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곧 정치입니다.
아무리 예능이라고 해도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죠.
개인적으로 장동민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필연이었죠.
식스맨 멤버 중에 장동민의 경우는 후보들 중 가장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타입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많은 팬만큼이나, 그만큼의 안티팬도 가지고 있었다는 거죠.
거기에 더해 장동민은 후보들 중 커뮤니티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 경우에 결과는 뻔하죠.
현실 정치였다면 다른 네 후보들이 장동민만 공격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예능에서 다른 후보들이 이미지를 망쳐가며 그렇게 할 순 없죠.
결과적으로는 시청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 겁니다.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을 되게 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장동민의 몰락이 시급했으니까요.
이건 현실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일입니다.
잘못된 사람들은 사회어디에나 있고, 그것들로 사회를 판단할 수 없는 거죠.
실제 현실 정치에서도 지지난번 대선 때 이명박이 압도적이자 모든 후보는 이명박을 공격했고,
지난번 대선 야당후보 때 문재인이 압도적이자, 모든 야당 후보는 문재인을 공격했죠.
여당 후보였던 박근혜 역시 김문수를 비롯한 여당후보들에게 맹공을 당했습니다.
선발주자는 항상 모든 후보들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이건 그러니까 어쩌면 당연히 일어났을 일인거죠.
따라서 누군가는 아마도 장동민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을 겁니다.
잘못에다가 자신의 주관적인 비판을 섞었을 거구요.
이런 경우 결과는 두 가지인데,
이명박의 경우 - 분명 잘못이 있음에도 버티다가 넘어가는 경우.
문재인의 경우 - 잘못이 하나도 없어서 아무 문제가 안되는 경우.
문제는 장동민은 분명 잘못은 있는데, 그게 매우 작았다는 거죠.
식스맨을 하차시키기엔 사소했고,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는 종류였습니다.
따라서 장동민을 뭐라고 하는 사람들을, 킬러조를 뭐라고 하는 사람과 동급으로 보면 안됩니다.
그 당시 장동민의 안티는 정확히 네 부류가 있었습니다.
1. 잘못을 했든 안했든지 장동민이 그냥 싫은 사람.
2. 잘못을 했든 안했든지 다른 후보를 응원해서 장동민을 떨어뜨려야 하는 사람.
3. 아무 생각 없었는데 장동민의 잘못을 보고 싫어진 사람.
4. 장동민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만, 식스맨 하차는 바라지 않는 사람.
이 중에서 1,2번은 극히 소수였을 겁니다. 3,4번이 대다수였겠죠.
장동민의 발언은 문제지만, 실수할 수 있는 범위라고 여긴 겁니다.
따라서 여기서 장동민은 개그맨답게, 혹은 대인배답게 잘못을 지속적으로 쿨하게 인정해서.
3번을 설득시키고, 4번을 납득시키면 되었습니다.
장동민 팬분들 역시 재빨리 장동민이 잘못했다고 하면 일이 커지지 않았겠죠.
그런데 몇몇 장동민 팬분들은 죄가 없다, 이 정도는 괜찮다, 노홍철이랑 정준하는 어떠냐 등등의 논리를 꺼내옵니다.
가라앉아야 하는 불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죠.
3,4번의 경우는 잘못만 인정한다면 돌아올 수 있는 팬들이었고, 다수였습니다.
1,2번은 사실 해명을 하든 안하든 어차피 장동민을 싫어할 수밖에 없는 부류였고요.
그런데 1,2번 때문에 싸우다보니까 3,4번 입장에서도 점점 더 사건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거죠.
3,4번이 보기에 분명 장동민은 잘못이 있는데, 그걸 없다고 하니까 당황할 수밖에요.
저는 엄밀히 말해 선동당한 쪽은 장동민 팬분들이라고 봅니다.
누가뭐라해도 장동민이 잘못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소한 잘못을 누군가 악의적으로 지적했고,
장동민 팬분들은 거기에 대해 대항하면서 잘못된 논리를 꺼냈습니다.
잘못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3,4번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고,
노홍철과의 비교에서는 장동민의 잘못을 노홍철급 잘못으로 둔갑시키는 효과를 낳았습니다.
장동민팬분들은 뭐라 하는 게 아닙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과도하게 까이면, 쉴드치고 싶은 건 당연합니다.
21세기의 선동이 참으로 복잡하게 이루어진 거죠.
선동하려는 대상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편을 자극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극받은 반대편은 더 크게 화를 내고, 거기서부터는 선동하려는 대상도 자연스레 끼어들 수밖에 없는 거죠.
이번 사건으로 보아서 결국은 공정한 잣대를 가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장동민팬이라도 잘못한 건 인정하고, 장동민이 싫더라도 그 잘못이 식스맨 하차급은 아니라는 걸 인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분명 가장 큰 잘못은 선동한 사람에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사람은 어디서나 나오고, 그 사람을 뭐라 해봤자 바뀌는 건 없습니다.
결국은 시민이 제대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의도한바는 아니었겠지만, 무한도전이 정치의 씁쓸한 면을 가르쳐 준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