게 물었을 때 옥가이가 '한덕이 내 발을 잘랐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발을 자를 때의 상황까지도 매우 분명히 밝혔으므로 믿을만 한 것은 맞다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발을 잘렸다고 말한 뒤에 여러 차례 다른 집을 거쳤는데도 그 때까지 두 발이 모두 온전했고,

    마침내 귀덕의 집에 와서 치료를 잘하지 못하여 정말 발목이 빠지게 되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견을 말합니다.


    칼에 의해 잘렸다는 의원의 증언을 신뢰하여 귀덕을 매질하여 자백을 받아내려 하긴 했지만,

    유물금이라는 과거에 동상에 의해 발이 빠진 경우를 보니 그 발도 마치 칼로 잘라 끊어진듯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사람은 원래 이같이 동상으로 발이 빠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하물며 옥가이 같은 어린아이의 발이 동상을 빠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거지요.

    젖먹이 어린아이의 말로 한덕을 매질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정말 그 발이 동상에 걸려 빠졌다면

    귀덕이 악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닌 치료를 잘 하지 못해 발이 빠진 것 뿐이니 이 역시 어찌 죄를 물을 수 있느냐는 거지요.

    지금이야 심문을 하는 거지만 결국엔 죄를 확정 짓기 위한 조서를 작성해야하는데,

    대체 이런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대해 어떤 식으로 조서를 작성할 수 있느냐 반문합니다.


    다만, 역시 그래도 가장 믿을만한 건 의원이 칼에 짤린 게 맞다는 의견이긴 하니

    일단 한덕은 일단 놔두고 귀덕을 계속 심문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하고 중종에게 보고합니다.



    이에 중종은,


    자신도 한덕을 형추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라고 일단 말합니다.

    한덕의 집에서 버려진 뒤 여러 번이나 남의 집을 거치다가 발이 빠졌으니 한덕이 관계되지 않은 것을 알지만,

    유물금이라는 동상으로 발이 빠진 자와 비교하여 보면 아이의 발이 동상으로 빠졌는지 잘린 것인지 분명히 알 수 있을 것인데, 

    그 유물금이라는 자의 발이 오래되어 제대로 분별하기 곤란한 상황이 아니냐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요.


    이어 '옥가이가 한덕이 발을 잘랐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솜으로 입을 막은 상황까지도 분명히 말했으니,

    이는 비록 아이라 하나 나이가 4~5세가 넘었는데 무슨 말인들 알지 못하고 무슨 일인들 알지 못하겠는가.

    혹은 무슨 원한이 있어 거짓으로 이런 말을 했겠는가. 그러므로 그 아이가 다른 집에 가고 나서 

    한덕이 쫓아가 몰래 자른 것이 아닌가 의심하였다. 의원은 모두 잘라서 끊어진 것이라 말하므로

    정황상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귀덕 역시 추문한 것이었다. 이 일에 대해 해당 부서에서만 의논해서는 안 되니

    대신들과 의논하도록 하라.' 라고 판의금부사에게 전교합니다.


    이어 정원(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거나 다른 사항을 보고하는 관아)에

    '의정부의 낭관을 불러 이 옥사에 대해 의논을 모아가지고 오도록 하라.' 라고 전교합니다.



    사건을 종결짓기 전에 조선 최고 행정기관이었던 의정부의 대신들에게 마지막 의견을 묻자는 거지요.

    다음날 2월 30일, 6살짜리 노비 아이의 발이 잘린 사건에 대해 국가 최고 권력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



    영의정 정광필은,


    '옥가이가 말한 것을 보면 발을 자른 것은 한덕이 한 짓이 맞는 것 같으나, 한덕의 집에서 나와 

    서너 집을 거치다가 끝에 귀덕의 집에 이르게 되는데 두 발이 그 때까진 있었고 단지 동상에만 걸린 상태였습니다.

    귀덕이 분명하게 말하기를 자기 집에 이른 후에 두 발이 떨어졌다 하였고,

    그것을 보았다고 증언한 자도 있으니, 한덕이 잘랐다는 것도 분명히 아닙니다.

    그런데 단지 미욱한 아이의 말만 듣고 큰 옥사를 만드는 것은 부당한 듯합니다.

    신의 뜻은 이와 같습니다. 의심스러운 옥사는 끝까지 밝혀 내지 않더라도 해로울 것이 없을 듯합니다.'

    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좌의정 장순손은,


    '신도 이 사건을 들었습니다. 신의 뜻에는 의금부의 아룀이 온당하게 여겨집니다.'

    라고 말합니다.


    우의정 한효원은,


    '옥가이의 말로 살펴보면 입을 막고 발을 잘랐음이 지극히 분명하여 4~5세 밖에 안 된 어린아이가

    능히 꾸며낼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형추하여 사실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온당합니다.

    그러나 귀덕과 돈독 등 여러 사람의 진술서를 보면, 여러 차례 집을 옮겨 다녔으므로 동상이 걸린 것도

    또한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의심스러운 옥사는 끝까지 추문하더라도 실정을 알지 못할 것이요,

    오히려 무고하게 죽을 폐단까지 있습니다. 더구나 동상에 걸려 발이 빠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상께서 재결하소서.'


    라고 말합니다.


    ............


    사건은 이로써 종결됩니다.


    더이상 알아낼 증언도 증거도 없습니다. 

    영의정까지 나서 의논했으니 더 의논할 신료도 없습니다.

    고문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고문에 의한 거짓 증언일 수 있으며,

    고문을 할 근거 역시 애매모호합니다.


    피해자의 증언은 한덕이 범인이지만, 정황은 모두가 무죄입니다.

    피해자는 어린 아이기에 거짓증언을 할리가 없다 생각되지만,

    반대로 어린 아이기에 잘못된 증언을 할 가능성이 너무나 높습니다.


    삼정승의 의견을 들은 중종은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던 귀덕을 석방하는 것으로써

    결국 사건을 종결 짓습니다.


    한성부와 의금부, 의정부, 좌우영의정에 왕까지 참가했던 이 사건은

    결국 미재 사건으로 끝나게 된 것이지요.



    첨단과학수사를 하는 현대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누가 범인인지 밝힐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는 조선시대였고 사건을 조사함에있어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나 찝찝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가장 현명한 결론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현대 법으로 따지면 증거불충분으로인한 사건 종결 쯤 되려나요. 법에 무지해서 잘 모르겠네요 ㅋ



    이 이야기를 실록을 참고하여 조사하면서 가장 놀란 것은 6살짜리 노비 아이의 사건을 

    그 누구도 쉽게 지나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사건은 김귀성이 부에 보고하고 부에서 한성부로 보고한 뒤 한성부에서 왕에게 보고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중종이야 한 아이의 가여운 개인적인 마음에 사건을 치밀하게 조사하게 했다 할 수 있지만,

    부나, 한성부 어디에서라도 이 사건을 가볍게 지나쳤다면 이런 수사가 이루어졌을 수 없었겠지요.


    또한 피해자와 용의자, 증언자가 모두 노비인데도 그 누구의 증언도 무시하지 않았고,

    아무런 정황 증거없이 함부로 고문하지도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성부, 의금부, 의정부까지...

    6살 짜리 노비 아이의 사건에 영의정, 우의정 좌의정 모두가 보고를 받고 의논을 하여

    왕에게 보고를 하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비 여자아이까지 한 명의 백성으로 생각하여,

    그것을 구휼하는 것이 위정자가 해야할 일 중 가장 첫 번째라는 중종의 말은 감동이기까지 했네요.



    재미있게 잘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밤에 쓰겠다고 약속하여 이렇게 부랴부랴 써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기대를 모아가며 글을 썼는데,

    범인이 누군지 결국 결론나지 않아 약간 죄송한 마음도 있네요. 그래도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아..그리고 어디에 퍼가는 건 좋은데 가능한 출처는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

    고맙습니다.


    ---------------------------------------------------------------------------------------------


    아래는 이 일에 관련된 해당 실록 기사 출처입니다.

    모든 실록 기사는 조선왕조실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종 73권 28년 2월 16일 (기축) 3번째기사 / 용산강 근처에 발이 잘린 아이가 버려진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17일 (경인) 1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처리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17일 (경인) 2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18일 (신묘) 1번째기사 / 정원에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18일 (신묘) 4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18일 (신묘) 6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20일 (계사) 2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20일 (계사) 5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의논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21일 (갑오) 1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21일 (갑오) 5번째기사 / 의금부가 아이의 발이 칼에 잘린 것이라 아뢰다

       중종 73권 28년 2월 29일 (임인) 2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30일 (계묘) 1번째기사 /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중종 73권 28년 2월 30일 (계묘) 2번째기사 / 정원에 발이 잘린 아이의 일을 전교하다





    sungsik의 꼬릿말입니다
    인터넷 어딘가에서 그런 말을 봤다.
     
    '영화 하나가 잘만들었니 못만들었니로
    티비 토론을 할만큼 세상에 큰 논란이 없었던
    그 때가 그립다.'

    대통령부터 정치권, 헌재까지..
    모든 사건, 모든 발언 하나하나가 비상식적이기만하고
    민주주의와 다양성이라는 단어들이 너무나 가볍고
    가치가 없게 느껴진다. 

    이 나라엔 진보와 보수가 있는 게 아니라
    상식과 비상식만 남아 있다는 이 느낌이
    군사정부를 겪지 않았던 내 세대에겐
    너무 낯설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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