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무언갈 관찰하는게 좋았다
지나가는 개미들을 한시간씩 쳐다보는게 일쑤였고 하늘은 왜 파란지 우주는 왜 그렇게 넓은지 항상 궁금한거 투성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궁금했던건 바로 생물이었다
같은 원소로 이루어져있음에도 무생물과 생물의 차이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 덕분에 생물학을 계속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배아줄기세포 파동?으로 인해 생명관련 컷트라인이 요동칠때도 나는 나의 꿈을 포기하지않았다
결국 재수까지 하면서 들어온 생물공학과에서 기초학문들을 배우면서 잠깐이나마 즐거웠지만 교수들의 강의보다 어느순간부터 혼자 공부하는게 더 재밌어졌다
졸업시즌이 되어서 나는 내가 진짜 잘 할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이기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처음에는 배우는 입장이니까 시키는 일은 일대로 다했다
어느덧 박사과정에 들어올때쯤, 내가 하고 싶은 연구는 머릿속에서 빛을 바래고 그저 교수가 닥달하는거에 부응하기에도 바빴다
박사과정 2년차가 끝난 지금 지난주에 있었던 과제 워크샵에서 몸치인데도 억지로 춤추고 우스꽝스러운 학생으로 찍히고 과음하고 2시간 넘게 탬버린을 흔들던 나를 다시 돌아보았다
주변에서는 일도 잘하고 놀기도 잘한단다
나는 그저 과학이 좋아서,
연구하고 싶은게 있어서,
이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건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술자리에서 과제대표가 나보고 노예처럼 열심히 하란다
자기도 젊었을때 고생 많이 했다고,
칭찬조로 하는 그 얘기에 갑자기 울컥했다
나는 당신처럼 성공하려고 연구하는게 아니라고
그냥 연구가 하고 싶어서, 과학이 하고 싶어서 하는거라고
밥벌이를 위해서 여기까지 온게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는 필름이 나갈때까지 마셨다...
나는. 단지 과학이. 좋았다.
그래서 하려던 건데,
나는 왜 이러고 있을까
왜 지도교수 눈치에 압박에 하루하루를 쓰고
원래 다 힘든거라면서 과제 2개를 혼자서 낑낑대고
나는 단지 과학이 재밌어서 하고 싶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