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전 있었던 일입니다.
친누나와 식사메뉴를 정하다가 햄버거로 결정나서
맥도날드 햄버거를 배달주문 하려는데
제가 딱히 햄버거는 생각 없는 상태에 맥윙이야기가 나와서
그럼 그냥 맥윙 먹는걸로 하고 맥윙은 어차피 세트 없으니까 감자튀김이랑 음료수 작은거 하나씩만 따로 시키자고 했어요.
조금 생각하는듯 하더니,
셋트로 버거 하나 더 시키면 버거 하나 더 싸게 사는거니까 세트로 시키시잡니다.
햄버거 먹을 생각도 없고 사이드메뉴 가격이 조금 싸지긴 해도 결국 전체 가격은 오르기 때문에 시키지 말라고 했습니다.
(음료와 감자를 단품으로 시키면 19000원대고 세트로 시키면 20700원이였습니다. 결국 결정을 세트쪽으로 해서 단품 가격은 정확히 기억 안나는데 1000원이상의 차이였습니다)
어차피 시키려는 사이드메뉴들은 싸지니까 세트로 시키시잡니다.
햄버거 먹을 생각이 있어서 세트로 시키는거냐고 물었습니다.
아니시랍니다.
일단 내돈으로 내는거니까 전체 가격이 더 싼 단품으로 시키자고 했습니다.
어쨌든 세트로 사는게 싸다고 세트로 시키시잡니다.
제가 햄버거 먹을 생각 없다는걸 다시 강조했습니다.
나중에 먹으면 되니까 시키시잡니다.
저는 일단 여기서 포기했습니다 ..
물론 여기서 더 설득을 할 수는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나중에 먹는다는 논리에 촛점을 두고 '지금 시켜서 온 햄버거를 보관해서 나중에 먹는다는건 맥도날드쪽에서도 제품 변질 우려를 위해 즉시 섭취를 권장하고 변질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보관한 후 나중에 먹을때랑 배달이 온 즉시 먹을때의 차이는 분명히 있기 때문에 제값을 주고 산 햄버거에 딸려온 서비스를 일부 포기하는거나 다름없다' 라고 충분히 반박할 수 있었습니다.
즉, 보관해놓고 나중에 먹으면 세트로서 할인 받은 햄버거의 가치는 떨어지게 되고 결국 할인받은 가치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죠.
그래도 그냥 말하는걸 관뒀습니다..
이유를 말씀드리자면, 일전에도 논리적인 대화를 자주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마다 보였던 태도가
저는 제가 생각하는 논리에 허점이나 모순될 점을 지적하면 인정하고 정정해서 반영하고 이에 따른 반문을 했습니다.
항상이라고는 감정이 항상 다르니 확정하긴 힘든데
어쨌든 제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이해를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럼 이런 논리는 누나가 틀린게 아니냐 하면
논점흐리기는 물론 성급한 일반화는 보통(본인은 항상 성급한 일반화 하지 말라고 주장하고 다니더라구요) 이어서 화룡정점으로
제 말을 이해를 안해줍니다.
기본적인 베이스가 그런 태도입니다.
논리적인 대화는 아니고 주로 잡담 나눌때
버릇인지 뭔지 저한테 항상 쓰는 어휘가
'그것보단' 입니다.
용법이야 가지가지고 '니 주장이 맞다곤 생각하나 그것보단 이쪽이 더 합당하지 않겠냐' 같은 경우의 용법이면
제가 이렇게 글 안씁니다.
보통 하는 소리가 예를들어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
제가 "이 부분은 이 장면의 이런 연출을 보니까 이런 의미인가보네" 하고 운을 띄웁니다.
답가는 항상 "그것보단 이 장면의 이런 연출을 생각하면 다른 의미가 맞지" 로 돌아옵니다.
물론, 제가 틀렸을수도 있죠. 제가 전문가도 아니고 전문가도 의견이 분분한 마당에 제가 언제나 정답만 말하겠습니까.
위에서 말했듯이 제 논리에 적용해서 틀린부분을 이해하고 다시 말합니다.
그렇게 말 안해주면 수긍 안합니다.
저보다야 영화를 더 좋아해서 자부심을 느낄수도 있겠지만,
갓난애기한테도 배울게 있다는 말을 인생 살면서 곱씹어본적이 한번도 없는 것 같은 뉘앙스입니다.
'이 영화는 내가 몇번이나 봤는데 내가 이럴 모를까봐?' 라는 뉘앙스입니다.
제 주관이지만 여러분이 봐도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겁니다.
제가 20년이상 같이 살아 오면서 받아온 감상이지만, 일반화는 못하겠는게 저는 암만 프로급으로 잘하는 일이 있어도 결국 자신보다 식견이 넓은사람은 있고 배움을 얻을 가치가 있는 사람은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물론 더 못하는 사람에게까지도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20년이상 살아왔다고 전부 다 안다고는 생각 안합니다.
근데 적어도 살아온 세월 내내 같은 느낌이면 이해가 가지 않습니까?
자랑할것은 못되지만 저는 정말 유년기부터 컴퓨터를 해왔고, 얼마 안 지나 인터넷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햇수를 정확히 표현은 못 드리지만 어림잡아 20년 가까이를 컴퓨터를 이용했고 인터넷 사회에서 유영을 하기 시작한지는 10년은 족히 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인터넷 사회라는 독특한 현대사회의 새로운 분야에 대해 유심히 관찰해왔고, 다양한 결론을 얻었습니다.
얻은 결론중 지금 상황에 대입하고 싶은 결론은
현실사회에서 말 한마디에 천냥빚을 갚는 다는 말도 있을 정도인데, 하물며 인터넷 사회에서의 말 한마디에 대한 파급력은 무궁무진 하고, 책임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광범위하게 넓어진다는거죠.
어떻게 보면 사실 연관성을 찾아보기 힘든데,
요컨대 이겁니다. 결국 발언 하나를 하는 것에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많은 사고를 거쳐야 한다는거에요.
제가 이 결론을 적용하려는 객체는 저희 누나에 대한게 아니라
저에 대한 것입니다.
저는 저 결론을 내린 이후로 논리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고, 어휘력을 기르는데 시간을 할애했고, 글의 서식이나 흔이 쓰이는 유형까지 넓게 이해하려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뭔가를 이해한다는걸 이해하는데 세월을 다 보냈다 이거에요.
그래서 생긴 버릇이 일단 뭔가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를 기반으로 접근했어요.
제 개인적인 주관은 우선순위를 낮추고, 객관적 이해를 하고 이후에 제 주관을 정리했어요.
몇년전에 오유랑 앙숙이었던 그 친구들이 하는 논리도 일단 최소한 객관적으로 맞는 부분을 찾으려고 했어요.(사실 지금은 포기했습니다. 논리로 싸우려는게 아니라는걸 너무 늦게 판단하는 바람에..)
그래서 저는 항상 '상호존중'을 중요시 하며 대화를 하게 됐어요.
그러면서 듣는 이의 감정적 반응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서 글 하나를 써도 한 문장에만 어휘정리를 수차례 반복하는 집착스러운 버릇이 생겼어요.
저희누나라고 다를까요. 심지어 다른사람도 아니고 혈육인데.
그래도, 절대 이해하려는 태도가 보이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마디 더 드리자면
결국 제가 답답해서
배달온 음식을 분배해서 방으로 가져갈때(햄버거같은 혼밥으로 먹는 음식은 각자 방에서 따로 먹습니다)
넌지시 한마디 했어요.
정말 육두문자 한마디 안섞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남들이 자신을 이해해줘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먼저 남을 이해하려고 해보자"라고.
세상에 돌아온 대답은
"그냥 곱게 얘기하면 되지 왜 비꼬아서 말하는데"
저 한마디가 제가 이 글을 쓸수밖에 없게 된 이유이며,
전후사정을 여기까지만 쓰는것 또한 제가 가진 마지막 양심이거나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위해서 입니다.
긴 글을 읽어주신것에 대한 수고와, 읽어 주시는데 할애하신 소중한 시간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정말 궁금하시고, 판단에 필요하다고 생각 되신다면,
그리고 저에게 도움이 되어 주실 수 있다면...
확신은 못 드리지만 참고될 수 있는 전후사정을 덧글에 후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