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뭐라 할만한 입장은 아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태안 기름 유출 사건때는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이게 다 노무현이 저지른 일이라며 입에서 또라이 같은 소리나 하면서 몸은 봉사활동 시간 챙기러 태안에 가 있었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날 누군가 그 분의 인생을 영상으로 짜집어 만들어놓은걸 보고 이상하게 계속 눈물이 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 때 뿐.
군대를 다녀온 뒤로도 정치라는 것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가 커뮤니티 사이트 오유 라는 곳에 들어와 처음으로 정치에 눈이 떠졌다
현 대한민국 상황과 앞으로의 현실 등 눈 닫고 귀 닫았던 나에게 있어 이만큼 충격적인 내용도 없었다
그 때부터 나는 조금씩 정치라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대선 투표날 전까지 가족들과 후보들에 대해서 여러 얘기를 하고 누굴 뽑아야 대한민국이 조금이나마 발전하는가 라는 토론까지 할 정도로 난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상태였다
그러나 내가 지지한 후보가 떨어졌을때는 너무나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흥미가 떨어진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정치 관심에 기름을 부은 듯 하였다
그러다 얼마전에 강원도 화천에서 군생활을 하는 친한 동생 녀석한테 전화가 왔다.
일주일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꽤 오래 얘기를 하다 사전투표 얘기가 나왔다
근데 동생 녀석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이었다
시장은 누가 누군지 몰라 그냥 현 시장인 사람을 찍었고 나머지는 이름이 익숙한 새누리 당 쪽을 뽑았단다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그 새정치-당도 있잖아 하고 물으니 당 이름이 이상해보여서 그냥 자주 들은 이름으로 뽑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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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나도 군대에서 사전투표를 하였지만 솔직히 정보도 모으기 쉽지 않은 군대에서 하는 사전투표는 누굴 뽑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 시간낭비일 뿐이였다.
그래서 나도 그 당시 기호 1번만 찍어서 냈던걸로 기억난다
하지만 이 자체가 한심하다는건 아니다
누굴 찍던 간에 자신의 자유이며 자신이 가진 유권자로써의 권리를 행사한거니깐.
오히려 투표를 했다는 자체가 요즘 세상에 와서는 칭찬 받을 만한 일이다
오늘 아침에도 가족들과 나란히 근처 초등학교로 투표를 하러 갔다
그러던 중 우리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있다
넌 참 이상해. 남들은 쉬는 날이라고 놀러 간다는데 너는 앞장서서 투표 하러 가자고 방실거리고 있고.
이상하다뇨. 그래도 요즘은 젊은 사람들도 관심을 많이 가져서 이번 투표율은 꽤 높게 나오지 않을까요?
개소리다. 이번 투표율을 보니 난 이상한 놈이 되버렸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간간히 투표율을 보지만 55%엔 발조차 들이지 못했다
투표를 하라고 대부분의 회사가 쉰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상태는 투표일은 그저 편히 쉬는날 이다.
솔직히 이번 세월호 사건 이후로 정치적 관심이 뜨거워져 내심 기대도 해보았지만 한순간의 물타기 였는지도 모른다
누군가 추모를 하고 각종 언론에서는 가슴 아픈 영상만 보여주고 하니
나도 덩달아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현 상태를 따지며 같이 가슴 아파한다 정치에 관심도 가진다
하지만 내 몸도 몸이고 쉬어야하니 투표는 하지 않는다
내가 쓴 표 1표는 선거에 아무런 지장도 없다.
이딴 생각을 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아직까지도 흘러넘친다
입으로만 힘들다 뭐다 하면서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이 가진 권리가 얼마나 큰 힘 인가를 깨닫치도 못한채 그저 자신들의 미래를 다른 사람의 표에 맡길 뿐이다.
