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부터 남자친구랑 결혼계획 세우면서 5월에 프로포즈받고, 7월에 우리부모님 인사드리고, 8월에 오빠부모님 인사드리고~~ 뭐 대충 이런식으로 계획을 세웠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9월 양가부모님 인사도 드렸고, 상견례도 잡았는데 아직 프로포즈는 못받음 그와중에 갑작스레 아가가 와서 내년 4월에 하려던 결혼식을 부랴부랴 올해 12월로 땡기고 바쁘게 준비하다 보니 프로포즈 못받은게 생각나서 몇번 압박을 주었지요. 프로포즈 받고싶다~~ 사람많은데서 거창하게는 싫어~~ 하지만 작고 반짝이는 것은 있어야해~~ 했더니 그럼! 오빠가 다 생각하고 있지~~ 작고 반짝이는 것 그거 아냐~~ 먼데? 반~~ 반~~? 반딧불~~ 하고 나를 깔깔 웃게 하더니...(아재개그 좋아함...)
사실... 결혼허락 다받고 준비 다 하는 와중에 이벤트식으로 받는 프로포즈는 싫어서 모든 결혼준비의 시작으로 프로포즈를 받고 시작하려 했는데... (물론 이것도 충분히 엎드려 절받는 거지만요...) 어쩌다보니 부모님이 남친한번 보자하셔서 보여드리고 어쩐지 자주 왕래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예비시댁 인사가게 되고 그러다보니...프로포즈없이 결혼준비 돌입한게 평소엔 아무렇지 않다가도 문득 생각하면 내심 서운했어요
살면서 한번도 반지를 맞춰보거나 내돈주고 사본적조차 없어서 (나중에 결혼반지 맞춘게 인생최초의반지...) 프로포즈에 반지는 로망이었고 그냥 조용한 곳에서 꽃다발, 케이크, 반지 그리고 신랑의 나랑 결혼해줄래? 이런걸 꿈꿨는뎅... 아 왜 쓰는데 또 눈물날라그러죠ㅋㅋ 별것도 아닌데 진짜 임신하니 호르몬이 깡팬가봐여...
아무틈 얼마전 평일 퇴근후 남친이 집에 와서 소파에 둘이 앉아 꽁냥꽁냥 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남친이 벌떡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어요. 그러더니 "나랑결혼해줄래?" 하면서 주머니에서 왠 남자 금목걸이 딱봐도 여자꺼 아니고 그냥 남자들 하는거 굵은줄 금목걸이를 꺼내더니 제 네번째 손가락에 휘휘 감아주면서(...) 반지는 준비못했어~ 이건 오빠가 어릴때 친구랑 둘이 한 우정목걸이인데~ 나중에 결혼할 사람한테 주기로 한거야~ 하는데... 아 근데 솔직히 신랑한테 미안한데 엄청 떨떠름했어요. 그냥...ㅠㅠ 아니 의미가 있는 물건인건 알겠는데 꽃도 케이크도 아무런 분위기도 없이 심지어 난 쌩얼에 추리닝차림 그냥 집 거실 쌩형광등 아래서 걍 누가봐도 어릴때 자기가 걸고다녔을거같은 걍 남자 금목걸이를...
휴 그렇게 신랑한테는 의미있었겠지만 저한테는 한없이 떨떠름한 프로포즈가 10초만에 끝나고...
애써 잊었는데ㅋㅋ 문제는 누가 프로포즈받았어?? 물어볼때마다 어...응...받긴받았어... 그순간의 떨떠름함이 폭풍처럼 몰려와 한없이 기분이 애매해진다는 거예요...
하... 방금전에도 엄마가 근데 프로포즈는 받았니?? 하는데 응...뭐... 하고 넘기려는데 어떻게 받았는지 물어보셔서 설명하는데... 갑자기 서러워서 눈물이...ㅠㅠ
그래서 결국 남친한테 프로포즈 너무 서운했다 카톡으로 말하니 본인은 그순간 엄청 떨렸고 자기한테 소중한 물건을 준건데... 하면서 더 서운해 하는것 같네요
남친한테 소중한 물건이고 의미있는 물건을 준건 알겠는데... 그건 고마운...데... 고마워야 하는데... 아 제가 속물인가봐요 그냥 그냥 그순간의 애매하고 떨떠름한 기분밖에 생각이 안나요 마치.......비유하자면 돼지고기김치찌개 집에서 찌개국물이랑 건더기에 밥비벼먹다가 기습키스당한 기분이에요.
아 그러고보니 우리 남친은 식당에서 밥먹고나와서 차에타면 그렇게 키스를 할라해요 아니왜도대체 그럴거면 밥먹기전에 하지 전 진짜... 몇번 당했는데 설렁탕먹고 나와서 키스하면 고기국물냄새 깍두기냄새나요 ㅠㅠ 아진짜싫다고!!!! 하지말라고쫌!!!!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