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고는 베오베에 올라온 '우리나라의 미래가 필린핀이라고 누가 그럼???'(http://todayhumor.com/?bestofbest_175840)에서 언급한 디시 좌절갤의 글에 대한 소고입니다. 위 글을 읽지않은 분들께서는 대충 읽어보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글 초반까지는 나름 설득력있게 전개됩니다. 자기계발서류가 주입하는 개인의 노력 강조라는 이데올로기가 부정적인 사회구조 타파에 대한 인식과 해결의지에서 개인을 소외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저 또한 통감합니다. 다만 중반부터는 그야말로 아님 말고 식의 논리적 비약이 심하네요. 전형적인 구조주의적 틀 속에서 만들어진 글입니다. 현사회의 구조가 이러이러하니 앞으로도 이러이러하게 전개될 것이고 이렇게 전개된 미래는 꿈도 희망도 없는 절망의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라는 논지전개의 끝은 결국 끝없는 비관주의와 염세주의로 점철되기 마련이죠. 이러한 삐딱한 사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게 되면 원래 사회가 어떠했건간에 무조건 결말이 디스토피아로 가버리는 겁니다.
위글에서 한 분이 덧글로 필리핀과 한국은 문화적 역사적 지리적 요건이 다르기 때문에 필리핀의 결과를 기계적으로 한국에 대입할 수 없다는 논지의 말씀을 하셨는데요. 전적으로 옳은 말씀이십니다.
간단한 예시 몇 개만 들죠. 일제강점기, 일제치하에서 신음하던 수많은 조선인들은 그 누구도 식민지에서 해방될거라 확신하지 못했습니다. 그들 대다수가 상상했던 비관적인 미래는 복거일(영어 공용화론 주장했던 그 사람 맞습니다)의 소설 '비명을 찾아서'에서 묘사하는 '완전히 일본화된 식민지 한반도'였습니다. 모두가 일본식 이름과 일본어 일본식 관습에 완전히 적응된 한반도.
만일 2014년의 누군가가 타임머신을 타고 일제강점기로 돌아가서 일제치하의 우리 조상들에게 누군가가 '백 년쯤 뒤의 한반도는 비록 두 나라로 갈라졌지만 적어도 일본의 서슬퍼런 치하에서 벗어났다. 또한 한반도 남쪽은 일제치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이룩했다'고 말했다면 아마 미친 놈 취급을 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와중에도 한반도와 조선인의 독립을 굳게 믿고 당시로서는 역부족일 정도의 대일항쟁을 전개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분들이 계셨기에 우리가 오늘 이자리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의 첫 두 구절을 공기마냥 당연하게 생각하며 일제치하에 비하면 진수성찬이나 다름없는 식사와 고위층들이나 즐길 수 있을 법한 문화, 소비생활을 즐길 수 있는 겁니다.
구조주의적인 글은 현실의 구조에 볼록렌즈를 들이댑니다. 현실의 구조를 과장하고 그 구조가 지속된다면 우리 모두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이 논리가 맞아떨어지려면 '구조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합니다.
통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훑어보면 한 번 체계화된 구조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왕조도 영구히 존속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한 단편이죠. 물론 온갖 굴욕을 맛보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일본 왕실은 정작 권력을 잃었으니 지금 말하는 논지와는 다른 경우입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의 기록이라고 말합니다. 위의 베오베 글에서 말하는 절망적인 미래의 사회적 구조는 사태가 심각해지고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게 된다면 분명 도전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혼란의 시간이 흐르면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던 대다수 구성원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지 않는 쪽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고려 대몽항쟁때 민중들이 보여준 끈질긴 저항
임진왜란때 수많은 이름모를 의병들이 보여준 치열함
12척의 배만으로 일본군 대선단을 상대한 이순신 장군의 결연한 의지
당시 세계에서 손꼽히는 전력을 가지고 있던 일본에 대항해 끊임없는 게릴라 항쟁을 지속했던 수많은 독립투사들
유신의 시퍼런 칼날 아래에서도 민주주의의 꿈을 버리지 않고 항쟁을 지속한 시민들과 학생들
독재자를 거부하며 끝까지 싸웠던 광주 시민분들의 의지를 말이죠.
그리고 지금, 그 역사 속 '도전'의 몫은 2014년 대한민국의 시공간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몫으로 지워졌습니다. 어쩌면 그 '도전'은 우리가 모르는새에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움직이는 동력은 우리의 결연한 의지와 행동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