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사회경제적 불평등해소를 위한 2030권리선언>
응답하라 2013 ! 응답하라 2030 !
응답하라 1997 !
우리는 1997년을 기억한다
그 해 겨울 어느 날 이후, 한 겨울 날씨보다 더 차가웠던 우리 사회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똑똑히 기억한다.
번듯한 직장인에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고 다시 노숙인으로 밀려나던 사람들의 당황하고 무력한 모습. 누군가의 부모가 사업이 망해 전학을 가야한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 집은 아니길 바라며 두려움에 숨죽이던 초등학교 교실의 적막. 수학여행비를 내지 못해 교실에 홀로 남겨진 한 중학생의 조용한 흐느낌. ‘정리해고’라는 단어 앞에 우리 차례는 언제냐며 파랗게 질려 벌벌 떨던 부모님의 얼굴
누구는 1997년을 환란이라고 하고 누구는 국난이라고 불렀지만 그것... 은 민란이었다. 처절하게 진압된 민란.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위기가 끝났다고 누군가는 말했지만 우리세대의 위기는 그때로부터 시작되었다.
살아남은 자는 ‘대마불사’의 존재가 된 재벌대기업이었고 새로운 ‘피’를 수혈해 지리멸렬하게 생존하는 정치권력이었으며 그나마도 이제는 위태로운 ‘정규직’의 명찰을 지킨 일부였다.
우리 사회가 ‘부자되세요’ 열풍으로 ‘부동산투기’ ‘펀드열풍’ ‘스펙경쟁’ 으로 얼굴을 바꿔가며 다음세대를 절망으로 몰아넣는 동안 우리세대의 위기는 커져갔다.
경비용역회사에 취직하여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탄압해야만 치솟는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학생.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폭염 아래에서 보도블럭을 교체하다가 사망한 28세의 청년. 욕망이 쌓아올린 미분양 아파트를 뒤로하고 창문 없는 고시원에서 숨을 죽이며 살아가는 취업 준비생의 삶을 우리가 선택하지 않았다.
시급 4580원, 여당의 대통령 후보도, 전직 노동부 장관도 제대로 모르는 최저임금액수가 청년들의 삶에 새겨져 있다.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이 믿지 못할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지금 2012년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다.
지금 청년들은 크게 절망하고 있고 아직은 작게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정당한 분노이다!
응답하라 2013 !
우리는 2013년을 기억할 것이다.
낡은 시대가 휘청거리자 모두가 새로운 시대와 장밋빛 전망을 약속한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할 2013년은 우리가 선택할 것이다. 더 이상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절망의 언저리에서 고통 받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사회의 밑돌을 우리는 가장 먼저 ‘청년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놓고자 한다. 만성적인 실업위협의 공포에서 벗어날 것이며 이를 위해 불평등한 구조에 기생하는 기득권세력과 싸울 것이다.싸우지 않고서는 우리의 다음세대 역시 절망을 탈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과 애정, 위로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살기 위해 수많은 불평등과 맞서 싸워주는 것,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청년을 위한 경제민주화를 실현할 것이며 이를 위해 우리가 박탈당한 배제당한 헌법적 권리를 쟁취하는 것을 그 시작으로 삼으려 한다.
헌법은 말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은 말한다.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또한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헌법은 말한다.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은 말한다.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은 말한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한 권리를 가진다.’
헌법은 말한다.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응답하라 2030!
청춘을 짓누르는 좌절을 폐기하고 희망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청년의 권리를 선언하자.
그리고 다음 세대에 약속한다.
우리는 집을 사지 않을 것이다. 집에 살 것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탈세하지 않을 것이다. 납세할 것이다. 취업하여 세금을 낼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라!
우리는 투기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할 것이다. 노동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노동조건을 개선하라!
우리는 경쟁하지 않을 것이다. 협동할 것이다. 경쟁이 아닌 협동의 가치가 꽃피는 사회적경제를 확대하라!
우리는 교육을 사지 않을 것이다. 교육을 누릴 것이다. 돈이 없어도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교육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독점하지 않을 것이다. 상생할 것이다. 중소기업, 영세상인도 함께 살 수 있도록 독점을 폐기하라!
우리는 기권하지 않을 것이다. 투표할 것이다. 청년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선거제도를 개혁하라!
우리는 절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희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